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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음이 품은 '새로움'⋯청년들이 새 생명 불어 넣은 '전주 고물자골목'

2015년 도시재생사업으로 시작 2018년 사용자공유공간 ‘둥근숲’ 입주 등 진행
골목 환경 정비 등 기존 도시재생 정책과 달리 사업 종료 후 '청년층 연대'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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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 시민이 전주 고물자골목을 지나고 있다. 전현아 기자

낡고 허름해 모두의 무관심 속 잊혀 가던 전주 원도심의 한 골목이 ‘낡음을 품은 새로운 문화’로 채워지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해방 이후, 구호물자가 거래되며 ‘고물자골목’이라는 이름을 얻었던 골목에 최근 청년 창업가들이 등장해 ‘청년층의 문화 연대’로 채우며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것.

고물자골목은 지난 2015년 국가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된 이후 전통문화 중심의 도시재생이 본격 추진되며 본격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남부시장부터 명산약국, 라온호텔까지 약 270m에 이르는 고물자골목에는 국비 7억 5000만 원을 포함해 총 15억 원이 투입되며, 환경 정비는 물론 전통공예 공방, 소규모 갤러리, 커뮤니티센터 조성 등을 목표로 한 사업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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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자골목 속 기록상점 '클립어데이'. 전현아 기자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물자골목은 계획된 틀을 넘어, 보다 자연스럽고 입체적인 변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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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자골목 속 공방 '바늘소녀공작소'. 전현아 기자

최근 청년 창업가들이 골목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낡은 점포들 사이에는 독립 서점을 비롯해 창업주의 개성으로 가득한 수공예 공방 등이 들어섰고, 골목 곳곳에서는 마켓과 예술 전시 등이 열리며 ‘살아 있는 문화 생태계’가 형성되는 등 이제 이곳은 단순한 ‘구경’의 공간이 아닌, ‘머물고 싶은’ 골목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핵심에는 ‘사업 종료 후 자생력’이라는 원칙이 있었다. 당시 도시재생을 총괄한 소영식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우리는 변화를 직접 주도하지 않고,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만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골목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보다 ‘둥근숲’ 같은 거점 공간을 조성해 청년들이 스스로 실험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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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자골목 속 독립서점 '일요일의침대'. 전현아 기자

이러한 ‘조건 설계’ 방식은 기존 도시재생 모델과는 사뭇 달랐다. 외형 중심의 정비나 단발성 지원사업이 아니라, 현장의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형성한 네트워크가 변화를 이끌도록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열린 구조 속에서 고물자골목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변화했다.

특히 고물자골목의 변화를 이끈 현장에는 과거 한옥마을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경험했던 청년 기획자 윤슬기 씨(36·바늘소녀공작소대표)와 같은 기획자들이 중심이 됐다.

윤 씨는 “처음에는 고물자골목의 깊은 사연과 특색을 지워버리는 ‘획일화된 도시재생사업’을 막기 위해 기획자로 나섰다”며 “돈을 좇아 골목을 바꿔버린 다른 사례를 보며, 우리는 정반대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수익을 목표로 삼으면 골목은 특색과 생명력을 금방 잃는다. 정서적 가치가 먼저 쌓여야 사람들이 모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생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낡은 점포를 청소해 전시 공간으로 만들고, 동네 어르신들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등 골목을 새로 꾸미기보다는 원래의 시간과 결을 지키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문화 프로그램과 청년들의 뚝심은 고물자골목을 새로운 청년 창업의 거점으로 만들었다.

윤 씨는 “고물자골목은 현재 완성형이 아닌. 수십 년 동안 골목을 지켜온 기존 주민들과 새롭게 유입된 청년들이 세대교체를 이루며 여전히 도전과 실험을 거듭하는 ‘과도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누군가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거리’가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의 골목인 이곳이 계속해서 뭉근하고 확실하게 자라나길 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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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도시재생 #고물자골목 #원도심 #청년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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