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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범죄자 깃발 '욱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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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전쟁범죄자를 뜻하는 전범과 깃발을 뜻하는 를 합친 전범기’. 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국들이 사용했던 깃발 이름이다. 독일 나치당의 당기였던 하켄크로이츠, 일본 군대가 사용한 군기인 욱일기, 이탈리아 파시즘 정권의 파시즈가 모두 전범기다. 태생의 배경이 그러하니 전범 국가의 침략으로 피해를 입었던 국가들은 이들 전범기 사용을 금기시한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국제적 분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전범기 사용에 반발하고 비판하는 국가도 적지 않다.

이들 전범기는 뜻밖에도 오랜 연원을 갖고 있다. 특히 갈고리 십자가를 뜻하는 독일 하켄크로이츠는 메소포타미아와 그리스 고대문명에서 문양이 발견되고 있을 정도로 연원이 깊다. 하켄크로이츠는 1920년 나치스가 창당할 때 문양을 정당의 상징으로 사용하면서 독일 나치즘의 상징이 됐다. 히틀러 시대에는 국기로 사용하기도 했으나 1945년 독일 패전과 함께 나치스가 해체되자 독일 정부는 아예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법으로 금지해 버렸다.

일본의 욱일기는 다르다. 욱일기는 1870년 육군 군기로 사용하기 시작해 2차 세계대전 때는 공식 군기가 되었으나 1945년 패전으로 육해군이 해체되자 사용을 중단했다. 그러다 1954년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를 창설하면서 다시 들여와 공식 군기로 만들었다. 지금은 극우파들의 시위, 스포츠 경기 응원 등에도 욱일기 사용이 활발하다.

일본의 군국주의 사랑(?)은 다양한 통로로 표출된다. 2004, 영국 에든버러 축제 개막공연에 초청된 일본 도쿄오페라단의 <나비부인> 무대도 그중 하나. 당시 무대 배경은 시작부터 끝까지 일본 국기를 그대로 옮긴 커다란 붉은 원이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도 욱일기 등장이 낯설지 않다. 보수단체 시위 현장에서 펄럭이는 욱일기가 대표적인 예다.

욱일기가 다시 등장했다. 지난 현충일, 부산의 한 아파트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날, 아파트 창에 태극기가 아닌 욱일기가 걸린 사진은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논란이 거세어지자 해당 주민은 사과문을 올렸지만 비판 여론은 여전하다.

4년 전에는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거리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광고판이 논란이 됐다. 현대자동차 사진 뒤로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광고판 배경 때문이었다. 광고를 제작한 현지 업체는 욱일기와는 무관하게 햇살이 사방으로 퍼지는 형상을 디자인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지만, 우리 국민의 거센 비판을 받은 광고판은 결국 철거됐다.

식민지를 경험한 우리에게 욱일기는 군국주의의 망령일 뿐이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그 존재가 거역스러운 이유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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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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