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직전 '위도초 식도 분교' 소재로 활용하는 등 농어촌 지역 어린이들의 쓸쓸한 감정 담아내
“천 년도 넘은 느티나무에/ 둥지가 생겼다/ 줄자도 없고 못도 없는데/ 어떻게 지었을까?/ 밤이면 달빛이 찾아오고/ 파리새도 세들어 사는/ 할아버지 등짝 같은/ 고목에 손님처럼 봄이 오면/ 누구를 기다리는지/ 정류장 쪽으로/ 싹이 먼저 돋는다/ 정류장 쪽 가지가 더 길다”(시‘내소사 느티나무’ 전문)
쓸쓸함의 힘을 믿는 사랑의 시인, 배귀선 시인이 첫 번째 동시집<내소사 느티나무>(브로콜리숲)를 펴냈다.
어린이들을 주된 독자층으로 하는 동시집이지만, 배 시인의 이번 동시집은 의아스러울 만큼의 쓸쓸함을 내포하고 있다.
동시집은 폐교 직전의 ‘위도초등학교 식도 분교’ 어린이들을 통해 농어촌의 현상을 생선의 앙상한 가시처럼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배 시인의 동시집에는 엄마나 아빠의 부재 빈도수가 유난히 높게 나오는 등 가족 구성원의 결손이나 부재(해체)가 자주 등장한다.
동시집의 해설을 맡은 유강희 시인은 “부안에서 나고 자란 시인답게 배 시인의 첫 동시집은 소지(素地) 단청처럼 장식적이지 않고 순연한 동심의 바탕을 잘 보여준다”며 ”이번 동시집에서 보여준 도저한 쓸쓸함은 인간의 봄, 영혼의 봄, 동심의 봄을 맞기 위한 자기와의 오랜 싸움의 결과인 셈이다”고 말했다.
한편 배 시인은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을 통해 등단했으며, <동시발전소>에 동시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동시축제’ 추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저서로는 연구집<신춘문예 당선 동시 연구>, 시집 <점멸과 침묵 사이>, 수필집 <그리움 쪽에서 겨울이 오면>, 평론집 <수필의 새로움을 향한 랩소디> 등이 있다. 현재 원광대 문예창작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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