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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소재 없는 리더십 구조가 부른 ‘새만금잼버리 파행’

세계스카우트 연맹 독립보고서 발간
사살상 책임 떠넘기기 연장전 성격
보고서, 조직위 구조가 불러온 병폐 지적
“한국정부 지원해주되 간섭 말았어야”
스카우트 연맹 위주의 계획 및 실행력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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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스카우트연맹이 발간한 25회 잼버리보고서 표지와 목차/출처=스카우트연맹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의 파행과 혼란은 권위와 책임의 경계가 모호한 리더십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전북일보가 세계스카우트연맹이 발간한 독립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연맹은 5명의 공동위원장으로 구성된 조직위를 ‘공이 있으면 나눠 먹고 책임은 떠넘기기 좋은 구조’라고 혹평했다. 잼버리조직위가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은 옥상옥(屋上屋) 구조 그 자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주최자가 되면서 많은 혼선과 병폐가 생겼다는 게 세계스카우트연맹 주장의 핵심이다.

세계연맹이 공식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감사원의 감사 속도감과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필요성도 높아졌다.

세계연맹은 보고서를 통해 조직위를 총괄하는 관료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부분이 1~2년의 순환 보직인 공무원의 잦은 인사 이동 및 직원 교체를 정상적인 행사체계 구축의 치명적인 장애 요인으로 지목했다.

연맹은 “2017년 8월 개최지가 확정돼 2023년 8월 열린 새만금 잼버리까지는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면서도 “잼버리조직위 구조 내에서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해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 정부의 참여가 오히려 빈약한 거버넌스(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관리 방식)를 만들었고, 이는 곧 의사소통의 상충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한국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7년간의 계획 및 준비 과정에서 의사소통 문제가 심각했다는 사실도 꾸준히 언급했다.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은 리더십 구조와 결재에서 결재로 이어지는 관료제적 의사결정 시스템은 세계스카우트연맹과 잼버리조직위의 불협화음에 한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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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위원장으로 구성된 리더십 구조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보고서 내용/출처=세계스카우트 연

주최 국가인 한국잼버리조직위와 세계연맹 사이의 언어적 장벽도 원활한 행사 준비에 방해가 됐다. 조직위 직원들이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아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애초에 영어 능통자를 조직위 전면에 배치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소통의 부재는 응답 부족과 지연 문제로 이어졌다. 새만금 잼버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신뢰가 부족하고 정보 공유가 불완전하다는 느낌이 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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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와 연맹간 소통이 사실상 안됐다고 분석한 보고서 내용/출처=세계스카우트연맹​​​​

이들은 대안으로 잼버리 대회의 계획이나 실행에 대한 책임은 이제 정부가 아닌 주최 국가 스카우트 조직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 같은 경우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연맹은 보고서를 통해 스카우트 대회에 대한 ‘본질론’ 또한 강조했다. 잼버리와 같은 대규모 세계 행사를 잘 조직하고 최상의 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사안이긴 하나 잼버리는 본래 ‘야외모험 활동’이라는 것이다.

연맹 보고서는 “자신의 조건, 물, 위생, 세탁, 보호소,  음식, 의료시설에 대한 기대는 '5성급' 수준까지 확장돼서는 안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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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의 막대한 투자로 사실상 정부가 주최자가 되면서 프로세스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다고 지적한 보고서 내용(위), 스카우트 잼버리는 본질적으로 야외모험 행상로 5성급 시설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내용(아래)/출처=세계스카우트연맹

 연맹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에 모든 책임을 돌렸지만, 연맹이 주도한 과거 대회에서도 새만금 잼버리 때와 같은 문제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1991년 고성 잼버리는 화장실 부족으로 인한 위생 문제가 불거져 인근 지자체가 수습에 나선 바 있다.

2015년 일본 야마구치 잼버리에선 40도에 육박하는 기온과 80%를 넘는 습도로 열사병, 탈수, 화상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일본 잼버리는 모기 등 해충 문제에도 노출됐다. 2005년 미국 버지니아 잼버리는 37도 이상의 폭염으로 300명 집단 탈수 증세를 보여 대거 병원으로 이송됐다. 2016년 핀란드 국제잼버리 행사에선 12세 영국 참가자가 돌연사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때문에 개최지 선정부터 행사 준비까지 깊이 관여했던 세계스카우트연맹이 본인들 대신 모든 책임을 우리 정부나 한국스카우트 연맹에 돌리려는 의도가 역력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보고서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주도권은 행사 개최 경험이 풍부한 연맹에 있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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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세계스카우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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