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시네마: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 <세월: 라이프 고즈 온>
참사 이후 남겨진 이들 연대로 이뤄진 삶, 진상규명 등 상처 보듬어
“세월이 약인가요?”
“아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약이 어딨어요. 안고 사는 게 약이죠.”
영화 <세월: 라이프 고즈 온> 속 세월호 참사 유가족 ‘예은이 아빠’ 유경근 씨와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 고 배은심 여사의 대화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코리안시네마: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 중 일환으로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이 상영됐다.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경근 씨와 1999년 씨랜드 참사로 두 딸을 잃은 고석 씨, 대구 지하철 참사로 딸을 잃은 황명애 씨,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 고 배은심 여사가 등장해 저마다의 ‘참사 이후의 삶’을 들려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1999년 6월 30일 수요일, 2003년 2월 18일 화요일,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그날 이후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들 서로가 서로에게 묻고 답하며 ‘너’ 없이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남들과 다르지 않게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을 나가며 일상을 살아낸다. 하지만 그들의 눈과 마음엔 무언가 빠져있듯 공허함이 담겨있다.
한순간의 재난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은 자식을 먼저 보낸 아픔뿐만 아닌, 구조 과정 속 정부의 무능했던 대응과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진상규명 등으로 사고 이후에 입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준다.
일어난 시기와 공간, 원인까지도 모두 다른 재난으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이지만, 영화에 담긴 유가족들의 모습은 비슷했다.
재난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힘써왔던 과정부터 유가족들이 받은 사회적 시선과 혐오의 말들까지 이들의 시간은 소름 끼치게 닮아있다.
유가족들은 안산 화랑유원지에 단원고 학생 추모 공원을 조성하려 하자 ‘세월호 납골당’이라는 혐오를 받았고,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은 추모 행사 준비 중 ‘장사 안된다’라는 주변 상인들이 쏟아내는 쓴소리를 감내했다. 또 대부분의 사망자가 유치원생이었던 씨랜드 참사의 추모비 설립 역시 주민들의 날카로운 반대의견이 뒤따랐다.
실제 이들에게 모두 ‘잊지 않겠다’라고 말했지만, 길어지는 유가족들의 투쟁에 돌아오는 말은 “보상금 받고 그만 끝내라”,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냐?”, “더 많은 보상금을 바라고 이러는 것이냐?” 등 냉정하고 잔인했다.
100여 분가량 상영된 영화는 자극적인 이야기도, 유명한 배우의 출연도 없었다. 하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극장 안은 관객들의 훌쩍임과 눈물로 채워졌다. 우리 모두에게 무뎌지고, 잊혀져 가는 그날들을 담아낸 <세월: 라이프 고즈 온> 속 그들의 연대를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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