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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송하선 시인의 답은

공허하고 쓸쓸한 시어로, 노년의 절망과 퇴락에서 오는 ‘고독’ 노래해
지나버린 생에 대한 깊고 그윽한 명상과 관조에서 나오는 애수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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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무렵의 고독 표지/사진=교보문고 제공

한국 서정시의 맥을 이어온 송하선 시인이 <여든 무렵의 고독>(푸른사상)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송 시인이 그동안 써온 700여 편의 작품 중, 인간의 심연에 가로 놓인 고독을 노래한 61편의 시가 실렸다.

때문에 시집에서는 ‘평소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사물을 이해하고 노래한다’라는 평가받던 시인을 만나보기 어렵다.

대신 서늘한 가을 날씨 같은 공허하고 쓸쓸한 시어를 사용한 작품을 통해 노년의 절망과 퇴락에서 오는 ‘고독’을 가득히 담아냈다. 

“저승 같은 검은 구름이/ 황홀한 고독을 말해주네요./ 여든 무렵의 고개를 넘으니/ 친구들도 그 구름 속으로 많이들 갔고,/ 친척들도 그 구름 속 마을로/ 멀리멀리 떠나갔지만,/ 구만리 머나먼 그곳을/ 혼자서 저벅저벅/ 어이 갈지 두렵고 두렵네요./ 그 마을은/ 아내와도 함께 가지 못하는 마을,/ 어떻게 이별해야 할지도/ 두렵고도 두려운,/ 여든 무렵의 고독,”(시 ‘여든 무렵의 고독’ 전문)

“바람 부는 언덕에/ 나무들이 한 천 년 기다리며 사는 듯한/ 몸짓을 하고 있는 것은/ 이ᄄᆞ금 한 번씩/ 예쁜 새 떼들이 날아와 조잘대기 때문이다./ 바람 부는 마을에/ 노인들이 한 백 년 기다리며 사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도/ 이따금 한 번씩/ 옛날의 소녀들 날아와 조잘대기 때문이다.”(시 ‘노인과 나무’ 전문’)

이처럼 한 작품 한 작품 시인이 직접 선정해 엮어낸 시집 속에는 지나버린 생을 돌아보고 깊고 그윽한 명상과 관조에서 나오는 애수가 느껴진다.

진정구 전북대 명예교수는 해설을 통해 “죽음과 대면이 ‘나이와 직접 관계’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의 종점을 서성거리는 여든 무렵이 되면 그것은 일상사에 자주 숙고의 대상이 된다”며 “석양에 지는 해를 보며 젊음의 뒤안길을 반추할 때마다 지상과의 아쉬운 작별을 고해야 하는 마지막 시간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노년 세대에게 부여된 과제인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시인의 시집 속에서 찾아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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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선 시인·우석대 명예교수/사진=전북일보 DB

1938년 김제에서 태어난 전북대 및 고려대 교육 대학원 등을 졸업한 송 시인은 중국문화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1971년 <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80년에는 우석대 교수로 부임해 도서관장, 인문사회대학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우석대 명예교수다. 그의 저서로는 시집 <자신 長江처럼>, <겨울풀>, <몽유록>, <유리벽> 등이 있으며, 전북문학상, 전북 대상, 풍남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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