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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참새와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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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깜박 우산을 잊고 나왔습니다. 그냥 젖기로 합니다. 새벽까지 사납던 꿈자리 탓일까요? 오늘따라 시오리 산책길이 아득합니다. 오락가락 사나흘 빗줄기, 징검다리가 넘칩니다. 콩 콩 건너던 길을 건널 수 없습니다. 멀더라도 저 아래쪽 다리로 돌아가는 수밖에요. 앞서던 몇은 바짓가랑이를 걷은 채 망설이고, 또 몇은 나처럼 포기하고 돌아섭니다. 

 

아무리 안테나 높이 세워도 수신되지 않는 세상, 지지지 잡음만 지글거리는 세상, 없는 우산 펴 피했으면 좋겠습니다. 참새가 콕 콕 풀숲을 쫍니다. 돋보기 쓴 내 눈으로 봐도 허탕인데 필경 헛배나 부르겠지요. 달팽이 한 마리 지팡이 짚은 듯 더듬더듬 길을 건넙니다. 저 더듬대는 평생이, 행여 자꾸만 서대는 내 발자국에 밟힐세라 건네줍니다. 

 

흠씬 젖었습니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멀리 돌았습니다. 몸은 축축하지만 군불이라도 지핀 듯 궂은 마음은 외려 고슬고슬해졌네요. 내리는 빗속에 가슴속 잔불이 잦아들었습니다. 아, 그런데 맨땅을 쪼던 아니 맨땅에 헤딩하던 참새는 짹짹 제집에 찾아들었을까요? 비에도 향기가 있다는 걸 처음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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