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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군산 전략공천이 드러낸 전북 정치의 구조적 한계

김성수 전 전북펀드7조포럼 대표·연구소장

전북은 오랫동안 기업을 유치해 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전북은 기업을 ‘키워본’ 경험은 많지 않다. 공장은 들어왔지만 협력업체는 자라지 않았고, 연구소는 생겼지만 산업은 남지 않았다. 핵심 의사결정은 늘 중앙에 있었고, 전북에는 명목과 시설, 그리고 공백만 남았다. 숫자로는 성과가 있었지만, 지역의 체질은 바뀌지 않았다.

지금 전북 정치에서 반복되는 전략공천 논란은 이 실패한 산업 유치 방식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전략공천은 중앙당이 판단해 후보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일 수 있다. 선거는 이길 수 있고, 당은 안정성을 얻는다. 그러나 이 방식이 반복되면 지역에서 정치를 시작한 사람들은 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전북에서는 아무리 잘해도, 최종 자리는 외부에서 정해진다.”

이 인식이 굳어지는 순간, 전북 정치 생태계는 산업 생태계가 실패했을 때와 같은 길을 걷는다. 지역에는 책임지는 정치인은 자라지 않고, 선거 때만 투입되는 ‘외부 인력’이 반복된다. 지역에는 하청만 남고, 본사는 남지 않는 구조다.

그렇다면 경선은 무엇인가. 경선은 불편하고, 때로는 갈등을 낳는다. 그러나 경선은 정치인을 키운다. 시의원에서 도의원으로, 도의원에서 단체장으로, 단체장에서 국회의원으로 나아가는 경로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신호를 준다. 이 신호가 있을 때, 전북에서 정치를 시작한 사람들은 버티고 성장하며 경험과 책임을 축적한다.

시민단체든 학계든, 지역 현장에서 문제를 다뤄온 사람들이 정치로 들어올 수 있다는 믿음. 노력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예측 가능성. 이것이 바로 정치 생태계다. 기업으로 치면 경선은 공장 하나를 데려오는 일이 아니다. 협력업체와 인력, 기술이 함께 자라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전략공천은 ‘유치’이고, 경선은 ‘생태계’다.

전북 민주당 군산지역에는 이미 충분한 정치 자원이 있다. 성실하게 지역을 지켜온 시의원과 도의원, 단체장들, 그리고 지역 발전을 위해 묵묵히 희생해 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나도 이 지역에서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겠구나’라는 최소한의 확신이다.

전략공천 지역 지정을 경선으로 전환하는 것은 특정 인물을 위한 결정이 아니다. 전북 민주당 전체에 보내는 메시지다. 전북에서도 정치가 축적될 수 있다는 신호, 이 신호가 있어야 정당 조직도 지속 가능해진다.

조국혁신당이 전략공천을 고민하는 이유 역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군산은 단순히 ‘당선 가능한 지역’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지역이다. 산업 생태계에 대한 계획 없이 기업을 유치하면 상처만 남듯, 정책 없이 군산을 찾는 정치 역시 소모만 남긴다. 만약 군산을 선택한다면, 전북을 살릴 구체적 정책과 책임 있는 비전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전북은 사람도, 산업도 계속 유치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키워야 할 단계에 와 있다. 전략공천을 경선으로 바꾸는 일은 단순한 공천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전북 정치의 체질을 바꾸는 선택이다. 기업 하나를 데려오는 정치에서, 정치인이 자라는 구조를 만드는 정치로. 이번 군산 보궐선거가 그 전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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