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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사람과 서사, 문화를 품은 로컬창업의 가치

이수영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로컬창업본부장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는 습관처럼 과거의 정답을 찾곤 한다. ‘수천억 원을 들여 대규모 산업단지를 짓고, 굴지의 대기업을 유치하면 다시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이다. 하지만, 이제 지역을 살리는 힘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단단하게 뿌리내리는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

서울의 ‘MBC 시사교양국 PD’는 어느날 연고도 없는 김제에 내려와 폐가를 고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바라온 로컬은 인프라가 부족하고 낡은 ‘결핍’의 공간이지만, 기획자였던 그의 눈에 비친 김제는 자본으로도 살 수 없는 ‘여백’과 ‘독보적인 오리지널리티’를 지닌 곳이었다. 탁 트인 너른 마당, 지평선이 보이는 풍경, 100년의 이야기가 담긴 촌집. 치열하게 경쟁해야만 버틸 수 있는 도시를 떠나, 그는 마음껏 스케치할 수 있는 로컬이라는 거대한 캔버스를 발견하고, 기록했다. 그 진정성은 28만의 구독자를 생기게 했다.

한 사람의 진실한 서사가 공간에 뿌리내리자, 놀라운 화학 작용이 일어났다. 빈집을 개조한 ‘오느른 오피스’와 논 한가운데 ‘오느른 책밭’은 전국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강력한 앵커 스토어가 되었다. 이 매력적인 거점이 생겨나자,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들었다. 자수 공방, 베이커리, 로컬 와인숍 등 각자의 색깔을 가진 스몰 브랜드들이 낡은 거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거대 자본이 억지로 조성한 상권이 아니라, 결이 맞는 로컬창업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로컬 브랜드 생태계를 구축해 낸 것이다.

개인의 치유 기록으로 시작된 그의 시도는 이제 본격적인 로컬 비즈니스로 다시 출발선에 섰다. 2026년 청년마을 ‘논논’ 을 통해 마을 방송국을 세우고, 더 많은 청년들이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다음 스텝을 밟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겪은 것 이상의 현실적인 벽과 수많은 고난이 있을 것이다. 자본의 한계, 인력 확보의 어려움, 지역 사회와의 끊임없는 조율 등 넘어야 할 산이 숱하게 많다.

하지만 큰 자본이나 기업의 유치라는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지역의 소멸을 막을 수 없다. ‘사람’의 체온이 담긴 진실한 삶과 공간이 결합할 때 비로소 지역이 변화할 수 있음을, 우리는 이 기업의 서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역가치를 내재한 지역성과 기업성, 가치의 확장성은 혼자의 힘으로는 너무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것이 나보다 한 단계 위의 기업가들과 생태계 조성자들인 다양한 투자사, 마케터, 기획자, 기관 등과의 다양한 밀도 있는 만남이다. 장기적 생태계에 대한 선배들의 헌신 속에서 만남은 기회를 만들고, 기회는 성장과 확장의 계기가 되며, 서로를 이끌어주는 힘이 된다.

더 많은 창업가들이 전북에서 지역의 이야기와 자원으로 안심하고 다양한 실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책은 한발 앞서야 한다. 기존 산업의 빠른 성장과 대규모 확장의 전제 속에서 지금 그 성과는 과연 어디에 어떻게 축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로컬의 창업생태계를 성장시키기 위한 집단지능을 키우고, 매력적인 전북의 자원을 활용할 인재와 기업가를 키우고, 유입하여, 성장과 협력의 기반을 만들고 장기적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사업과 펀드를 든든하게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 정책으로 ‘로컬 창업’을 한 축으로 확실히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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