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소방관의 하루를 체험한다면 어떨까. 소방서의 하루는 긴장의 연속이다. 구조 출동 신호는 24시간 쉬지 않고 울리고 무거운 방화복은 한여름에도 벗을 수 없다. 지역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현장 업무 일부를 기자가 직접 경험해봤다.
“숨 쉬어요, 숨. 괜찮아요?”
지난 12일 전주 덕진소방서를 찾아 소방관 체험에 나섰다. 방화복 착용부터 쉽지 않았다. 방화 바지와 상의, 산소통과 연결된 산소마스크, 면포ᐧ헬멧까지 착용하니 장비 무게만 20kg을 훌쩍 넘었다.
산소마스크를 쓰자 갑자기 숨이 턱 막혀왔다. 마스크의 고무 패킹이 얼굴을 빈틈없이 감싸며 호흡기 주변이 잠시 진공 상태가 된 듯했다. 머리를 감싸는 면포와 헬멧은 쉽게 벗겨지지 않아 질식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당황한 기자를 본 백남일 소방위는 “진정하고 숨을 쉬어야 한다”며 “소방관들은 이 장비를 착용한 채 수십 킬로그램의 장비를 들고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을 차리고 몸을 움직이자 무거운 방화복의 압박이 밀려왔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25도. 비교적 선선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방화복 덕분에 온몸이 금세 땀으로 젖었다.
백 소방위는 “지금은 괜찮지만 여름에는 정말 힘들다”며 “현장은 좁은 골목, 꺾인 계단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아 뜨거운 날씨까지 더해지면 쉽게 패닉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긴급출동. 긴급출동 바랍니다.”
방화복을 벗고 숨을 고르는 사이 구조 출동 신호가 울렸다. 소방서에 퍼지는 큰 경고음에도 구급대원들은 침착하게 움직였다. 헬멧과 장갑을 착용하고 신속히 구급차에 탑승했다. 기자도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동행했다.
구급대원의 임무는 구급차 탑승과 동시에 시작됐다. 운전대에 앉은 구급대원은 사이렌을 울리며 빠르게 도로를 질주했고 뒷좌석의 대원은 태블릿에 전달된 신고 내용을 반복해 숙지했다.
“봉 꽉 잡으세요. 머리 다칠 수 있어요.”
차량에 익숙하지 않은 기자에게 구급대원이 조언했다. 그 말이 끝나자 차량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착하기 위한 질주였다. 평소 차로 15분 걸리는 장소를 5분 만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도로에서 미끄러져 갓길에 쓰러진 환자가 있었다.
“선생님, 팔 움직일 수 있겠어요?”
구급대원은 환자의 상태를 신속히 확인했다. 이름과 주소를 물으며 인지 상태를 확인하고 팔을 들어 골절 여부를 살폈다. 곧이어 도착한 경찰과 상황을 공유했다. 동시에 대원들은 다친 다리를 소독하고 골절된 팔을 붕대로 감쌌다. 일련의 과정이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이어졌다. 오랜 시간 합을 맞춘 태가 났다.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나면 병원에 전화를 걸어 수용할 병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병상이 없으면 구급대원도 임무를 끝낼 수 없다.
현장의 한 구급대원은 “환자를 응급실에 인계할 때까지가 임무”라며 “빠르면 30분, 길면 3~4시간 이상 걸릴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환자는 인근 병원으로 무사히 이송됐다. 대원들은 응급실까지 직접 환자를 옮긴 뒤, 인계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고령의 환자는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며 감사를 표했다.
이날 오후 4시께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약 50분 만에 덕진소방서로 복귀했다.
덕진소방서는 3조 3교대 체계로, 한 팀이 24시간 연속 근무하고 이틀을 쉰다. 하루를 온전히 현장에서 보내야 하는 만큼 체력적으로 버겁기도 하지만 대원들은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함께 출동한 구급대원은 “아직까지 이 일이 힘들고 괴롭다고 느낀 적은 없다”며 “오늘처럼 환자분이 ‘고맙다’고 말해줄 때 큰 힘을 얻는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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