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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거기가 어디야? 대구 거기서 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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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란 프리랜서

2019년 3월, 가족과 친구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홀연히 완주로 왔다. 그리하여 어느덧 1인 가구 6년차에 접어들었다. 홀로 왔지만 진짜 혼자는 아니었고 고향 친구가 먼저 완주로 와서 살고 있었다. 그렇다. 친구 따라 완주로 온 것이다. ‘아니 너는 무슨 삶의 터전을 바꾸는 걸 그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하냐’하면 할 말이 없다. 터를 옮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간다고 결정했으니 왔고 그 곳이 완주였다. 처음부터 완주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온 것은 아니었다. 내가 마침 완주에 왔을 때 청년들의 귀촌이 붐처럼 시작되고 있었다. 지역살이에 관심을 가진 친구, 타 귀촌으로 유명한 지역에서 살아본 친구들도 많다는 것을 와서야 알게 됐다.

완주로 가기 전 이민 가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낯선 지역으로 간다고 하니 친구들과 모이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마다 친구들의 반응은 완주? 거기가 어디야? 혹은 강원도 원주로 가는 줄 아는 친구들이 많았다. 왜 만주로 가냐고 정말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물어보던 친구가 잊혀지지 않는다. 원주까지는 예상했었다. 나도 그랬기 때문에. 그렇지만 만주는 정말 생각도 못했던 곳이라 깔깔 웃었다. 내 완주행을 설명할 때 가장 처음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완주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억양 때문에 금방 내 고향이 탄로난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사투리를 덜 쓴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내 생각일 뿐이다. “나 사투리 안 쓰고 있지?”라고 물어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쓰고 있다”는 답을 듣는다. 말투에서 티가 나다 보니, “왜 완주로 왔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건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통과의례가 됐다. 대구에서 왔다고하면 유독 더 놀라는 친구들이 많다. 아무래도 동서 간의 왕래가 잦지 않아서일까. 

그 다음 질문은 보통 “직장 때문에 완주로 왔냐”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아니다. 완주로 오기 전 당시의 나는 혼란스러운 취준의 시기를 겪던 취준생이었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나름의 계획과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일은 나와 맞지 않았다. 내 인생 최초의 암흑기였다. 출근길 버스에서 ‘크게 다치지 않고 회사만 안 갈 수 있을 정도로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자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해 초강수를 뒀다. 내 삶을 바꾸려면 내가 살고 있는 터전을 바꿔야 한다는 마음으로 완주행을 택했다. 한 번도 가족을 떠나 살아본 적 없었다. 막연하게 언젠가 독립을 하겠지 했지만 그게 혼자 연고가 없는 타지로 가는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 못 했다. 그러나 삶이 다 그렇지 않은가 예상치 못한 변수는 늘 있고 마침 그때의 내게 찾아온 것이다. 

퇴사 후 일주일만에 완주로 왔다. 바로 직전까지 일을 하다가 갑자기 할 일이 없었다. 대구보다 더 조용한 이곳에서 무얼 해야할지, 좋으면서도 막연했다. 기껏 짐 싸들고 와서야, ‘무작정 온 것은 아닐까’, ‘여기서 내가 뭘 하고 살 수 있을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눈물이 났다. 그럴 때는 밖으로 나가 동네를 탐험하며 무작정 걷고 또 걸었다. 비비정마을부터 삼례문화예술촌과 책방 그리고 삼례성당까지, 돌이켜보니 그곳에서 참 위로를 많이 받았다. 조용하면서도 쉬어갈 수 있는 곳, 아무도 내게 닦달하지 않는 동네. 그렇게 나의 완주 정착기가 시작됐다. 

/조아란 프리랜서

 

△조아란 프리랜서는 2019년 완주로 귀촌해 완주소셜굿즈센터 청년정책담당, 완주청년공간 청촌방앗간 대표를 거쳐 현재 결혼이주여성과 중도입국자녀들의 한국어 강사와 풀뿌리교육지원센터 마을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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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란 #청춘예찬 #완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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