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6-02-08 21:12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속도의 시대, 읽고 쓰는 시간을 묻는 공간 ‘익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시대 속에서 ‘읽고 쓰는 시간’의 의미를 다시 묻는 공간 ‘익스’
완성보다 체류와 사유의 과정을 실험하며, 읽기와 쓰기가 여전히 유효한 행위인지 질문

공간 ‘익스’ 외관. /전현아 기자

“달면 삼키고, 쓰면 된다.”

인공지능과 영상 콘텐츠가 일상을 점령한 시대, 읽고 쓰는 행위는 점점 삶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긴 문장은 부담이 되고, 사유의 시간은 알림과 스크롤 사이로 밀려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읽고 쓰는 시간’ 자체를 다시 묻는 작은 공간이 전주 인후동의 한 골목 어귀에 문을 열었다.

서점 ‘잘익은 언어들’ 건물 2층에 자리한 ‘공간 익스’다. 이달 초 문을 연 이 공간은 카페나 스터디 공간이 아닌, 읽고 쓰는 행위를 중심에 둔 체류형 공간을 표방한다. 완성된 결과물보다 머무는 시간과 사유의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실험에 가깝다.

지난 6일 공간 ‘익스’를 방문한 이용객이 창작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전현아 기자

공간 익스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서점 ‘잘익은 언어들’과 카페 ‘해류’를 함께 운영해 온 이지선 대표의 문제의식이 있다. 이 대표는 “지역의 작은 서점 특성상 방문객 대부분이 뚜렷한 목적을 갖고 책을 구매하러 온다”며 “책을 산 뒤 곧바로 돌아가기보다, 잠시라도 책을 읽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독서가 사라져가는 시대라는 말이 익숙해졌지만, 읽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하고 싶었다”며 “읽는 것만큼이나 글을 쓰는 행위 역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창의력을 키우는 중요한 활동이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장사성을 앞세우기보다, 읽고 쓰는 삶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서로를 응원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익스에 놓여진 이용자를 맞이하는 작은 쟁반과 컵, 짧은 문장의 엽서. /전현아 기자

서점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마주하는 익스는 약 20여 평 규모로, 10석 남짓의 좌석이 마련돼 있다. 공간 안에는 창작과 독서에 방해되지 않는 차분한 음악이 흐르고, 이용자를 맞이하는 작은 쟁반과 컵, 짧은 문장의 엽서가 놓여 있다. 의도적으로 단정하게 구성된 공간은 이용자가 스스로 집중의 리듬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이용자는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공간비를 결제한 뒤 음료를 고르고 자리를 정해 머무르면 된다. 노트북을 들고 글을 써도 되고, 책을 읽다 마음에 남는 문장을 필사해도 괜찮다. 스마트폰 사용이 집중을 방해한다면 1층 서점에 잠시 보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서점 ‘잘익은 언어들’에 놓여진 안내사항. /전현아 기자

현재 공간 익스는 서점 ‘잘익은 언어들’ 운영 시간에 맞춰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설 연휴 기간에도 설날 당일을 제외하고 문을 열 계획이다. 운영진은 당분간 시범 운영을 이어가며, 이용자들의 체류 방식과 필요에 따라 공간의 운영 방식과 구성 역시 유연하게 조정해 나갈 예정이다.

공간 익스는 읽고 쓰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둘러싼 관계와 흐름을 확장하는 시도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읽기와 쓰기를 매개로 한 소규모 큐레이션 페어인 ‘문구 페어’와 플리마켓 등을 통해 창작자와 독자가 느슨하게 연결되는 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읽고 쓰는 삶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다.

도서관이나 카페에서도 독서와 글쓰기는 가능하다. 그러나 익스는 보다 개인적이고 사적인 시간에 방점을 찍는다. 이 대표는 “시장성이나 효율보다, 혼자인 시간을 방해받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며 “아직은 실험 단계지만, 읽고 쓰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전현아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읽고 #쓰기 #독서 #잘익은 언어들 #익스 #공간 #서점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