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국회의원의 고질병인 상임위 중복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4월 총선 직후 도민들과 약속한 '겹치기 해소' 기조가 갑자기 뒤집힘에 따라 도민들 시선이 곱지 않다.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 배정에서 농해수위에 의원 4명이 무더기로 1지망 신청을 했다고 한다. 지역구 의원은 10명이 고작인데 상임위는 17개로 전략적 배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 같은 쏠림은 자칫 정치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당선자 시절 이들은 전북 발전의 큰 그림에서 현안 해결에 걸림돌이 된 상임위 중복을 피하기로 천명해왔다. 그런데 채 두 달도 안돼 언제 그랬느냐 식으로 약속을 깨고 정치적 속셈을 드러낸 셈이다. 주민에 의해 선택된 지역의 대표자로서 이중적 행태를 선보임으로써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상임위 중복은 의원 이기주의와 맞닿아 있다. 자기 정치 기반과 지역구 문제에 집착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그들도 이 점을 의식해 현안 해결에 포커스를 맞추기로 공감대를 가졌다. 의원 수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정치력 누수를 막자는 의미다. 상임위 연결고리를 한개라도 추가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자는 것. 3선 이상 의원들은 법안 처리 열쇠를 쥐는 상임위원장을 노리되, 재선 3명은 전북 위원장과 겹치지 않는 상임위 간사에 주력키로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3명 중 이원택 의원만 농해수위 간사로 정해졌다. 전북도당위원장인 한병도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 후속 법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행안위원장을 희망한 건 전략적 판단과 맞아떨어진다.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총선 직후 일사불란한 모습과는 약간의 온도 차를 느낀다. 지역 정치권의 주도권을 둘러싼 신구 힘겨루기 양상을 띠고 있다. 사실 22대 국회의원 면모는 한병도 김윤덕 안호영 의원 등 기존 중심축이 여전한 가운데 공석이나 다름없던 이상직 이용호 의원 자리에 이성윤 박희승 의원이 들어왔다. 여기에다 재선 김성주, 초선 김수홍 의원을 꺾고 합류한 5선 정동영, 4선 이춘석 의원이 중량감을 한층 더해줬다. 파워 게임이 불가피할 거란 관측이 제기된 배경이다.
22대 국회의 방향성은 21대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지역 현안 해결사를 자처한 건 공통점이다. 관심을 끄는 건 도지사 선거를 둘러싸고 이해 충돌 양상이 빚어지면서 각자 도생의 길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도지사 선거 논란을 기폭제로 해서 균열 조짐을 보이던 21대 국회의원 갈등이 노골화되면서 ‘원팀’ 은 무색해졌다. 김관영 도정 출범 뒤에도 이런 기류가 계속되더니 급기야 잼버리 사태를 계기로 무기력한 의정 활동이 부각되면서 최약체 평가를 받았다. 2년 뒤 도지사 선거의 데자뷔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다. 상임위 배정에서 드러났듯이 의원들 속내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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