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열정의 대상은 여자축구이다. 평생을 한번 빠지면 끝장을 내는 불도저로 살아온 성미였지만, 이번엔 나조차도 “이게 맞나?”라고 몇 번이나 다시 묻고 의심하는 일을 벌였다. ‘여자축구 문화 전문지’ <STAND>를 8월 31일 창간하게 된 것이다.
운명처럼 접한 2023 호주·뉴질랜드 FIFA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를 계기로, 대표팀 경기를 ‘직관’하고 싶어서 고민도 없이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티켓을 구매하고 보러 간 지 약 1년이 되는 2024년 8월, 기어이 자비 약 천만 원을 들여 책까지 낸다.
WK리그는 2009년 출범한 한국여자축구 실업 리그의 명칭으로, 프로 리그가 없는 현재 한국여자축구 최상위 리그이다. 여자축구 리그는 전 세계적으로 34개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WK리그도 그중 하나다. FIFA가 2023년 발행한 ‘Setting the Pace: FIFA benchmarketing Report Women’s Football‘에 따르면, 전 세계 34개 리그 중 WK리그가 눈에 띄는 부분은 여성 감독 비율이 8개 구단 중 5개 구단으로 가장 높다는 점이다. 필드를 달리는 선수도 여성, 심판도 대부분 여성인 WK리그에는 우리 사회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여성의 모습이 있다.
거침없이 드러내는 승부욕,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이기겠다는 의지로 치달리는 끈기, 살짝 걷은 소매에서 선명히 드러나는 햇볕에 그을린 노력의 흔적. 득점과 승리 그리고 우승이라는 목적을 향해 함께 달려가며 자신의 능력과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몸을 사리지 않는 걸 보고 있으면 반할 수밖에 없다.
무패 행진을 하던 1위 팀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고 끝까지 실점 없이 지켜내 승리하여 첫 패배를 안기는 하위권 팀. 후반 경기 추가 시간의 추가 시간까지도 골을 넣고 먹히는 반전과 투지 속에서 기쁨과 환호와 아쉬움과 한탄이 섞인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 필드에 누워버리는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인생이란 게 그곳에 있는 게 아닐까 싶어진다.
이런 아름다움을 혼자 보기 아쉬워 더 많은 관중 속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고, WK리그가 부흥하길 바라며 한 명의 팬이자 여성으로서 매거진 <STAND>를 창간하는 것이다. 8월 31일 군산북페어 2024에서 최초 공개되는 매거진 <STAND>는 영어단어의 의미 그대로 저항과 경기장에서의 관중석 그리고 의견을 뜻한다. 창간호인 1호는 ‘여자축구 WK리그 A to Z’를 주제로 하여 A부터 Z에 속하는 단어를 활용해 각각의 키워드로 WK리그를 훑는 간단한 흐름으로 WK리그를 안내하는 가이드북이다.
WK리그 출범 후 현재까지 운영되면서 고쳐야만 하는 고질적 문제는 분명하다. 매거진 <STAND>는 그런 문제점을 짚음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와 함께 고전하는 구단 스태프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고 즐기는 팬의 뜨거운 애정에 보다 집중한다.
책을 접하는 독자가 WK리그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기를. 더 나아가 현재는 2015년 화천군으로 연고지를 옮긴 KSPO의 전 연고지였던 전북에 다시 한번 WK리그 팀이 창단되어 멋진 WK리그에 다채로움을 더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람이 담겨있다. 이 칼럼과 매거진 <STAND>를 읽고 언제나 여러분을 환영하는 WK리그 세계로 구경 와보는 건 어떨까.
/김나은 여성주의 문화 기획사·출판사 우만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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