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사랑했어야 했다. 좀 더 용서했어야 했다. 좀 더 나를 내주었어야 했다. 사랑하기 위한 지혜를 기도로 간구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아쉬운 세월을 뒤로하고, 이제야 내게 남아 있는 불확실한 짧은 기간이나마 여한이 없도록… 훌훌 덜어 여한이 안 남도록 죽어서 삼 일을 마치며 본향으로 갈 수 있도록,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수필 ‘죽어서 삼일’ 중에서)
수필가 이의가 등단 18년 만에 세 번째 수필집 <죽어서 삼일>(좋은땅)를 펴냈다.
이번 책은 노년에 접어들어 더욱 또렷해지는 삶의 의미, 인간관계, 자연에 대한 사유를 고요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제목처럼 생과 사의 경계를 응시하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저자 특유의 사색과 기도 같은 고백이 담겼다.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꿀벌의 실종, 플라스틱 쓰레기 같은 현대의 환경문제부터 매화차 한 잔에 깃든 봄날의 기억, 가족과 문우들의 따뜻한 모습까지 삶의 파편들이 정성스럽게 엮였다. 격정 없이 묵묵히 걸어온 세월의 끝자락에서 저자가 전하는 이 수필들은, 삶이 익어가는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감각들을 일깨운다.
수필집의 해설을 맡은 김영 시인은 이번 책을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복원을 위한 생활 담론”이라 평했다. 김 시인은 “이번 원고를 읽으며, 저자가 철저히 자신을 점검하고 돌아보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음을 느꼈다”며 “환경, 신앙, 사회문제를 아우르며 생활 철학을 성찰하고 풀어놓은 글들”이라고 평가했다.
또 “수필가는 스스로의 삶에서 저지른 오류와 잘못을 정신적 이약(醫藥)을 통해 반성하고 발효시키고 있다”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절대자, 사람과 자연의 공생에 대해 깊이 사유한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이의 수필가는 2007년 <대한문단>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수필집 <여자 나이 마흔둘 마흔셋>, <오이밭의 새둥지>를 펴낸 바 있다. 행촌수필문학상, 이더스에세이 작품상, 완산벌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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