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자금 65% 소진, 완주군 민생지원금에 재정 경고등
낮은 재정자립도 속 통합 반대 여론 확산 정치적 포석 의혹
나라살림연구소 “지나치게 높은 상한선...신중치 못한 집행 지양해야"
완주군이 지자체의 비상금인 통합재정안정화 기금 절반 이상을 민생지원금으로 지출하면서 완주·전주 통합 주민투표를 앞둔 '정치적 셈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기금은 통상적으로 지자체의 대규모 세수 결손이나 지역 현안 사업 등 긴급한 재정 수요에 대비하는 성격으로 활용되는데, 완주군이 현금성 지원에 상당 부분 소모하면서 군민 사이에 반대 여론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북 기초단체들이 비상금을 활용한 현금지원이 잦아지면서 정작 재난이나 긴급사태 등에 비상시에 대응할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완주군은 군민 1인당 30만 원씩 지급한 민생지원금 재원으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461억 원의 65%에 달하는 300억 원을 지출했다. 이 기금은 재정수입 불균형을 조정하고 대규모 재난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자금으로, 각종 회계·기금의 잉여금과 세입 초과분 등으로 적립된다. 앞서 완주군은 지난 2020년부터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쌓아왔고 지난해까지 461억 원을 적립했는데 이번 지출로 올해 예상되는 기금은 234억 원에 불과하다.
완주군은 테크노밸리2산단 미분양에 대비해 적립했던 기금이 현재 용도에 맞지 않으니 민생지원금으로 활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조례상 적립금의 80%까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역사회 일각에선 완주군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전주·완주 통합 추진 절차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완주군이 전주시와의 차별성을 부각해 주민들의 통합 반대 정서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북정치권 관계자는 "완주군이 민생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전주시를 의식해 무리해서라도 통합안정기금을 끌어다 쓴 것 아니냔 의심이 적지 않다“면서 "'전주시와 통합 시 군민에게 돌아가는 이러한 혜택도 사라질 것'이라는 여론 확산을 위한 전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완주군의 낮은 재정자립도와 함께 향후 세수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통합을 의식한 무리한 지출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완주군의 재정자립도는 17.7%로 전북도(23.4%)보다 낮고, 전주시(21.73%)와 비교해도 열악하다. 지난해 완주군의 재정자주도 역시 전북도 67%를 크게 밑도는 54%에 불과했다. 재정자주도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체 수입과 자주 재원의 비율을 나타내며, 이 비율이 낮을수록 재정 운용 폭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최근 현대차 공장이 상용차 수요 감소로 잦은 생산 중단에 들어가면서 지역경제가 침체하고, 지방세 수입 감소까지 겹친 완주군의 재정 부담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 기금이 단기적 경기 부양책이나 특정 사업에 소모할 자금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신희진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비상시 대응을 위해 적립된 기금을 무분별하게 소진하면 향후 예상치 못한 세수 결손이나 재정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완주군의 조례상 80% 상한선은 지나치게 높아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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