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4 23:30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기획 chevron_right 전북의 기후천사

[전북의 기후천사] 불완전해도 괜찮아…기후 위기 맞닥뜨린 지구를 위한 실천 ‘비건’

“공장형 축산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배출량이 얼마인지 아세요? 우리가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다짐하면서 쓰레기 배출을 줄여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의 양인데 상상이 되세요?” 지난 18일 지향집에 진행된 인터뷰 중 전주비건위크 운영자인 정운경(40·활동명 아리엘)씨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5분의 1가량이 가축에서 나온다. 소가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25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식이 탄소 절감에 중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육식은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간이 소고기를 먹기 위해 지구 허파인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며 소를 목축하고 있어서다. 그렇게 키워낸 소들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연간 최대 1억800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4년째 비건(Vegan·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채식주의)을 지향하며 살고 있는 아리엘은 인터뷰 내내 이렇게 말했다. “완벽한 비건이 될 필요는 없다.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비장하고 선언적인 외침의 ‘비건’이 아닌 지속가능한 내일을 담보하기 위한 실천이라고 강조한다. △ 시행착오 속 나만의 비건 음식 찾기 요가 강사인 아리엘은 2021년부터 먹는 걸 바꿨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이 생겼다.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과 생태계 오염 뉴스를 접하면서 스스로 ‘쓰레기를 줄여보자’ 다짐했다. 그 즈음 우연히 <시간과 물에 대하여>라는 환경서적을 읽게 됐다. 그때 그는 육류를 먹는 행위가 환경을 파괴시키는 절대적 악(惡)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거창한 이유보다는 자연스레 ‘비건’을 선택하게 됐다. 아리엘이 비건 지향의 첫 단계로 실천한 것은 ‘덩어리 고기’ 소비 금지였다. 그리고 점차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바꿔나갔다. 물론 냉동 만두나 가공식품에 포함된 고기까지 금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맛있는 비건 음식에 대한 욕구가 더욱 강렬했을지도 모른다. 아리엘은 스스로 맛있는 비건 음식을 먹으리라 다짐했고 각종 채소로 카레를 만들어 먹거나 남은 식재료를 조합해 보리쌈밥, 두부면 국수, 두부 토마토볶음 등 다양한 비건 집밥을 해먹었다. 그는 “(채소 식사가)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식재료 구입 비용이 줄어들었고 고기와는 차원이 다른 미식의 세계를 알게 됐다. 기름기가 적다 보니 속이 편안하고, 조리 시간도 단축돼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렸다. △채식 커뮤니티와 만남…‘함께’라는 즐거움 비건을 지향하는 삶은 결코 쉽지 않다. 아리엘은 한국 외식 문화에 고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척 크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다. 그래서 비건을 선언한 후 친구들과 약속 있을 때마다 식당을 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과거보다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주에서도 비건 식당이 차츰 증가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과 음식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아리엘은 채식을 하면서 사적인 만남이나 외식 관련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지속가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눈앞의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혼자서 속앓이를 하던 그는 각종 비건 블로그에서 전주비건맛집을 찾게 됐고, 전주비건위크라는 소모임에 합류하게 됐다. 온라인상의 채식 커뮤니티는 아리엘이 몰랐던 ‘지속가능한 삶’에 한 발 가깝게 만들어줬다. 일상에서 먹는 음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비건 요리법을 터득할 수 있었기 때문. 아리엘은 “채식은 보통 홀로 실천하고, 지역에서는 극소수가 한다"면서 "그러나 함께 채식하는 사람이 있음을 인지하게 되면 지속가능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당신에게 비건이란?…내일을 위한 선택 비건을 지속해온 이들은 대부분 채식에 대한 강박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혹시 동물성 원료를 먹게 되더라도 자책하기보다는 지속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리엘은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채식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무엇을 먹고 있지?’‘ 앞으로 내가 살아갈 미래는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기후위기라는 문제로까지 확장됐다. 아리엘은 “저에게 기후위기는 아직은 먼 이야기”라면서도 “제가 먹는 음식과 가족들이 섭취할 음식을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후위기까지 생각이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아리엘은 인터뷰를 마치고, 친구 2명과 함께 손수 비건 집밥을 만들어 먹었다. ‘비건’을 지향하는 아리엘의 친구들로 이들은 "비건은 한번쯤 시도해볼만한 경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건 지향의 삶이 결국 궁극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자 나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었다. 아리엘은 “뉴스를 보면서 환경문제 같은 것들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며 “기부를 하거나 재활용을 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 기획
  • 박은
  • 2025.10.20 18:35

[전북의 기후천사] 기후 위기와 생태 이슈에 다가서는 예술적 실험들

자르고 남은 종이들로 전시된 공간을 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에게는 정돈되지 않은 풍경처럼 보이겠지만 예술가의 눈에는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사용하고 소모하는지를 되묻기에 더할 나위 없는 아이디어로 다가왔다. 작업 후 남겨진 조각들을 마주하며 ‘쓸모없어짐’이라는 감각을 상기시키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떠올린 것. 김규리(38) 작가는 자르고 남은 종이 위에 독백 형식의 글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종이를 수집하고 글을 작성해 메일로 발송하는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2025년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규리 작가는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는 환경과 기후 위기 같은 주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재밌게 질문할 수 있는 실험의 장”이라며 “환경처럼 일상에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문제들을 예술에 접목해 대중들이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부터 전주문화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예술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예술의 역할과 방식을 고민하고 예술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실천적 방안 모색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는 ‘예술가의 질문’을 주제로 생태 이슈와 창작활동을 연계한 예술실험 프로젝트가 하반기까지 운영된다. 예술가의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결합해‘환경’과 ‘기후’에 대한 관점을 다각화할 수 있도록 실험 과정을 아카이빙하고 시민과 공유하는 것이다. 기존 환경담론의 인식전환을 위해 예술실험을 운영해 온 전주문화재단은 올해 총 5개 팀을 선발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문화예술적 접근방식을 다각화하기 위해 나이와 전공, 예술 분야도 구분하지 않았다. 그렇게 선발된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환경 이슈는 무엇일까. 2025년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조민지·김규리 작가를 지난 9일 팔복예술공장에서 만나 ‘기후 위기’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세 번째 참여한다는 조민지(34) 작가는 환경에 관한 담론 형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후 위기’에 대한 이슈에 예술가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이제는 ‘경각심’ 차원의 메시지 전달을 넘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 조민지 작가는 환경과 생태를 둘러싼 감정과 언어 태도의 균열에 주목했다. 조 작가는 전북지역 시각예술가들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무해한 예술실험’을 결성했고 올해는 그룹으로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무해한 예술실험은 ‘감각 회복’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무뎌진 감수성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 활동한다. 조민지, 김의진, 노진아, 박은필, 한준 등 5명의 예술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환경 문제를 바라보고, 환경 문제에 대한 여러 감각과 인식의 차이를 대화할 수 있도록 실험의 장을 만든다. 조 작가는 “사람들이 환경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도입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각종 매스컴에서는 기후위기, 생태 이슈를 말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과연 실제로 체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직접 몸으로 느껴야만 관련 이슈에 대한 인식이나 생각들이 피어오르지 않을까? 그 사실을 알게 하려면 감각을 회복시키는 것이 먼저 필요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무해한 예술실험에서는 기후 위기나 생태 이슈를 말하기에 앞서 시각과 청각, 후각과 미각, 촉각 등의 원초적 감각들을 동원해 자료를 채집한다. 5명의 예술가가 직접 채집해 온 감각들을 토대로 자극을 마주하고, 발생한 자극으로 기후 위기와 생태 이슈를 체감하게 한다는 의도이다. 기후 위기나 환경에 관한 이야기가 정보에 의해 선동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조 작가는 “나의 관념이나 생각이 여러 정보로 인해 희석되거나 휩쓸리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했다. 주체성을 가지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객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기후 위기가 자연의 위기는 아니고 인간의 위기라고 보인다. 어쩌면 인간의 사고방식으로 자연과 생태계를 들여다보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예술이라고 감성적으로만 관련 사안을 바라보지 않는다. 보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탐구해서 생태적 감각을 되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개인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규리 작가는 ‘버려짐과 남겨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콜라주 기법을 활용해 시각화한다. 작가가 선택한 이미지와 버려진 이미지 사이에서 자신이 생각하고 깨달은 이야기를 참여형 전시와 구독 메일로 풀어낼 예정이다. 김 작가는“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다룬 프로젝트들은 많다. 그렇다면 실제 환경에 필요한 프로젝트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환경을 이야기하기 위해 더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기도 한다. 지금은 환경이나 기후위기를 돈이나 사업으로 보기도 한다”라고 짚어냈다. 따라서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거창한 담론을 형성하기보다는 대중들에게 예술가의 질문을 흥미롭게 생각해서 곱씹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환경단체에서 말하는 전문적인 논리나 이야기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시선을 이미지로 각인시켜 기억하게 만드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말미에 조민지·김규리 작가는 프로젝트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생각하고 문화예술적으로 접근하는 시도 자체가 흥미롭다는 것이다. 현상을 전달하고, 예술가의 시각과 해석을 덧대 새롭게 탄생한 창작물이 제3자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다는 점도 즐거움의 요소라고 했다. 그러니 앞으로도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기후 위기와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실험의 장이 생겨나길, 그래서 최소한 환경과 공존하고 지킬 수 있는 예술 방식의 아이디어를 전해주기를 바란다.

  • 기획
  • 박은
  • 2025.08.11 17:50

[전북의 기후천사] "지속가능한 축제를 위하여"…쓰레기와 '헤어질 결심'

바야흐로 축제의 시대다. 매월 다양한 축제들로 빼곡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계획된 종합 축제는 모두 1214개다. 하루 평균 3.3개의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전북에서도 올해 89개의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그렇다면 축제가 끝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 일회용품과 남은 음식물이 가득한 종량제 봉투가 산을 이룬다. 1회 행사에 5,000명이 방문한다고 가정하면 100리터 종량제 봉투 150개 이상이 쌓인다고 한다.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방문하는 축제에는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쌓일지 상상이 되는가? 최근 전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전주문화재단의 주최로 ‘지속 가능한 축제 문화 조성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2022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쓰레기 없는 축제를 위한 시민 공동 행동(이하 쓰없축) 활동가들도 참여해 지역 축제 현장에서의 폐기물 문제 해결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주요 의제인 ‘쓰레기 없는 축제 만들기’는 지자체만 결심하면 되는 일 아닐까 싶었다. 서글프게도 아니었다. 지난 2021년 ‘공공기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실천 지침’이 제정됐다. 지침은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회의나 행사에서 일회용품 등의 사용을 최소화하도록 ‘권고’한다. 전주시에서도 2023년 최서연 의원 발의로 ‘1회용품 사용 줄기이 활성화 조례’가 제정됐다. 문제는 둘 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축제를 주관하는 지자체, 기관, 개인 의지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편리성과 자극 추구가 최우선인 축제에서 쓰레기와 일회용품을 줄이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 축제, 쓰레기와 헤어질 결심 2021년부터 쓰레기 없는 비건 장터 ‘불모지장’을 운영해 온 정은실(39) 전주시 자원순환 정책 포럼 위원장은 쓰레기 없는 축제 만들기 의제 실행에 집중해 왔다. 흔히들 축제는 일상의 권태로움을 날릴 비일상적인 순간으로 인식하지만, 환경운동가 입장에서는 지구를 학대하는 주범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 순간의 재미, 자극적 추구를 위해 하루 동안 쏟아지는 폐기물의 양은 숫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는 게 정은실 위원장의 설명이다. 재작년 쓰없축에서 실시한 축제 모니터링 결과, 방문객 1인당 최소 5~6개의 일회용품이 배출됐다. 지역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축제 모델들이 생겨났다. 나름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다. 지난해 2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순창 떡볶이 페스타’는 축제장 전체를 일회용품 없는 친환경 구역으로 만들었다. 다회용기 사용과 플로깅, 종이 없는 모바일 리플릿 운영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의 친환경 운영으로 주목받았다. 이처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민과 행정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문제였다. 결심만 하면 가능한 일이 되는 것이다. 지난 11일 전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은실 위원장은 이에 대해 “지속 가능한 축제는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쓰레기 없는 축제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감수할 수 있는 불편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6년째 불모 지장을 운영하는 그는 일회용품 없이도 축제를 운영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판매자와 구매자의 인식 전환에 힘썼다. 덕분에 불모 지장에서는 다회용기와 장바구니 사용이 자연스럽고 당연해졌다. 정 위원장은“기후 위기 시대에서 축제를 바꾸는 것은 제도와 시민의 공동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며 “누가 바뀔까가 아니라, 서로 조금씩 바꾸면서 실험하고 시도해야 지속 가능한 축제 문화가 조성 된다”고 강조한다.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행정과 활동가 시민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행정에서는 예산 확보와 운영 매뉴얼·시스템 도입과 같은 구조적 변화로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활동가들은 불편의 기준을 설정하고, 시민들은 기준을 세우는 데 동참하는 의지를 보여줘야 ‘지속성’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축제 대부분이 지자체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과업 조건에 △일회용품 없는 축제 운영방식 △다회용기 사용 구조 △쓰레기 분리배출 계획 등을 명시하고 의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그는 “당장 쓰레기를 만드는 방식을 멈추고, 기후 위기를 장식처럼 소비하는 것을 멈추고 구조적 전환을 미루는 행정의 시스템을 멈춰야 한다”고 경고하며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쓰레기 배출을 부추기는 행동을 멈추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축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모든 걸 멈춰야 그 다음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린워싱 함정에 빠지면 안 돼” 환경단체 프리데코의 모아름드리(33) 대표는 쓰레기 없는 축제가 가능해지려면 무늬만 친환경인 ‘그린워싱’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부 기관에서 방문객에게 리유저블컵(다회용 컵)을 굿즈로 제작해 증정하는 이벤트는 새로운 쓰레기 발생만 일으키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다회용기를 도입한 것처럼 홍보하고 사용률은 10~20% 밖에 되지 않는 기관 축제들도 빈번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사용률이 적다 보니 쓰레기는 쓰레기대로 계속해서 발생해 ‘친환경 축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고 했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프리데코는 오는 8월 열릴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다회용 컵 도입을 제안했다. 평소 지속가능한 축제에 관심을 보여 온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프리데코의 제안을 수용해 축제장에 다회용 컵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프리데코에서는 다음달 8일까지 시민들에게 용량 500ml 내외의 텀블러와 물병을 기부받는다. 모아름드리 대표는 “시민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텀블러 위주로 기부를 받고 있다”며 “새로운 상품이 아닌 기존에 사용했던 텀블러를 깨끗하게 열탕 소독해 다시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표는 단순히 보여주기식 친환경 축제가 아닌, 지속가능한 축제로의 전환을 위한 시도라고 했다. 그는 “남이 쓴 텀블러를 찝찝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더 이상 축제에서 편리성만 찾을 수 없다”며 “불편함을 감수해야 우리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까 싶다. 자원이 계속 순환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불편함을 제안하고 실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기획
  • 박은
  • 2025.07.14 18:40

[전북의 기후천사] 일회용품에 이별을 고함…지구 위해 용기(容器) 내 보았습니다

얼마 전 아이 엄마가 된 친구와 저녁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식사 준비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잠시 고민하던 친구는 아이를 돌보느라 집 밥 대신 주로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답했다. 쉽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배달음식을 종종 시켜먹고 있지만 음식이 담겼던 용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현타(현실을 자각하는 순간을 뜻하는 신조어)가 크게 온다고 했다. 자신은 한 끼 식사를 배달시켰을 뿐인데, 배출되는 일회용품의 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직접 요리를 하거나 외식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늘어나는 일회용품은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상이 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기자도 직접 다회용기를 들고 음식점에서 포장 주문을 해봤다. 그리고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최대한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외출 시에는 개인 텀블러와 에코백을 지참하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제한해보자. 다회용기를 챙겨 음식점을 방문해 보니 생각보다 여러 모양의 그릇이 필요했다. 비닐에 낱개 포장 된 단무지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양념, 음료수를 담아주던 일회용컵까지…. 세트로 시키면 챙겨주는 음식이 한 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용기(容器) 하나만 덜렁 들고 주문하러 갔다가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소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간 음식점에 빈 용기(容器)를 들고 찾아갔다. 음식을 주문 과정에서 사용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을 줄인다면 그만큼 탄소 배출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귀찮은 것도 사실이다. 전화로 주문하면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편리한 세상인데 빈 그릇을 챙겨 음식점에 방문하는 게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음식을 주문할 때는 “제가 가져온 용기에 담아주시겠어요?”라고 용기(勇氣)내 한마디를 더 보태야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분들은 “모양이 흐트러져서 포장 용기에 담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가져온 빈 용기를 반납하기도 했다. 또 어떤 분은 취지를 공감하고 최대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매장 그릇에 음식을 담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쑥쓰러움을 이겨내고 며칠 간 용기를 내밀었던 행동이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활 속 기후행동을 실천한 이유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023년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민 1인당 배달 용기 연간 소비량은 568개(5.3kg)에 달한다. 생수페트병은 109개(1.6kg),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102개(1.4kg), 일회용 비닐봉투 533개(10.7kg) 등이다. 특히 분리 배출이 가능한 플라스틱 가운데 배달음식 포장재가 포함된 기타 폐합성수지류 항목이 2019년 하루 715.5t에서 2021년 하루 1292.2t으로 8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시에서도 지난 2021년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프로젝트 ‘용기 내 전주 캠페인’을 추진한 바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전주시와 소비자연합, 8개 외식업체는 업무협약을 맺고 6월부터 10월까지 용기내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전주의 음식점과 반찬가게에서 음식 포장시 일회용품이나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집에 있는 다회용기를 가져가 포장해오자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이다. 업소에 따라 100원~1000원을 할인받거나 음식 양을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후 용기내 캠페인은 중단됐지만 최근 다회용기 사용지원 사업을 통해 다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시청사 인근 커피전문점 10곳과 전주시청 및 거점건물 2곳에서 테이크아웃 시 다회용컵을 제공할 예정이다. 참여 매장에서 다회용컵에 음료를 판매하고 무인회수기를 통해 반납하면 쿠폰에 도장을 찍어주는 구조다. 쿠폰(음료 15잔)을 완성하면 참여 커피전문점에서 1000원이 할인 적용된다. 시는 덕진지역자활센터를 통해 컵을 회수한 뒤 전문 업체에서 세척해 다시 매장으로 공급하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장례식장 다회용기 대여 및 세척 서비스 사업은 지속 운영한다. 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장례문화 정착을 목표로 장례식장 접객실 내 다회용기 사용을 2023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올해도 자발적으로 협약을 체결한 4개 업체를 포함해 추진할 계획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강제로 규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시민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며칠 간 환경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실천하면서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시간 절약을 위해 음식을 미리 주문하고 음식 나오는 시간까지 확인해 부리나케 달려 갔지만 이미 포장이 되어있었고, 텀블러에 어묵국물을 담으려다가 “유난스럽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일회용품 줄이기에 나선다면 기후변화 시기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지 않을까.

  • 기획
  • 박은
  • 2025.05.25 18:24

[전북의 기후천사] 지구의 벗, ‘전북환경운동연합’이 실천한 기후행동은?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에서 실천하자’는 목표를 내걸고 1993년 첫 걸음을 내 딛었던 전북 환경운동연합은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모임에서 출발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이 속한 환경운동연합은 아시아 최대의 환경단체이자 세계 3대 글로벌 환경조직인 지구의 벗 한국본부이다. 이들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모두가 기후행동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빈방 불끄기, 플로깅, 다회용품 사용과 같은 기후위기 저항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한 단계 나아가 기후행동 ‘심화버전’을 실행할 때라고 말한다. 왜일까. 24일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장진호 활동가는 “사람도 자연의 한 구성원일 뿐”이라며 “매년 폭염, 폭설, 폭우, 산불 등 자연재해 빈도수가 잦아지고 있다. (기후위기를 막기에) 늦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다행히 아직 물이 엎질러지지 않았다. 생물다양성, 생태계 보존 등과 같은 것들에도 관심을 두고 기후행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탄소 흡수하는 ‘나무’…기후위기 대응 탁월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온실가스인 탄소를 저감하는 방법 중 가장 탁월한 방법으로 나무 심기가 있다. 탄소 흡수 효과가 높고, 한번 흡수한 탄소는 나무에 계속 저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규모로 숲을 조성하면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도심 온도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의 탄소흡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가급적 탄소가 덜 발생하는 방식으로 공원을 관리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상청이 공개한 세계기상기수(WMO) ‘전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State of the Climate 2024)’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수준보다 1.55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75년 관측 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사회가 합의한 1.5도 기후변화 마지노선을 넘어서게 된 셈이다. 또한 지난 10년간 전주시 일원의 식목일 평균 기온은 12.1도로 1940년대 8.3도에 비해 3.8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17년간 온난화 식목일 나무심기를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전주시가 매입한 도시공원 부지에 회원 모금으로 이팝나무, 산수유, 산딸나무, 때죽나무 등 교목 30그루를 심어 도심공원으로 가꿔나간다. 2023년에는 문학대공원, 2024년에는 완주군 혁신도시 소리공원에 나무를 심었다. 올해는 건지산 도시공원 매입지에서 온난화 식목일 행사를 개최했다. 장진호 활동가는 “온난화 식목일 행사는 도시공원일몰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도시공원을 전주시가 매입하고 그곳에 시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며 “녹지를 보존하고, 불필요한 개발을 막을 수 있어서 매년 시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 받은 전주, 원인 찾기 나선 ‘기후천사’들 올 초 어느 기후학자가 예측한 ‘4월부터 반팔’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상당수 지역의 낮 기온이 30도를 육박했다. 다가올 여름은 ‘살인적 폭염’이 예고된 만큼 내륙 분지형 도시인 전주의 여름은 더욱 아찔할 수밖에 없다. 지형적으로 대기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무더운 도시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전주시 기온을 측정하는 프로젝트를 청소년들과 함께 전개했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전주의 여름철 온도와 실제 체감온도 차이가 크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교육활동이다. '열(熱)받은 전주 기(氣)후천사 나선다’는 프로젝트는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오후 3시가 되면 전주시 곳곳에서 온도계를 손에 든 청소년들이 200여개 지점에서 한달에 한번 기온을 측정한다. 기후천사들은 지역의 열섬현상을 관찰하고, 지점별로 기온이 다르게 나타나는 원인과 전주시 열섬현상 저감 방법을 찾아보는 활동을 전개했다. 총 250여명의 청소년들이 '기후천사'로 활동했고, 이들은 기온측정을 토대로 지점별 온도 차이와 기온 값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봤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학생들이 스스로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기후행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활동들은 '청소년들이 만드는 전주시 열(熱)지도’ 인쇄물로 나왔다. 장 활동가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약 7년간 기온측정 데이터를 축적했다. 기후천사들은 매년 측정한 기온을 전주시 지도 위에 표시한 열지도를 제작했다"며 "청소년들에게 도시의 열섬현상이나 기후변화를 인식하게끔 하는 교육활동을 활발히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팬데믹 등의 이유로 단체활동이 점차 어려워져서 지금은 기후천사 활동이 잠시 멈춰있는 상태다. 조기대선 이후 기후천사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활동가는 인터뷰 말미에 ‘에너지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석탄화력 등의 발전 용량을 낮추고 재생에너지로 전환된다면 2050 탄소중립이 훨씬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후·환경문제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위기를 느꼈다면 제도적 틀 안에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높여 달라”고 강조했다.

  • 기획
  • 박은
  • 2025.04.27 17:29

[전북의 기후천사]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으로 1.5도씩 상승하는 지구 온도 낮춘다

쓰면 쓸수록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필요악이 있다. 우리나라 100가구 가운데 99가구가 사용하고 있다는 가전제품 에어컨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역대 최고 기온, 역대급 폭염 소식이 들려오고,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으로 불리는 현실이지만 에어컨은 여름철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돼버렸다. 하지만 에어컨을 펑펑 쓴다면 5년 뒤 우리가 살고 있을 미래는 ‘기후재앙’이라는 크나큰 부메랑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에너지를 더욱 효율적으로…전주시에너지센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달 30일 전주시 에너지센터에서 만난 이현세 팀장은 “이동할 때를 제외하고는 건물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긴 만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로 초래된 기후위기 시대에 모든 자원이 그렇지만, 건물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여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머리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에어컨 실내 적정온도 유지하기, 안 쓰는 가전제품 플러그 뽑아두기, 엘리베이터 대신 짧은 거리는 계단 이용하기 등과 같은 일상생활 속 작은 실천이 지구를 살리는 일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건물에서 에너지를 넘치게 사용하면 지구의 온도는 1.5도씩 상승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기후위기는 기후재난으로 다시 기후재앙으로 악화하는 일밖에 남지 않는다. 실제 기후위기 임계점이 가까워졌다는 경고음은 세계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해 추석까지 이어진 무더위, 벚꽃 시즌을 앞두고 폭설과 우박이 쏟아진 일본, 스페인에 하루 동안 쏟아진 엄청난 양의 비까지 기상이변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2022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전환을 목표로 문을 연 전주시에너지센터는 통유리창과 태양광 패널로 구성된 에너지 자립 건물이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에너지의 30~40%를 충당하고 있어, 에너지 절약과 효율개선을 몸소 실천하는 에너지 분야 중간지원조직이다. 건물 에너지의 효율화와 그린 리모델링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에 주력하고 있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 센터에서는 시민의식 개선과 정보전달 교육, 홍보활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건물의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사업과 정책 등을 수립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발 빠르게 주도해 나갈 방침이다. 실제 건물에너지의 효율성 등을 진단하고 분석하는 사업을 발전시켜 탄소배출 저감에 실질적인 효과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도 세운 상태다. 이 팀장은 “전주시에서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형태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에너지센터에서는 지역에서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나씩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강한 재생에너지 생태계 구축…전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에너지 자립 도시를 꿈꾸는 전주에는 미래 세대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물려주기 위해 햇빛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주시민햇빛협동조합이다. 2017년 창립한 시민햇빛협동조합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시민은 직접 생산시설을 갖추고, 그럴 수 없는 가구는 에너지협동조합에 투자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안으로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전주시 유휴부지였던 효자 배수지에 건립된 시민햇빛발전소 1호기는 발전 용량 100㎾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로 연간 12만 4100㎾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34가구(4인 가족 기준)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며, 약 500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처리할 수 있는 양의 이산화탄소가 줄어드는 셈이다. 출자한 금액에 따른 배당도 받을 수 있어 가정경제에 소소한 뿌듯함까지 덤으로 따라온다. 현재 시민햇빛발전소는 7호기까지 전주시 유휴부지에 건립된 상태이며 8호기는 오는 4월 완성된다. 지난달 30일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박은재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경우 2020년 기준으로 80% 이상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데서 발생한다”며 “에너지 전환이 되지 않고서는 탄소중립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에너지원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에너지전환’이 시급하다고 했다. 개개인의 생활 습관 변화만으로는 1.5도 지구 온도 상승을 막아내기에 충분하지 않기에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구조적‧제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목적은 온실가스 감축만은 아니다. 습관과 인식을 바꾸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재생 할 수 있는 에너지 전환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협동조합 창립의 핵심일지 모른다. 박 사무국장은 “조합에서는 햇빛발전소도 짓지만 에너지전환박람회 포럼과 같은 각종 행사와 조합원 교육 등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며 “탄소중립의 필요성과 에너지전환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키워야 재생에너지 확대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식이 바뀌면 결국 사회 전반에 탄소중립이라는 가치가 녹아들 것이라는 의미이다. 효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전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창립됐던 2018년 조합원수는 113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74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그는 “지금까지는 에너지산업을 정부와 공기업, 대기업에서 독점했다”며 “이제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우리가 만들어서 가까운 곳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탄소중립 문화를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조합에서도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기획
  • 박은
  • 2025.04.03 16:05

[전북의 기후천사] 김지훈 문화통신사협동조합 대표가 2년 째 '플로깅' 하는 이유는?

‘이 시간에 쓰레기를 줍는다고요?’ 1월 17일 금요일 오전 7시, 김지훈 문화통신사 협동조합 대표가 해도 뜨지 않아 어두컴컴한 아침에 서신동 천변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한 손에 봉투를 들고 보물찾기하는 사람처럼 천변 곳곳을 훑으며 쓰레기를 줍고 있는 그에게 슬쩍 물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쓰레기를 줍나요?” 2023년 연말부터 서신 천변에서 플로깅을 실천하고 있는 김지훈 대표는 튼튼한 팔다리와 짱짱한 허리만 있다면 누구든 기후 천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플로깅’은 길거리와 공원, 바닷가 등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위로, 기후 문제에 관심이 높은 M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 난 기후 행동으로 꼽힌다. 전북의 기후 천사를 소개하고자 기자도 이날 직접 참여해 봤다. 슬쩍 둘러봤을 때는 깨끗했지만 천변 곳곳을 샅샅이 훑어보니 담배꽁초부터 플라스틱 뚜껑, 땅에 묻힌 마스크까지 갖가지 쓰레기들이 튀어나왔다. 플로깅을 시작한 지 1시간쯤 지나자 봉투 안은 쓰레기로 가득 찼다. 평소와 다르게 아침 일찍 쓰레기도 줍고 운동도 하니 기분은 가뿐했다. 하지만 불현듯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쓰레기를 줍는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의구심을 품고 그에게 물었다. “쓰레기를 주워서 세상이 바뀌었나요?” 스웨덴에서 시작된 ‘플로깅’은 환경보호와 운동효과가 결합한 활동으로 주목받으며 힙한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해시태그(#) 플로깅이 달린 게시물들이 수만 개에 이른다. 최근 들어서는 친환경 이미지를 원하는 기관이나 기업에서 플로깅 행사를 열어 캠페인을 실천하기도 한다. 플로깅이 단순한 거리 미화를 넘어 기후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김 대표는 환경 문제를 알리는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가 꾸준히 플로깅을 실천하면서 가족과 주위 예술인들도 플로깅에 관심이 생겼다. 플로깅이 다른 기후 행동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접근도 쉽고 다른 기후 행동 실천으로 확산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평소 기후 위기나 환경문제에 관심은 있었지만, 김 대표도 기후 행동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린웨이환경축제 감독이었던 대표에게 지인이 “사업으로만 (환경 활동에) 접근하지 말고, 진심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겠냐”고 조언했고, 곧바로 플로깅을 시작했다. 그는 쓰레기를 줍다 보니 점점 환경 활동에 진심을 쏟게 됐다고 했다. “오타니 (야구) 선수가 운동장 모퉁이와 관중석까지 돌면서 남들이 버린 쓰레기들을 줍잖아요. 행운을 줍는다고 하면서 말이죠. 저도 제가 하는 일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천변을 걸으면서 행운을 주워요. 좋은 마음으로 플로깅을 실천하다 보니 좋은 일들도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2년 동안 꾸준히 플로깅을 하다 보니, 어르신들의 칭찬과 용돈은 덤으로 따라온다. 아침부터 사람들에게 “수고한다, 고맙다” 등의 애정 어린 인사를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플로깅이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에너지 전환 등과 같은 거시적인 관점에서만 환경 문제를 보려고 하기보다는, 개개인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기후 행동을 실천하다 보면 훗날 거대한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고 했다. 꾸준한 변화를 위해 김 대표는 환경 활동에 재미와 가치를 결합한 시도를 계속해서 선보일 방침이다. 캥거루 옷을 입고 등산을 하면서 주운 쓰레기를 앞주머니에 넣고, 배가 많이 나온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환경 활동 ‘캥거루 플로깅’부터 버려진 골판지를 활용해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고래 먹이주기 자판기’ 등 환경에 재미를 더하고 가치를 덧댄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플로깅을 마친 뒤 김지훈 문화통신사 협동조합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기후 행동이라는 게 거창한 건 아니에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하면 돼죠.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일도 기후위기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작은 실천들이 하나씩 쌓이다 보면 결국에는 세상을 바꾸는 단단한 힘이 될 테니까요" 대표는 주운 쓰레기들을 분리수거하겠다며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플로깅만으로 세상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 줍기라는 작은 행동 덕분에 우리의 삶은 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김지훈 대표는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지훈 대표는 사회적 기업인 문화통신사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젊은 청년들과 함께 문화활동을 기획하고, 환경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그린웨이 환경축제 총감독으로 일했으며 2023년 지구를 지키는 신묘한 자판기 축제 등을 기획해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부안에서 '에코 서바이벌 게임'과 꿈다락 문화학교 '지구를 지키는 신묘한 자판기' 등 기후·환경 활동을 추진해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환경문제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기획
  • 박은
  • 2025.02.20 14:46
기획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