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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과 캄보디아 예수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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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미국의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자신이 달에 첫 발을 내딛는 장면을 시청하고 있던 6억 명의 지구인들에게 이렇게 짧지만 웅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1969년 7월 16일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 이글 호가 ‘고요의 바다’라고 명명한 달 표면에 착륙했는데 마침내 7월 20일, 인간이 처음으로 달에 발을 내딛으며 전한 말이다. 

한 미국 여성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첫 발을 내디딘 것도 그에겐 작은 걸음이지만 선교와 의료분야에선 위대한 대장정의 시작이었다. 때는 1897년 9월 15일 마티 잉골드가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미국을 떠나 54일간의 항해 끝에 한국 제물포항에 도착했고, 그로부터 50여 일 후 전주에 도착했다.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을 찾은 마티 잉골드(1867∼1962) 여사가 설립한 예수병원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마티 잉골드가 전주 성문 밖에 초가 한 채를 사들여 진료한 게 예수병원의 뿌리다. 국내 근대식 병원으로는 세브란스의 전신인 광혜원(1885)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됐다. 말을 타고 왕진을 다니며 불우이웃과 환자를 사랑으로 섬기며 불꽃 같은 삶을 살았다. 잉골드는 1962년에 미국 플로리다주 묘지에 전주 서문교회를 세웠던 남편 테이트 목사 옆에 묻혔다. 묘비에는 "28년 동안 한국에서 선교사로 봉사했다"고 기록됐다.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던 잉골드의 정신은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는 이어받았다. 대한민국 최초 민간의료 선교병원이자 호남 첫 의료기관인 예수병원이 개원 126년을 맞았는데 최근 사랑의 씨앗을 캄보디아에 옮겨 심었다. 전주 예수병원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캄보디아 예수병원을 개소한 것이다. 초대 예수 병원장인 마티 잉골드가 척박했던 곳을 찾아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든 것처럼 이젠 잉골드의 정신으로 무장한 한국인들이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에 뛰어들었다. 예수병원은 오래 지속된 사랑을 이제는 나누어 줄 때라고 판단해 1979년 내과 전문의 이용웅 선교사를 통해 첫 해외의료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마침내 도움이 필요한 의료 현장에서 사랑과 복음을 인술로 펼쳐나갈 수 있게됐다. 신충식 예수병원장은 “어떤 경우에도 예수병원의 숭고한 정체성을 잊지 않고 리더를 키워 국내 최초로 의료선교사를 파송했다”고 전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의료현장은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면서 대혼란이 계속되고 있고, 머지않아 아수라장이 될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의사 역시 생활인이기에 마티 잉골드 만큼의 헌신과 봉사 정신을 그대로 실천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환자를 외면하는 현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불우이웃과 환자를 사랑으로 섬기기는 커녕, 아픈 이들을 내팽개친 의사 자신이 훗날 별세했을때 묘비에 어떤 문구가 씌여질지 참으로 궁금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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