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6:54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경제 chevron_right 경제일반
자체기사

"흙 속에서 찾은 정신건강"…치유농업으로 마음 뿌리 내리기

도내 우울증 고위험군 15명, 삽목과 식재 등 식물과 교감
"불안감이 편안함으로,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 들어"
농진청, 조현병 증상 10% 감소·우울감 30% 감소 등 연구 결과
전북도, 치유농장·마을 56개소 운영·내년까지 70개소 확대 등

image
'정신건강 증진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식물의 줄기, 잎, 뿌리 등의 일부분을 잘라내 새로운 식물로 키우는 삽목 활동 등을 하는 모습/사진=김선찬 기자

"불안감과 초조함이 치유농업을 하고 난 뒤 편안함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긍지가 생기고, 모든 면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오희철(57)씨

"꽃을 직접 심거나 잘라보고, 냄새 맡아보는 게 재밌었고 행복했어요. 우리가 아프면 치료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식물도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이창희(50)씨

16일 전북특별자치도마음사랑병원에서 특별한 치유의 시간이 펼쳐졌다. 이곳에는 우울증 판단 직전 단계로 모두 외래진료를 받고 있던 우울증 고위험군 15명의 환자가 모여 있었다.

이들은 '정신건강 증진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단순한 원예 활동을 넘어 상처받은 식물이 새롭게 뿌리내리듯 자신의 삶에 희망의 싹을 틔우는 소중한 경험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삽목 활동 등에 몰입했다. "사선으로 잘라야 하나요?",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라는 질문들이 오갔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로즈메리 등 식물의 색과 모양을 탐색하고, 향을 맡으며 오감을 자극했다.

이어진 식재 활동에서는 각자 마음에 드는 꽃을 골라 심으며 "잘 자라거라"라고 속삭이고 꽃을 쓰다듬는 등 정서적 교감을 나눴다. 활동 후 '잘려진 식물이 살아가는 법'이란 설문을 통해 잘린 식물도 새 생명을 얻듯이, 자신의 현재 어려움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일주일간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기록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프로그램 내내 참가자들의 표정 변화는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던 모습이 점차 자신감 있게 변했고, 진행자의 "잘하셨어요"라는 칭찬에 환한 미소로 반응했다.

image
'정신건강 증진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꽃을 심고 있는 모습/사진=김선찬 기자

치유농업은 농업·농촌 자원 활용해 신체적, 정서적 안정 도모하는 활동을 말한다. 그 효과는 객관적 수치로도 입증됐다.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 치유농업을 병행한 우울 고위험군은 우울감이 30% 감소했다. 조현병 환자의 음성증상은 10%, 일반정신병리증상은 23% 개선됐다. 감정 안정과 내면 성찰 능력을 보여주는 상대적 세타파는 29%,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를 나타내는 상대적 알파파는 18% 증가했다.

심장 안정도 12%, 자율신경활성도는 13% 향상되는 등 신체적 이완과 스트레스 조절 능력도 호전됐다. 대인관계 요인이 48% 감소하는 등 사회적 기능 회복에도 효과를 보였다.

전북 역시 치유농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56개소(복합형 29곳·원예 23곳·곤충 3곳·동물 1곳)의 치유농장과 마을이 운영 중이다. 도 농업기술원은 내년까지 70개소로 확대하고, 전문 운영자도 현재 288명에서 400명으로 증원할 계획이다.

또한 연간 이용자 수를 현재 약 20만 명에서 내년까지 30만 명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장주들이 방문객에게 체계적인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품질 인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 교육도 하고 있다. 치유농업 유관기관 연계사업도 현재 7개소에서 10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고요한 전북특별자치도마음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는 "농업에 몰두해 자기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우울감이나 무기력감, 죽고 싶은 마음 등에서 벗어나게 된다"며 "약물 치료는 좋아진 이후에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치유농업은 실제 체감할 수 있다는데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치유농업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경제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