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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전주, 나눔으로 채우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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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문 전주시 덕진구청장

‘정(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따뜻한 마음, 서로를 챙기는 모습, 그리고 낯선 이에게도 베푸는 배려가 연상된다.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이는 오랜 시간 우리 민족이 만들어 온 특별한 문화적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왔다. 가족, 마을, 이웃과 유대를 맺으며 서로 돕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논밭을 일구고, 집을 짓고, 생계를 꾸리는 과정에서도 힘든 일은 함께 나누어 해결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품앗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함께’라는 가치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3년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의 공동체 지수는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산업화 속에서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이웃과 교류하는 일이 점점 줄어든 결과다. 예전에는 골목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며 자연스럽게 이웃과 어울렸지만, 지금은 외부와 단절되는 생활이 익숙해졌다. 어르신들이 “요즘은 정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2025년 지금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했던 동네가 점점 삭막해지고,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낯설어진 지 오래다.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했던 정서가 ‘내가 우선’이라는 문화로 바뀌면서 사회적 단절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미래는 더욱 삭막해질 것이다.

전주시는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해 시민 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공동체적 연대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전주함께라면’ 사업이다.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혼자 사는 1인 가구와 위기 청소년들이 언제든 찾아와 한 끼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함께라떼’ 사업을 연계해 커피 한 잔과 책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확대했다.

덕진구도 이러한 시정 방향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15개 동에 ‘함께라면’ 사업을 홍보해 동별 자생단체와 주민들이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덕진구에서는 ‘함께’와 ‘나눔’이라는 가치를 실천하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5개 동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랑의 울타리 봉사단’은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한 음식 나눔, 건강지원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청사 내에 중증장애인 참여형 일자리카페를 운영하고, 어르신들의 활기찬 삶을 위한 실버사랑 가요교실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덕진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고립 가구를 발굴하고, 긴급 지원이 필요한 가구를 돕는 데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15개 동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을 통해 지역사회가 더욱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함께’ 그리고 ‘나눔’, 이 두 단어 속에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담겨 있다. 덕진구는 앞으로도 모든 주민이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행정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을 생각하며 실천하는 작은 변화다.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나눔의 문화 속에서, 더 따뜻한 덕진구가 완성될 것이다.

/심규문 전주시 덕진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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