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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음계가 증명하는 인류의 연결성, 영화 ‘킬러 뮤직’으로 전주 찾은 ‘마이티 포포’

제8회 아프리카영화제 상영작 ‘킬러뮤직’ 제작자이자 뮤지션 마이티 포포
평화와 정의 그리고 사랑 필요…“음악은 국경을 넘는 다리, 삶에 닿길”

지난 12일 전주영화제작소 여행자라운지에서 제8회 아프리카영화제 상영작 ‘킬러 뮤직’의 제작자이자 세계적인 뮤지션 ‘마이티 포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은 기자

"모든 꽃은 작은 씨앗에서 피어납니다.“

제8회 아프리카영화제 참석을 위해 생애 처음 전주를 찾은 마이티 포포(본명 자크 무리간데)가 영화제의 서사를 씨앗에 빗대어 건넨 말이다. 예술이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씨앗에서 시작해 단단히 뿌리를 내리는 과정임을 그는 삶으로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르완다계 캐나다인 뮤지션이자 영화인인 포포는 영화제 상영작 <킬러 뮤직(Killer Music)>의 제작자이자 작가이기도 하다. 캐나다 주노 어워드(Juno Awards) 수상자인 그는 이번 작품에서 각본과 제작, 음악을 직접 도맡으며 르완다의 역사와 공동체의 기억을 스크린 위에 촘촘하게 직조해낸다.

포포의 음악 인생은 타인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과정이었다. 예명 ‘마이티 포포’는 캐나다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하던 초창기, 동료 하모니카 연주자 래리(Larry)가 작고 마른 그를 ‘강력한 포포’라고 장난스럽게 소개하며 얻은 이름이다. 사람들의 웃음 속에서 탄생한 별명에 대해 그는 “타인에게 기쁨을 주는 정체성을 갖게 되어 기쁘다”며 웃었다. 누군가 건넨 따뜻한 호칭이 한 사람의 음악적 근간이자 인류애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자라난 셈이다.

지난 12일 전주영화제작소 여행자라운지에서 만난 포포는 전주라는 공간이 지닌 에너지에 깊이 매료됐다고 고백했다. 금산사와 한옥마을을 거닐며 감지했다는 ‘고대의 에너지’는 종교적 경계를 넘어선 철학적 교감이었다. 그는 전날 만난 금산사 주지 스님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지구 본연의 에너지가 사람과 사람, 인간과 자연을 잇는 보편적 매개로 작동한다”며 “한국에 머무를 수 있다면 전주에 살고 싶을 만큼 이곳의 고즈넉한 기운이 좋다”고 말했다.

이러한 보편성은 음악 영역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금산사 주지스님의 산스크리트어 불경에 그가 자연스레 화음을 얹었을 만큼, 아프리카 전통 음악과 블루스, 그리고 사찰의 창(唱)이 모두 ‘5음계(Pentatonic)’라는 공통의 언어를 공유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적 융합’이 결코 학습으로 터득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단언한다. 문화적 맥락을 체득하며 살아왔기에 블루스, 포크 등 서로 다른 장르들이 자연스럽게 융합될 수 있었고 자신만의 ‘월드뮤직’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 노예들의 고통이 뉴올리언스의 블루스로 피어났듯이 제 음악 또한 삶의 궤적이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획 중인 프로젝트 ‘고스트 노트(Ghost Note)’를 준비하며 그는 AI를 곡의 객관적인 평가 도구로 활용하면서도 ‘예술’로 논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술이 생산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예술의 원형인 인간의 물리적 경험과 교감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게 포포의 논리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남긴 흔적이 예술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평화와 정의, 그리고 사랑. 그가 음악과 영화를 통해 길어올리는 언어들은 흔하고 평범하다. 그러나 시대와 국경을 넘어 인류가 지향해야 할 근원적 가치라는 점에서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예술은 그저 기술을 뽐내는 것이 아니에요. 삶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죠. 서로 다른 문화가 음악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와 사랑이 시작된다고 믿어요. 그래서 제 작품들이 국경을 넘어, 언젠가 당신의 삶에도 그런 다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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