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넘어서는 피지컬 AI 수도 될 것…현대차 투자는 그 서막” “낙후 이미지 벗고 첨단산업 심장부로 도약…전북의 대전환” 정의선 회장과 90분 대화…1200p 보고서로 일군 1조 원 기적 “전북일보가 깃발 들어야…도민과 함께 천지개벽 이룰 것”
지난 2022년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열풍 속에서 정치권에서 ‘피지컬 AI(Physical AI)’라는 화두를 가장 먼저 던진 이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다.
22대 국회 등원 직후부터 ‘AI(인공지능) 조찬포럼’을 이끌며 스스로를 ‘피지컬 AI 전도사’라 명명했던 그는 이제 전북의 지도를 바꿀 거대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지휘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9조 원 규모 새만금 투자 발표와 정부의 1조 원대 ‘전북 피지컬 AI’ 사업 확정은 정 장관이 뿌린 씨앗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전북일보는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정 장관을 만나 ‘피지컬 AI’가 왜 전북의 운명을 바꿀 ‘신의 한 수’인지, 그리고 현대차 투자유치 뒤에 숨겨진 드라마틱한 비화를 들어봤다.
◇대담=김준호 서울본부장
- 22대 국회 등원 직후부터 ‘피지컬 AI’를 주창하셨습니다. 당시 전 세계가 챗GPT같은 생성형 AI를 주목하고 있을 때 다소 생소했던 이 분야에 집중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은 거대한 충격이었죠. 하지만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화면 속 언어모델인 생성형 AI는 미국과 중국의 천문학적인 자본력과 컴퓨팅 파워를 우리 힘만으로 따라가기엔 벅찬 면이 있습니다. 반면 ‘피지컬 AI’는 다릅니다. 이는 소프트웨어에 갇힌 AI가 아니라 로봇, 자율주행차처럼 물리적 공간에서 직접 몸을 쓰며 구동되는 AI를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제조업 기반과 생태계를 갖춘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하는 제조역량에 AI를 결합한다면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이것이 낙후된 전북의 미래를 바꿀 유일하고도 확실한 ‘신의 한 수’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 ‘피지컬 AI’ 관련 예산 확보 과정이 매우 드라마틱했다고 들었습니다. 당초 정부안에서 제외됐던 예산을 의원실 차원에서 직접 기획해 관철시키셨다고요.
“기획재정부는 전례가 없는 새로운 예산 항목을 만드는 것을 극도로 꺼립니다. 그래서 저희 의원실이 독자적으로 달려들었습니다. 무려 1200페이지 분량의 사업기획보고서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논리와 데이터로 무장한 이 보고서가 결정적 무기가 됐죠. 이를 통해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설득했고, ‘불가능을 가능케 했다’는 평과 함께 예산 수립을 위한 사전검증 예산 219억 원과 예타 면제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 2025년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추경에서 총사업비 1조 원 규모의 ‘전북 피지컬 AI’ 사업 유치와 GPU 1만 3000장 구매를 위한 1조 4600억 원의 예산까지 세우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 지난 2월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만금에 9조 원이라는 파격적인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그 이면에 장관님과 정의선 회장의 만남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후문입니다.
“지난해 9월이었죠. 현대차 계동 본사에서 정 회장을 만나 1시간 반 넘게 깊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장재훈 부회장, 성 김 사장도 배석했죠. 당시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후 ‘로봇을 어떻게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연결할까’를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과기부 차관 출신인 박윤규 정보통신연구원장과 함께 정 회장에게 제안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피지컬 AI에 올인한다. 전북이 그 선도지역이 됐다. 이건 1조로 시작해 100조, 1000조 원 시장으로 갈 산업이다’라고요. 그날의 대화가 전환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정 회장과의 만남 이후, 김관영 전북지사와 공조를 이뤘다고요.
“정 회장과의 회동 이후 즈음, 김 지사도 현대차그룹의 신산업 투자 계획 밑그림을 입수했어요. 그래서 제가 김 지사에게 ‘빨리 경영진을 만나라’고 독려했죠. 이후 장재훈 부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경영진과 여러 차례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9월 이후에만 세 차례 정도 회동했습니다.”
- 정 회장과의 만남 이후 현대차 내부 기류가 바뀌었나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그 전엔 현대차 실무진도 오너에게 확신 있게 보고를 못하던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저와의 대화 이후 정 회장의 입에서 직접 ‘피지컬 AI’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올 신년사에서는 아예 피지컬 AI를 화두로 내세웠습니다. 오너의 결단이 실무진의 움직임을 가속화시킨 셈입니다.”
-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의 만남이 현대차의 새만금 투자에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정 회장과 이재용 삼성 회장이 젠슨 황을 만난 이른바 ‘깐부 회동’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GPU 26만 장 공급 약속이 이뤄졌는데, 이 막대한 컴퓨팅 인프라를 돌릴 거점이 필요했습니다. 전북이 구축 중인 피지컬 AI 인프라와 현대차의 로봇 야심이 새만금이라는 공간에서 하나로 묶이게 된 것이죠. 이것이 현대차가 새만금 투자를 확신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 현대차의 새만금 투자 협약식에서 정의선 회장이 건넨 ‘본심’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행사 직전 정 회장을 따로 만났는데, 정 회장이 ‘툭’하고 진심어린 이야기를 하더군요. ‘울산보다 여기(전북)를 더 키워보려고 한다’는 취지의 말이었습니다. 현대차 내부적으로는 기존 공장이 있는 울산과의 관계 때문에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지만, 그것은 정 회장의 확고한 미래 비전이었습니다. 우리 전북 도민들도 (정 회장의 미래 비전처럼) 그렇게 내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가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대차는 이제 차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로봇 기업으로 변신 중입니다. 산업화 시대에 울산이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었다면, AI 시대에는 전북이 그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 울산이 자동차 도시였다면, 전주와 새만금은 이제 ‘피지컬 AI의 수도’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입니다.”
-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와 ‘전북 피지컬 AI’와는 어떻게 연계됩니까.
“전북 피지컬 AI 사업은 거대한 R&D(연구개발) 플랫폼입니다. 저의 구상은 R&D 인프라가 대기업 유치를 이끌고, 대기업이 들어오면 다시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였는데, 이번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로 (제 구상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현대차는 전북 피지컬 AI사업 추진 컨소시엄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현대차와 협력해 대규모 R&D를 진행하고, 그 결과물은 현대차 등 여러 기업의 제조 과정에 쓰일 것입니다. 더불어 전북 피지컬 AI사업으로 구축된 실증센터에서 현대에서 개발한 피지컬 AI가 생산 현장에서 제대로 쓰일 수 있는가를 테스트하게 될 것입니다.”
- ‘피지컬 AI’라는 용어가 도민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쉽게 말해 ‘몸을 쓰는 AI(인공지능)’입니다. 소프트웨어에 갇힌 AI가 아니라 로봇처럼 물리적인 몸을 갖고 움직이는 AI죠. 피지컬 AI 적용 범위는 제조‧의료‧농생명‧푸드테크‧국방 등 무궁무진합니다.”
- 구체적으로 전북에 어떤 인프라가 구축됩니까.
“전북에 ‘테스트 플랫폼 밸리’가 조성됩니다. 물류로봇, 정밀조립, 푸드테크 등 8개 분야의 실증 테스트베드가 핵심입니다. 전국의 기업들이 전북에서 검증을 거쳐야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거죠. 여기에 국산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의 NPU(신경망처리장치) 기술실증 스테이션을 구축해 상업화를 돕고 KAIST가 총괄하는 ‘협업지능’ 연구를 통해 중소기업 공장 현장까지 AI를 확산시킬 로드맵을 가동할 것입니다.”
- 전북이 이 거대한 흐름을 타기 위해 준비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건 ‘피지컬 AI 밸리’라는 생태계를 만드는 겁니다. 전주는 R&D와 테스트베드, 새만금은 산업과 생산기지로 역할 분담을 해야 합니다. 특히 가상공간에서 로봇을 훈련시키는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같은 시설을 반드시 가져와야 합니다. 수도권과 경합 중이지만 우리는 ‘몰빵’해서라도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더불어 전북도민 모두가 대한민국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AI 친화 도민’이 되도록 대대적인 교육 붐도 일으켜야 합니다.”
- 인재 양성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로 꼽힙니다.
“결국 핵심은 사람입니다. 전주역을 중심으로 연구·교육·교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KTX를 타면 서울역에서 1시간 반, 새만금까지 30분이면 닿는 초연결 구조를 만들면 충분히 인재를 끌어올 수 있습니다. 지리적 불리는 교통 인프라로 해결하고, 전주와 김제의 행정통합을 통해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 전주와 김제 통합을 주장하고 계시는데, 그 배경이 무엇인지.
“이건 단순한 지역통합이 아닙니다. ‘피지컬 AI 수도’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 결단입니다. 전주와 김제가 합쳐지면 고속철도·고속도로·항만·국제공항을 모두 갖춘 대한민국 유일의 도시가 됩니다. 광주나 대전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죠. 저는 전북특별자치도 청사도 새만금으로 가야 전북이 진정한 세계적 메카가 된다고 봅니다.”
- 통합과 관련해 해당 지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완주와의 통합이 무산된 상황이라 우려도 큽니다.
“완주 쪽 상황에 대해 대통령도 실망이 컸고, 조심스러운 분위기인 건 맞습니다. 저는 10년 전부터 김제·전주 통합을 얘기했어요. 그때는 반대가 굉장히 심했죠. 하지만 이번에는 가능성이 보입니다. 광주·전남의 통합 논의와도 보조를 맞춰가며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 통일부 장관으로서 구상하고 계신 ‘평화경제’와 전북과의 연결 지점이 있는지.
“남북교류의 문이 열리면 전북이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농생명 기술, 새만금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피지컬 AI 교류협력’이라는 블루오션을 전북이 개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산업화가 뒤처져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AI 도입에 대한 열망이 높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 현재 전북은 대전환의 시점을 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관련해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IT강국의 초석을 놓았듯, 지금 전북은 피지컬 AI로 천지개벽할 기회를 맞았습니다. 전북일보를 비롯한 언론과 도민들이 함께 깃발을 들어야 합니다. 현대차 9조 투자를 시작으로 더 많은 대기업을 유치해 전북을 세계 1위의 AI 메카로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도민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북이 ‘대한민국 AI의 수도’이자 ‘AI 교육 1등 지역’이 될 때 전북의 미래는 바뀝니다. 이 거대한 전환에 도민 여러분께서 자부심을 가지고 함께해 주십시오.”
*정동영은...‘대중 정치인’ 넘어 ‘피지컬 AI 전도사로’
1953년 전북 순창 출생. 5선 중진의원. 전주북중-전주고를 거쳐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웨일스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MBC 뉴스데스크의 간판앵커로 신뢰의 상징이었던 그는 1996년 정계 입문 이후 열린우리당 의장, 제17대 대선 후보 등 한국 정치의 격동기를 거쳐왔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들어 20년 만에 다시 통일부 수장으로 귀환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9·19 공동성명과 개성공단 착공을 주도하며 남북관계의 황금기를 연 ‘전략가’였던 그가 주목한 것은 ‘피지컬 AI’.
통일부 장관과 국회의원, 민주당 지역위원장(전주병)이라는 ‘1인 3역’의 가파른 일정 속에서도 그는 ‘피지컬 AI’ 전도사로 변신해 전북의 미래 백년대계를 바꿀 첨단산업, 즉 ‘피지컬 AI’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국무회의장에서 연출된 장면은 ‘피지컬 AI’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정 장관은 통일부 업무 범위를 넘어 돌연 ‘피지컬 AI와 전북’ 이야기를 꺼냈다.
이 대통령이 “장관님, 갑자기 왜 전북 이야기를 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는 물러서지 않고 답했다. “이것은 단순한 지역 민원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성장을 위한 국가적 민원입니다.” 진정성 어린 호소에 김경수 당시 지방시대위원장이 가세했고, 결국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국토균형발전 연계로 화답했다.
최근엔 전북 출신 중앙공무원 및 인사들의 친목 모임인 삼수회(三水會) 회장으로서 지역의 현안을 국책사업화하는 네트워크의 중심축 역할도 하고 있다.
정리=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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