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외부기고

[문화마주보기] 공연법 개정안이 던지는 과제와 가능성

image
김수일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공연기획실장

지방의 문예회관이 지역 예술 생태계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이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발표한 [2023 전국문예회관 운영현황조사]에 따르면, 전국 공연장의 평균 가동률은 44.1%에 불과하다. 전북특별자치도의 가동률은 50.1%로 비교적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이 또한 기초예술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내는 지표다.

가동률이 낮은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2023년도 윤석열 정부의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관련 예산 축소는 기획력과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이어지며, 단순 공연유통사업 위주의 구조는 공연장의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 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기초예술이 구조적으로 소외되고 공연 콘텐츠의 유통망이 부족한 현실, 그리고 지방으로 이관된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의 불안정성은 중장기적 기획 자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2024년 11월 22일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공연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중요한 정책적 변화를 제안한다. 공공 공연장의 연간 가동률을 70% 이상 유지하고, 이 가운데 30% 이상을 순수예술 공연으로 편성하도록 한 내용은 예술 창작 기반을 강화하고, 문화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계기가 되며, 신진 예술인들에게 폭 넓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기준이 자칫 실적 중심 행정으로 흐르며, 예술행정의 핵심 원칙인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과 충돌할 소지가 있어서 공연장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책적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지방으로 이양된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을 다시 국비사업으로 환원시켜, 기초예술 콘텐츠 개발이 제도적으로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관객 개발과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에 기여했던 대표적 소외계층 사업인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을 복권기금 중 공익사업으로 다시 편입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연 유통사업을 동시에 운영하여 실질적인 가동률을 높여 지속성과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셋째, 지역의 문화 특성을 반영한 교육·체험형 콘텐츠 기획을 강화하고, 전국 평균 15년 이상 노후화된 공연장의 무대 및 음향·조명 시스템도 함께 현대화해야 한다.

공연장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신진 예술인에게는 창의적 창작의 출발점이 되고, 지역민에게는 정서적 회복과 문화적 감수성을 확장하는 구심점이 된다. 따라서 공연법은 예술 생태계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설정되어야 하며, 이에 따른 기준과 규칙도 지역의 현실을 반영한 집행기준과 시행령을 통해 실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문화는 제도 이전에 사람의 문제다. 법이 사람을 향하지 않을 때, 문화는 고립되고 예술은 침묵한다. 공연법 개정이 새로운 규제가 아니라 문화 생태계의 회복을 위한 언어가 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무대 뒤에서 질문을 이어가야 한다.

△김수일 실장은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심의·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수일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공연기획실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