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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혁신도시 시즌2’ 민주당은 식언할 텐가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나라를 나라답게를 슬로건으로 내건 민주당의 제19대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은 4대 비전 13대 약속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여섯 번째 약속이 혁신도시 시즌2 공약이다. 혁신도시를 제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 만들고, 추가로 공공기관을 이전해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헌데 문재인 정부 3년을 넘긴 이 시점에서도 혁신도시 시즌2 정책이 추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해찬 대표는 총선을 열흘 앞둔 4월6일 선거대책회의에서 참여정부 이후 300개 가까운 공공기관이 새로 생겼는데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드시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랬던 이 대표는 총선이 끝나자 임기 내에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안된다며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당 지도부와 정부가 협의해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6월2일 기자간담회). 책임윤리가 의심되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도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혁신도시에 공공기관 추가 이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그야말로 원론적인 언급이다. 정치지도자들의 립서비스만 난무할뿐 균형발전정책이 공중에 떠 있는 것이다. 지방분권, 지역분산, 국가균형발전은 참여정부에 이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이다. 그런데도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이나 재정분권 같은 숙제는 뒷전에 밀려 있다. 오히려 수도권 과밀이 심화되고 있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 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대비 50.002%에 달한다. 참여정부 당시 47%였던 것이 3% 포인트나 높아졌다. 수도권 신도시 지정, 그린벨트 해제, 수도권 공장 총량제 해제 추진, 수도권 유턴기업 보조금 지원 등 실제로는 수도권 과밀을 부채질하는 정책들이 선택된 탓이 크다. 균형발전을 추구한다면서도 이에 역행하는 정책들이 추진되는 건 아이러니다.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지 않으면 수도권의 기회비용이 많이 들고 지방은 고사하고 말 것이다. 최근의 부동산대책도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혁신도시와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에 적잖은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53개 기관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이관 이전이 없었다면 지역경제는 끔찍했을 것이다. 이제 혁신도시 시즌2를 본격화해 균형발전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혁신도시에 이전한 공기업의 유관기관 또는 연구개발 기관과, 각 지역에 특화된 기능을 가진 공공기관을 이전시킴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 그것이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 특화, 연관 산업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프랑스의 앙티폴리스, 영국의 캠브리지 테크로폴, 스웨덴의 시스타, 핀란드의 울루 등은 산학협력과 기술혁신으로 성공한 대표적 혁신도시들이다. 혁신도시 시즌2는 민주당의 정책공약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총선이 끝난 시점에서는 구체성을 띤 종합적인 처방이 나와야 마땅하다. 그리고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강력히 추동해 나가야 한다. 대통령과 집권 정당의 대국민 약속이 내팽개쳐진다면 내년 보궐선거나 내후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심판 받을 수 밖에 없다. 통치권 차원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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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4 16:57

압승한 민주당 경쟁 없이 대충 가자는 것인가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415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이젠 당내 정치리더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8월말 전당대회를 앞둔 시도별 전당대회와, 내달 후반기 지방의회 원 구성 모두 지역의 리더를 선출하는 중요한 정치이벤트다. 임기 2년의 시도당 위원장은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물론 2022년 대통령 후보 경선과 지방선거 공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자리다. 지역조직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이라서 당권 대권주자들의 러브 콜도 주목된다. 그런데 전북에선 지역정치를 대변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도당 위원장을 놓고 합의 추대 운운 하고 있다. 경선을 치르면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것인데, 압도적 지지를 받은 집권 여당으로선 말도 안되는 소리다. 전북도당 위원장 경선은 전 도민이 하는 것도 아니고 전 당원이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지역 대의원(50%현장투표)과 권리당원(50%자동응답전화 투표)의 참여로 결정된다. 때문에 축제 분위기로 이끌 수도 있다. 왜 분열만 생각하는가. 다른 하나는 상황논리다. 전북은 지금 나약한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할 일은 태산 같은데 정치역량에 반신반의하는 정서가 많다. 중앙당 내 존재감이 흐릿하고 전남 광주에 비해서도 정치역량이 약하다. 경우에 따라선 중앙당에 눈을 부라려야 할 때도 있고 전북몫을 찾기 위해 전남 광주와 대립각을 곧추세워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온실 속의 화초나 마찬가지인, 합의 추대된 도당 책임자가 과연 저항할 수 있겠는가. 또 하나는 경쟁은 곧 힘이라는 사실이다. 경선을 하게 되면 정책구상을 발표하게 되고 지역발전과 도민이익 관련 정견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경쟁을 통해 선출된 도당위원장은 중앙당과 정부, 청와대에 이른바 말발이 서고 도당위원장 개인적으로도 정치적 자산을 키울 수 있다. 출마의사를 밝힌 이상직 김성주 의원뿐 아니라 누구든 경쟁할 때 전북의 정치역량도 강화된다. 다른 시도당위원장 선거가 경쟁구도인 것과도 대조적이다. 서울시당, 경기도당은 3선과 재선, 인천시당은 재선 의원끼리,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은 재선과 초선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럴진대 왜 전북만 합의 추대 운운 하는가. 합의 추대는 국회의원 숫자가 적거나 정치력이 약할 때 쓰는 방법이다. 압승한 민주당이 경선을 놔두고 추대 운운 하는 건 확장이 아닌 위축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 더구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후반 2년씩 나눠먹기 구상은 최악의 카드다. 지방의회도 다음달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놓고 시끄럽다. 중앙당 지침을 근거로 인위적 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민주당이 개입해서 특정인을 노른자위 자리에 앉히는 행태다. 나눠먹기, 할당제, 낙하산 등 짬짜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당 독주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북도의회 의석 39석 중 36석(92%)이 민주당 소속이고, 시군의회 역시 민주당 판이다. 지방의회에 맡겨 두면 될 일을 자기 입맛에 맞게 진용을 짜려는 수작이겠는데 이는 곧 의장단을 하수인으로 만들고 자치정신에도 어긋나는 개입이다. 도의회 의장은 매월 500만원 선, 부의장은 250만원, 상임위원장은 150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쓴다. 지역정치를 움직이는 노른자위 자리다. 시민세금으로 수천만원대 연봉에다 수백만원대 활동비를 받아 쓰는 시민대표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중앙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지방의원 스스로도 외세(?)에 의지해선 안된다. 당을 끌어들여 감투를 쓰려는 지방의원은 배척 1순위로 삼아야 옳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하는데 누가 이걸 지켜 주겠는가.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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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6 16:26

‘문재인 마케팅’ 이제부턴 성과로 보답하라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4년차가 시작됐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호평, 개혁과제에 대한 기대, 야당의 미력함 등이 맞물린 복합적 결과일 것이다. 민주당이 압승한 415총선도 한달이 훌쩍 지났다. 민주당 의석이 177석이니 국정과제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전북 역시 우호적 정치환경 때문에 고무적이다.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런 정치구도 속에서도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는 태산 같다. 미완의 현안들이 많은 탓이다. 모두 지역발전과 도민이익에 직결되기 때문에 정치권이 씨줄과 날줄로 엮어 관철시켜야 한다. 갈 길이 먼 전북으로선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이 더욱 절박해 보인다. 이른바 골든타임이다. 군산조선소 재가동, 새만금 국제공항, 제3금융중심지 지정, 국립 공공의대 설립,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유치, 새만금 목표수질 유지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또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내건 공약들도 중요한 현안이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군산의 신영대 당선인이 1년 내 재가동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민간영역인데다 어떻게의 방법론이 없으니 공허하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크게 환영했지만 국토부가 밝힌 2024년 착공, 2028년 완공 계획은 실망스럽다. 2022년 5월 대통령 선거인데 문 대통령 임기 내 착공이 숙제다. 그렇지 않으면 표류할지도 모른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금융인프라와 접근성 확보, 부산 등 야당 정치권의 설득이 필요조건이다. 관련 법안이 폐기될 남원 국립공공의대 설립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남원 설립에 부정적인 정치권, 의사협회 설득이 과제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설립은 관련법이 입법됐지만 전북유치 문제가 남아 있다. 새만금 목표수질 유지도 소용돌이 현안이다. 도시용지 3급수, 농업용지 4급수의 수질 유지가 안되면 해수를 순환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저절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정치력으로 돌파해야 할 것들도 있고 전북 스스로 내적 역량을 갖춰야 할 것들도 있다. 또 국회의원 숫자가 적어 현안 추진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 국회의원 10명으로는 상임위 16개(예결특위, 윤리특위 제외)를 커버할 수 없는 탓이다. 숫자도 적은 터에 20대 국회처럼 노른자위인 국토교통위에 3명씩이나 떼로 몰려 있는 건 문제다. 20대 국회때 대구경북은 중진들이 나서서 초선 위주로 희망 상임위를 조정한 뒤 자신들은 인기 없는 상임위를 맡았다. 전북은 이런 조정기능도 없다. 특정 상임위 쏠림현상이 재현될 조짐이다. 여건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보다 더욱 어려워졌다. 청와대와 내각의 전북출신 인물은 썰물처럼 빠져 나갔고, 전북 정치인들의 역량도 허약해졌다. 당선인들의 당내 존재감도 엷어졌고 지도부 진입도 기대난망이다. 중진 의원도 사라졌다. 내달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전북도와 당선인들이 오는 26일 정책간담회를 갖는다. 주요 현안과 국가예산 관련 논의 자리다. 형식적이고 데면글면한 자리에서 현황파악 그 이상의 가치가 나올까 싶다. 당선인들은 지금까지는 문재인 마케팅에 의존했다. 하지만 등원 이후엔 자신의 발로 서야 한다. 논리와 판단, 추진력과 정치력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전북의 주요 현안과 자신의 공약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방법론에 천착하는 일이다. 아울러 이제부터는 도민들한테 성과로 보답해야 한다.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문재인 마케팅의 결실을 도민들한테 보고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임기 4년, 화살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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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19 16:57

지역현안 성과내지 않으면 ‘코돌이’ 비판 받는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415 총선의 민주당 쏠림은 매서웠다. 호남 28석중 27석 싹쓸이. 총선 전 여론조사 예측치보다 더 심했다. 인물 대 여당의 프레임 역시 무망했다. 호남의 대표적 중진 의원들이 대거 퇴장한 것도 특징이다. 4선인 정동영 조배숙, 3선인 유성엽 등 전북의 중진 의원들이 맥없이 무너졌다. 김관영도 3선 중진대열의 벽을 넘지 못했다. 6선의 천정배, 4선의 박지원 박주선 김동철, 3선의 장병완 등 전남광주의 중진들이 고배를 마셨다. 호남정치 터줏대감들의 퇴장은 호남정치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반증이다. 4.15총선은 중진 심판의 선거이기도 했다. 중진 의원의 퇴장은 새 숙제를 던져 주었다. 초재선으로 정치지형이 바뀐 전북은 정치력 약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초선 4명, 재선 6명. 3선 이상의 중진 한명 없이 모두 초재선으로 교체됐다. 정당과 국회는 국회의원 선수(選手) 위주로 운영되는 곳이다. 정당의 지도부와 국회 상임위원장 정도는 맡아야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예산 주무부처인 기재부 같은 힘 있는 부처는 초재선 명함 갖고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지역의 중요 현안이 기우뚱거리거나 다른 지역과의 갈등이 불거질 때 중진역할론이 나오는 이유도 정치에 힘의 논리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핫이슈가 됐던 남원의 국립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문제가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국립 공공의대는 남원 서남대 폐교 관련 대체 현안이다. 의사협회와 일부 야당의 반대로 관련법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표류하는 사이 목포에선 박지원 의원이 정원 49명의 목포의대 설립을 공약했다. 정원 49명은 남원 공공의대 정원 바로 그 숫자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은 총선을 목전에 두고 민주당 소병철 후보(순천광양곡성구례갑 선거구)와 전남 동남권 의과대학 설립 협약을 맺었다. 목포쪽의 반발이 커지자 다음 날엔 목포의 민주당 김원이 후보 사무소를 방문, 목포의대 설립 연구를 약속했다. 아무리 선거판이라지만 이런 정치쇼가 없다. 전북의 것을 놓고 뜯어발기는 이 현상을 놓고 당시는 물론 총선 이후에도 전북의 정치인 어느 누구 하나 일갈하는 사람이 없다. 어물어물 하는 사이 남원의 의대정원을 순천이나 목포에 빼앗길지도 모른다. 주어진 전북몫도 빼앗긴다면 국회의원 배지를 내놓아야 한다. 전북 제3금융중심지 공약도 부산 정치권이 반대하는 등 전북 정치력 실험의 대상이다. 다른 지역과 이해가 충돌하는 현안들은 저항을 받게 되고 그때마다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국가예산과 정책, 사업, 인사 등이 모두 그런 범주에 있다. 민주당 내에서의 존재감, 국회에서의 위상은 정책결정과 국가예산을 현실화할 수 있는 추진동력의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선수(選手)가 적은 정치인들로 대폭 교체된 전북의 정치지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전북의 친구 문재인 전략도 수명이 다했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충청이 민주당의 우호적 관계로 변했다. 문재인 대통령 측근과 청와대 출신의 국회 진출도 다른 지역이 질적 양적으로 앞서 있다. 그런데도 당선인들의 포부는 오로지 문재인 마케팅이다. 새 인물의 국회 입성은 지역정치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우려가 더 크다. 민주당 지역구 당선인 163명중 3선 이상 중진이 45명이나 된다. 이 틈바구니에서 초재선이 존재감을 나타내기란 한계가 따를 것이다. 민심은 무섭다. 국민의당 돌풍 - 민주당 독식. 4년 밖에 안걸렸다. 문재인 표 총선 코로나 총선이라지만 이 역시 민심은 민심이다. 이제 전북의 당선인들은 전북의 정치력 약화 걱정이 기우란 걸 증명해 보여야 한다. 당선인 자신만의 지역경영철학과 실천 가능한 방법론에 천착해야 할 때다. 일당백의 자세로 일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년후 민심이 매섭게 평가할 것이다. 코로나 정국에 당선된 코돌이였다고. /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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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1 17:09

깜깜이 부실 총선, 토론 활성화가 대안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26일부터 이틀간 415총선 후보 등록이 진행되면 선거운동도 본격화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사상 유례 없는 깜깜이 선거를 예고하고 있다. 대면접촉이 어렵고 다중공간도 형성되지 않아 선거운동이 크게 제한 받고 있다. 유권자들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각 정당의 후보가 누구인지, 후보는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공약이나 정치발언에 대한 약속은 제대로 이행 했는지, 도덕적 하자는 없는지 등의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선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후보간 차별성을 판별하기란 언감생심일 터다. 총선은 곧 검증이고 심판이다. 국정 지지론과 견제론 등 거대 담론에서부터 생활의제에 이르기까지 검증해야 할 대상이 많다. 또 지역현안과 비전, 정책대안을 놓고 검증하고 심판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은 중요한 포인트다. 전국의 총선 후보들이 국가 현안보다는 지역의제를 공론화하고 지역발전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지역의 유권자들은 지역의 문제에 대해 후보들이 어떤 입장과 처방전을 갖고 있는지가 더 큰 관심사일 수 있다. 그럼에도 몇몇 후보를 제외하고는 공약다운 공약을 찾기도 어렵다. 전북도의 정책, 14개 시군의 사업 등을 나열한 공약들이 부지기수이다. 차별성도, 참신성도 떨어진다. 이른바 무검증, 무공약, 무정책 등 3무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쌀 속의 뉘를 가려내기도 어렵거니와 악화가 양화를 몰아낼 수도 있다. 또 유권자 선택의 폭을 제한시키는 폐해가 있다. 후보는 자신을, 유권자들은 후보를 제대로 알리거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선거가 치러진다면 분명 부실선거다. 이를 막기 위해선 후보 정책토론회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지역의제를 놓고 경쟁적 담론 마당이 펼쳐지면 후보들의 이해와 고민, 대안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후보는 후보대로 자신을 알리는 기회가 되고 유권자는 후보를 파악하는 유익한 이벤트가 되는 것이다. 또 후보간 차별성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주갑 지역구의 김광수 후보(민생당)가 정책토론회를 제안하자 김윤덕 후보(민주당)가 즉각 화답한 건 박수 받을 좋은 본보기다. 익산갑 지역구의 경우는 고상진 후보(민생당)와 전권희 후보(민중당)가 김수흥 후보(민주당)에게 정책토론회를 제안했지만 반응이 없다. 유권자 눈높이를 외면한 나쁜 사례다.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3선의 이춘석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은 김수흥 후보라면 토론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상대방 인지도만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치신인 답지 않은 퇴행적 판단이다. 이도저도 아니면 정책이해도가 떨어져 수세에 몰릴 우려 때문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발전이 더디고 정치력이 약한 전북은 415총선이 동력을 얻을 호기다. 지역현안과 비전을 놓고 활발히 경쟁하면서 비판과 대안 제시의 담론 공간을 만든다면 코로나 정국에서도 생산적인 총선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당과 후보간 차별성도 드러나게 된다. 코로나 사태는 총선이슈를 집어 삼켰다. 몸도 마음도 묶어 버렸다. 선거운동도 깜깜이다. 부실선거를 보완하고 지역의제를 공론화할 수단으로는 정책토론회 활성화가 최선이다. 공약과 비전, 도덕성이 토론마당에 올려질 때 비로소 제대로 검증 받게 된다. 유권자가 변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유력한 장치다. 후보등록이 이뤄지면 토론도 구체화될 것이다. 익산갑 지역구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른 지역구에서도 토론 보이콧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인지도와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다는 이유로 토론 참여를 기피하는 후보는 후보로서 적격자가 아니라는 적극적 인식을 유권자들이 가져야 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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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24 16:53

4·15 전북 총선, 민주당 강세지만 변수는 많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하기 어려운 일 시리즈가 있다. 소주 없이 회먹기, 노래방 가서 노래 안하기 라든가 여자 셋이서 한시간 동안 아무 말 안하기 같은 것들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존경하기도 하기 어려운 일 중의 하나다. 국회의원을 조롱하는 비유는 많다. 잘못 뽑으면 부작용이 오래간다, 지저분하다, 한 놈 잡았는데 여러 놈이 딸려 나오는 수가 있다 등은 국회의원을 콧털에 비유한 풍자다. 비리와 갑질, 막말 망언, 정쟁 등으로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는 우리나라 기관 신뢰도 꼴찌다. 그럴망정 국회의원은 선망의 자리다. 특권과 권한이 많기 때문이다. 4.15총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도중에도 총선시계는 어김 없이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은 고공 지지율이 계속되다 보니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분위기이다.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기 보다는 이른바 문재인 효과 덕이 큰 데도 그렇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도 못할 처지다. 그제 3당 합당을 출범시킨 민생당은 이제야 전열정비에 들어갔다. 일찌감치 비례대표 경선을 진행시킨 정의당이 그나마 차별적 공천정책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지만 전북지역의 총선 판도는 변수가 많다. 첫째 민주당 강세의 지속 여부다. 현 시점의 정당지지도와 투표 시점의 정당별 득표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소용돌이 정치가 특징인 우리나라 선거에선 일주일만에 민심이 바뀔 수도 있다. 향후 50일이면 장담할 수 없는 기간이다. 둘째 민주당의 자만이다. 민주당은 4곳(전주병, 군산, 정읍고창, 김제부안)을 단수 공천했고, 나머지 지역은 2명씩 경선 대상자를 압축했다. 그런데 경선 컷오프 대상자들의 탈락이유도 밝히지 않고 있다.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도 변수다. 또 의정평가 하위 20%에 속한 현역의원 역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하는 일이고, 현역 프리미엄을 보호하는 꼴이다. 청년, 여성 배려 방침도 실종됐다. 지지율에 취한 탓인지 개혁도, 쇄신도, 감동도 찾아볼 수 없다. 셋째 호남 기반의 민생당 약진 여부다. 인물론을 내세워 민주당과 일대일 구도를 형성해 승리하겠다는 복안이다. 기득권 양당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고 중도개혁의 제3지대 정치를 표방한다. 하지만 호남당에다 정치공학적 결합이 시너지효과를 낼지가 관건이다. 넷째 민주당이 위기에 처할 경우 응집효과다. 민주당이 미래통합당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거나 불리한 국면이 형성된다면 호남에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민주당으로 응집될 개연성이 크다. 다섯째 코로나19 사태도 변수다. 확진자 증가와 사망 등 엄중한 상황이 지속되면 집권여당인 민주당에겐 악재다. 여섯째 무당층의 향배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무당층의 비율은 30% 안팎을 오르내린다. 20~30대 무당층이 많다. 민주당은 마음에 안들고 미래통합당은 싫다는 정서를 가진 층으로 분류된다. 이들이 감동할 수 있는 정책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이를테면 청년정책을 우대한답시고 청년 한명 영입해 발표하는 행위는 사탕발림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의 눈높이에서 촘촘히 접근해야 흡인력이 있다. 경쟁 없는 선거는 의미가 없다. 정당간, 후보간 경쟁은 치열할수록 그리고 의제와 논쟁은 너비와 깊이가 클수록 지역발전과 유권자에게 도움이 된다. 유권자들은 이제부터 눈을 시퍼렇게 뜨고 정당과 후보 행태를 눈여겨 볼 일이다.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신뢰할만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 잘못 뽑으면 부작용이 오래간다. 콧털처럼.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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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25 16:42

제3세력, 4·15총선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민주당 바람이 세다. 정당지지율 1위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호남에선 압도적이다.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후보 개개인의 역량이나 신뢰도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국정 수행을 바라는 염원이 반사이익으로 투영된 측면이 강하다고 하겠다.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이 여럿이다 보니 어느 쪽으로 표심이 갈지가 관심사다. 현재 전북에 지역구 의석을 가진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대안신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새로운보수당까지 5개나 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복귀해 러브콜을 시작한 것도 변수다. 관심의 초점은 기득권 양당체제 속에서 제3세력이 과연 둥지를 틀고 총선에서 성공할 것인가 여부다. 타협과 대안정치, 다당제를 실험할 멍석을 국민이 깔아주었지만 정치 지도자들은 정치적 이익에 사로잡혀 정치판을 엉망으로 만든 과거 이력 때문이다. 국민의당 분화와 3당 합당이 대표적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38석을 얻어 제3당으로 우뚝 섰다(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 정당득표율은 민주당을 제치고 전국 2위였고 전북에선 1위를 기록했다. 호남에선 전체 의석 28석중 23석을 차지했다.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욕심이 과한 탓일까. 국민의당은 1년8개월 뒤인 2018년 1월18일 새누리당에서 분화한 바른정당과 통합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이에 반발한 탈당파들이 민주평화당을 창당했다. 그뒤 민주평화당에선 비당권파 10명이 집단 탈당, 지난 1월12일 대안신당을 창당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비당권파들이 탈당해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했다. 국민 의사를 거스른 지도자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정당분화의 비극적 씨앗이 뿌려졌다. 그 결과 전북의 10개 의석은 다섯 개 정당이 분점하고 있다. 1988년에 치러진 13대 총선도 그런 경우다. 국민은 여소야대의 4당 체제를 만들어 주었지만 민정당(125석)과 통일민주당(59석), 신민주공화당(35석)은 1990년 2월25일 3당 합당을 결행해 민자당을 출범시켰다. 평민당(70석)은 왕따 당했다. 정치적 이득을 노리고 밀실에서 흥정한 야합이었다. 그 결과 지역갈등과 호남고립이 심화됐고, 다당제와 대안정치 가능성의 싹도 잘렸다. 여소야대는 필연적으로 타협을 할 수 밖에 없는 구도다. 실제로 5공청문회와 토지공개념 제도 등이 4당 체제 때 도입됐다. 노태우정부 임기 법안의 70%가 이때 이뤄졌다. 415총선을 앞두고 제3세력의 당위성이 또다시 논의되고 있다. 지지율 한자릿수인 군소 야당은 위기감 때문에 합종연횡하지 않을 수 없다. 쌀밥, 보리밥 가릴 겨를이 없다. 곧 가시화될 것이다. 하지만 정치공학적 접근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우리 정치에 없던 새로운 정당, 유능한 대안정치를 선 보이겠다 따위의 과거와 같은 전시적 감언이설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환경이 달라졌고 국민 내성이 깊어져 있기 때문이다. 제3세력이 국민 마음을 얻으려면 기득권 정당이 하지 못하는 개혁과 쇄신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이를테면 국회의원소환제, 국회 무노동무임금, 비례대표의 시스템 공천,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이 그런 것들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종다양하고 복잡다기하다. 젊은층은 진보나 보수의 낡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따라서 실사구시 정책, 거대담론보다는 디테일한 공약도 중요할 것이다. 또 새로 구성되는 21대 국회는 촛불 이후의 국회다. 촛불혁명에서 드러난 시대정신을 세부분야에서 정책화하는 것도 공감을 높이는 포인트다. 경쟁이 없는 총선은 의미가 없다. 정당 간,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할 때 지역발전과 도민이익이 담보될 것이기 때문이다. 역량 있는 인물도 필요하다. 제3세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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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28 16:18

선거법 개정, 차제에 시민참여 공론조사로 넘겨라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진통 끝에 합의안이 도출되는가 싶더니 선거법 협상이 급기야 미궁에 빠졌다. 선거법 개정은 지난해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 간에 합의한 사안이었다.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를 확대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여야는 합의점을 도출해 내지 못한 채 1년을 허송세월 하고도 최근엔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누더기를 만드는가 싶더니 이젠 아예 좌초 위기에 빠뜨렸다. 한국 정치에 데모크라시(민주주의)는 온데간데 없이 비토크라시(vetocracy반대만을 위한 정치)만 난무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이 아닌 거부와 반대만을 일삼는 정치, 상대를 경쟁자나 라이벌이 아닌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문희상 국회의장) 국민도 개탄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야 간에 서로 네탓 공방만 벌이고 있으니 이게 정당이고 국회냐는 질책이 잇따른다. 선거의 룰은 매우 중요하다. 유 불리에 따라 여야 각 정당의 정치세력이 좌우되고 국회의원 개개인의 명멸도 영향 받는다. 이 때문에 정당은 선거법 개정에서 유리한 여건이 반영되도록 사활을 걸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렇듯 첨예한 사안을 이해관련이 있는 당사자들이 쥐락펴락 한다는 데에 있다. 한 치 양보와 타협이 없다. 당리당략에 능하고 사생결단식 대치가 동원된다. 여야는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선거법 개정, 선거구획정 때마다 되풀이되는 악습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선거법 개정의 주체를 이해관련이 없는 제3의 기관에 위임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앙선관위가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한다면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국회나 정당이 집단이기주의에 함몰돼 대의 민주주의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참여 민주주의를 도입, 보완하자는 것이다. 좋은 사례가 있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원전중단 방침을 놓고 첨예한 갈등이 일자 공론조사로 넘긴 것이 그것이다. 정부는 이해 8월말부터 시민참여단 구성에 들어갔고, 19세 이상 무작위 추출된 국민 500명 중 오리엔테이션과 2박3일 합숙토론에 참가한 471명이 결론을 냈다. 관련 정보와 자료는 정부와 기관이 모두 제공했다. 시민참여단은 이해 10월20일 원전 재개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고 정부는 재개 결정을 확정, 발표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을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한 의미 있는 사례다. 우리나라 최초의 숙의 민주주의(熟議. deliberative democracy) 모델이다. 공공의제 토론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 합의에 도달하는 민주적 절차다. 선거법 개정이야말로 그 권한을 시민들에게 돌려야 마땅하다. 국회의원과 정당이 조정과 타협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집단 이기주의에 함몰돼 있으니 선거법 개정 권한도 신고리 5,6호기 원전 사례처럼 시민들이 돌려받자는 것이다. 관건은 국회의 동의 여부다. 어렵지 않다. 공론조사의 필요성과 절차를 명시한 법을 국회가 통과시키면 가능할 것이다. 대의제의 위기를 스스로 초래한 집단, 정치력도 없이 식물국회라는 비아냥을 자초한 집단 아닌가. 선거법 개정 권한을 내놓아야 맞다. 또 이해관련 사안을 국회의원 자신들이 결정하는 건 이해충돌 배제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국회와 지방의회 상임위에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의원을 배치하지 않는 이치와 같다. 정치판이 양보와 타협, 리더십을 보이기는 커녕 걸핏하면 거리투쟁, 네탓 공방만 일삼고 이젠 국회난입까지 벌이고 있다. 국민은 더 이상 대의 민주주의에 만족치 못하고 저항의 정도는 높아질 것이다. 차제에 선거법 개정 만큼은 시민 공론조사로 넘기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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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17 17:11

국회개혁 정치쇄신 정당에 표 몰아주자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다. 따라서 인간이 자연상태에 놓이게 되면 각자가 타인을 희생시켜 자기를 보존하려 한다. 그러면서 끝없는 생존투쟁, 즉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정치 철학자 홉스(1588~1679)가 리바이어던에서 강조한 명제다. 당시는 왕당파와 공화파의 투쟁이 극심했고, 이에따른 산물이 리바이어던이다. 촛불혁명 이후 요즘 우리 정치 사회의 돌아가는 모습이 흡사 홉스의 자연상태처럼 보인다. 조국사태, 남북미 외교와 한일관계, 경제문제, 선거제도와 사법개혁안 등 패스트트랙 안건을 놓고 여야와 시민사회 진영이 마치 자연상태와도 같은 투쟁을 벌이며 살벌하게 대치해 있다. 정치인의 막말, 거친 표현의 가짜뉴스, 집회에서의 망언, 시정잡배와도 같은 천박스런 공격언어 등이 거리낌 없이 터져 나온다. 내년 4.15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쟁은 더 가속화하고 타인을 희생시켜 자기 자신을 보전하려 혈안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오늘날에도 자연상태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건 부끄러운 현상이다. 정치력과 리더십 부재, 기득권 위주의 낡은 정치, 국민을 졸로 보는 안하무인의 정치의식 탓이겠다. 그 책임은 두말 할 것도 없이 국회와 정당에게 있다. 그 주인공은 국회의원이다. 우리 국회는 기관 신뢰도 꼴찌다. 국회의원은 1인당 국민소득의 5.27배 연봉을 받으면서도 의회효과성 평가에서는 OECD 회원국의 비교 가능한 27개국 중 26위다(서울대 행정대학원 조사) 법안 처리율은 20%대(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그치고 헌법에 명시된 예산안 처리기간(12월2일)을 어겨도 누구 하나 부끄럽다고 사과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연봉 1억5000만원을 받으면서도 일은 징그럽게 하지 않는다. 반면 특권은 많다. 노동자는 무노동 무임금인데 국회의원은 의정기간에 출석하지 않아도 세비가 나온다. 자치단체 단체장은 일을 잘못하면 주민 소환을 받는데 국회의원은 국민소환 대상도 아니다. 또 국회의원이 되면 장관급 대우를 받으며 국유철도와 선박, 항공기는 공짜로 이용한다. 회기중 불체포 특권은 죄를 저질러도 방탄용으로 활용된다. 면책특권 역시 상대 정파를 비방하고 흠집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직무수행 발언이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의원 자격을 박탈하도록 돼 있다. 국민의 눈에 비친 국회의원은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특권은 내려놓지 않고 구태정치에 매몰된 집단이다. 임종석 김세연 이철희 표창원 등 의식 있는 젊은 정치인들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은 낡은 정치에 대한 경종이자 무능국회, 특권국회, 비리국회에 대한 저항이다. 이념과 진영싸움에 매몰된 정치판을 바꾸라는 메시지이다. 사회 곳곳에서 적폐청산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회의원은 특권 뒤에 숨어 무풍지대다. 타협과 조정능력은 어디에도 없다. 자연상태의 투쟁만 있을 뿐이다. 국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축소판인 셈이다. 홉스는 이걸 타개하기 위해 절대권력의 국가를 상정하고 개인의 권력을 위임해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17세기가 아니다. 시민권력이 주체이고 선거가 핵심이다. 국민눈높이 정치를 팽개치고 특권을 즐기며 탐욕을 키우는 국회의원을 청산하는 것은 선거 밖에 기댈 곳이 없다.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안된다. 국회개혁과 정치쇄신,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로 이어져야 한다. 촛불이 탄핵과 적폐청산을 이끌었듯 내년 4.15총선은 이런 개혁과제를 실천하는 정치이벤트로 만들어야 한다. 시대정신을 읽고 실천하는 정당, 정치인은 살아남을 것이다. 어떤 정당이 정치개혁 과제를 실행하는지, 어떤 정당이 이에 저항하는지 눈을 부릅 뜨고 지켜볼 일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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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9 17:51

지역현안 침해 당할 때 정치권은 뭘 했나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작년 폐쇄된 한국지엠 군산공장 사례는 우리지역의 정치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1996년 설립된 군산공장은 부평공장(1983년 설립), 창원공장(1991년 설립) 보다 후발 공장이라서 설비상태가 좋은 회사였다. 부평, 창원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각각 인천과 마산으로 옮겨져 배에 실렸지만 군산공장은 바로 옆에 전용부두가 있어 물류환경도 더 나았다. 경제적인 논리로는 경쟁우위에 있는 군산공장이 폐쇄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왜 부평, 창원공장은 살아 남았고 군산공장은 문을 닫게 됐는가. 부평은 수도권 경제와 민심에 직결된 곳이고,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다. 창원은 국회의원 숫자(5명)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정도에서 군산을 앞지른다. 이런 정황상 군산공장은 정치논리로 희생양이 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 시절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경남에 빼앗길 때도 그랬다. 토공은 전북, 주공은 경남에 예정돼 있었지만 두 공사가 통합되면서 규모와 직원들 선호도에서 경쟁열위인 주공 예정지역의 경남에 내줘야 했다. 당시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우리지역 국회의원들한테는 결정된 게 없다며 우는 아이 달래듯 했고, 경남 국회의원들한테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 입으로 두말 하면서 결국 경남으로 가져갔다. LH 침탈은 MB정부에서 이뤄진 일이지만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는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났다. 한국지엠은 정부 지분이 17.2%나 되고 정부가 이사회에도 참여한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가 전북의 친구가 되겠다고 천명한 호조건에서도 군산공장을 지켜내지 못했다. 우리지역 정치력의 한계다. 전북은 정치논리와 힘의 한계로 번번이 뜨거운 꼴을 보고 있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사람은 떠나고 가게는 문을 닫았다. 지역경제가 쑥대밭이 됐다. 전북혁신도시에 들어선 한농대의 경북 분교 설치와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산하기관인 드론전문교육센터 경주 설립 문제도 우리지역의 허약하고 무기력한 정치력을 실험하고 있다. 한농대 분교 설치는 이개호 전 농축산식품부 장관이 단호하게 부인, 정리되는 듯 했지만 현 김현수 장관은 용역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전임 장관의 말을 뒤집었다. 이 전 장관은 정치인 출신이고, 김 장관은 차관에서 승진한 걸 감안하면 김 장관의 말에 무게가 실린다. LX공사는 전북도와 협약을 맺고 드론전문교육센터 부지(남원과 진안)를 협의하는 도중에 내부적으로 1순위 후보지를 경주로 정했다 경주 선정은 포괄적 업무협약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개운치 않다. 한농대, LX 두 기관 책임자는 모두 경북출신으로 정치지향성이 강하다. 이같은 지역현안은 모두 정치의 영역이다. 국정감사에서 근거와 논리로 조목조목 난리를 칠 법도 했지만 우리지역 국회의원들은 선비처럼 얌전했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1864~1920년)의 지적처럼 정치인은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으로는 면피 받지 못한다. 성과를 내야 한다. 정치가 무기력하면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 긴가민가 하는 사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각 시군지역에도 비슷한 일들이 많다. 지역의 현안이 침해 받을 때 정치인들은 무슨 역할을 했는지, 립서비스만 날린 건 아닌지 따져야 한다. 내년 4.15총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예비 후보들이 몸을 풀고 있다. 선거는 검증이고 심판이다. 유권자가 매섭지 않으면 정치가 우리를 배신하고, 국회의원이 지역을 우습게 본다. 지역현안에 대한 이해와 열정, 대안능력은 심판의 중요한 착안 사안이다. 눈 부릅 뜨고 지켜 볼 일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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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2 17:47

갈등 가득한 전투사회 촛불정신은 어디 갔나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조국 사태로 촉발된 갈등과 분열은 꼭 전투사회를 연상시킨다. 막말과 망언, 삭발, 결기는 총만 안들었지 대포급이다. 받아치는 수단도 사드급이다. 언어는 비수가 돼 급소를 찌르고 행동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다. 조국사태는 수단일뿐 본질은 진보와 보수의 영역 확장 싸움일 터다. 목표는 총선승리와 대선 기선잡기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략과 인력을 동원한 진영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총선에 지면 대선도 끝장이다. 조국사태가 아니더라도 우리사회는 갈등 가득한 전투사회다. 지역갈등, 이념갈등, 노사갈등, 세대갈등, 빈부갈등, 계층갈등 등 각종 갈등이 너무 많다. 우리사회의 갈등은 1970년대에 시작된 급격한 산업화의 부산물이다. 농경사회가 협동에 기반한 화해구조를 가진 사회라면, 산업사회는 경쟁의 원리가 작동되는 갈등사회이다. 200여년에 걸쳐 이룬 서구의 산업화를 우리는 30년만에 이뤄냈다. 경쟁과 대립, 갈등을 녹여낼 기술이나 인내, 완충장치에 미숙할 수밖에 없다. 사회가 존속되는 한 갈등은 필연이다. 해결은 정치의 영역이다. 정치가 극복해 내야 할 과제이다. 정치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3년전 촛불혁명은 국민적 에너지를 총합할 좋은 기회였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면서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 그리고 국정농단의 대통령을 탄핵했다. 국회에서의 투표결과는 총 299표 중 찬성이 234표, 반대가 56표였다(기권 2, 무효 7표) 대통령이 속한 정당도 절반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 2017년 5월10일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의미 있게 들린 건 바로 이 언급이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 그리고 취임 첫 행보로 야당을 찾았다. 신선했다. 이전투구식의 과거와는 다른 정치문화가 뿌리내릴 것 같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후 문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를 정례화하지도, 수시로 만나지도 않았다. 보수와 진보는 각기 외눈박이 싸움을 벌였다. 문 대통령의 약속은 허언이 되고 말았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가. 사고와 판단이 진영논리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야당을 동반자로 인정치 않으면 추진동력을 얻을 수 없다. 입법에 걸림돌이 된다. 또 일을 추진하는 건 사람인데 내 편으로만 진용을 구축한다면 반쪽만 보게 될 것이다. 갈등이 첨예한 조국 사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야당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협치는 곧 정치이고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국민적 에너지가 결집된 촛불혁명은 고비용저효율의 정치문화를 바꾸고 정의와 공정을 시스템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협치와 인사의 탕평을 통해 촛불정신을 구현할 호기였다. 그럼에도 무위였다. 민심이반이 뚜렷하다. 지난주 한국갤럽의 문 대통령 국정평가는 긍정 40%, 부정 53%였다. 긍정평가가 많은 곳은 호남(69%)뿐이다. 호남민심이 버티고 있는 건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호남발전을 견인해 달라는 염원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내년 4.15총선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악화된 민심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은 갈등 가득한 전투사회 만들자고 촛불 들었나고 물을 것이다. 그리고 심판할 것이다. 최고 지지율을 보인 전북, 호남의 근심이 간단치 않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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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24 17:24

가공의 ‘동원된 권리당원 적폐’ 즐기는 민주당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지난달 마감된 민주당 권리당원 가입자가 전북에서만 10만여 명에 달했다. 전남 6만, 광주 5만 명보다도 훨씬 많다. 기존의 권리당원 5만여 명을 합치면 15만 명에 이른다. 전국적으론 80만 명이다. 역대 최고 수치다. 내년 총선의 경선 선거인단은 권리당원 50%, 안심번호 50% 비율이다. 매월 1000원 이상 6개월 동안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은 공천 후보를 뽑는 선거인단이 된다. 예비 후보들이 권리당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묻지마 가입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총선은 정치권력을 재편하는 정치이벤트다. 새로운 인물이 정치무대에 등장하는 창구 기능도 한다. 헌데 가공의 동원된 선거용 권리당원이 만들어 내는 권력재편, 그들이 선출하는 정치권력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회의가 든다. 이런 공천 틀에서는 역량 있는 인사들이 정치 전면에 나설 수 없다. 전북의 민주당 예비후보들을 보면 선거 때마다 얼굴을 내민 단골 인물들이 주류다. 유권자 심판을 받고도 기득권을 갖고 하부구조를 횡적 종적으로 장악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권리당원 확보도 이들이 유리하다. 가산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경선 틀 역시 신인으로선 높은 장벽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drive out)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구조다. 전북에선 이런 현상이 수십년 반복돼 왔다. 이른바 정치 적폐다. 민주당이 일을 잘해 당원 폭주현상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전북은 지난 3년간 경제적 피폐의 연속이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GM군산공장 폐쇄로 지역경제가 쑥대밭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제3 금융중심지 지정도 무산됐다. 모두 정치의 영역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존재감이 없었다. 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 부지 이용 등 굵직굵직한 갈등사안을 놓고도 민주당 도당은 수수방관했다. 도지사와 전주시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갈등이 있고 지역현안이 꼬인다면 소속 정당이 조정자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이른바 상관조정의 기능이다. 나몰라라 하는 건 책임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 때 호남에서 몽둥이로 두들겨 맞았다. 호남 28석 중 단 3석(전북 2석, 전남 1석)만 건졌다. 민주당 일당 독주의 피로감, 공천 잡음과 후유증, 국민의당 돌풍이 원인이었다. 매너리즘에 빠진 당연한 결과였다. 정치 적폐에 대한 심판이기도 했다. 촛불혁명 이후 민주당은 집권여당이 됐지만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국민이 발동을 건 촛불정신은 정치 앞에 가로막혀 멈춰섰다. 국회의원의 무노동 무임금, 국민소환제 같은 개혁의제들은 장롱에 쳐박혀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협치를 약속했지만 공염불이 됐다. 국회는 장기간 공전했고 법안은 낮잠을 자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법안(1만8607건) 처리율은 29% 밖에 안된다. 내년 총선은 2022년 대선 전초전이다. 국민의 마음을 사야 한다. 자신들의 이해가 얽힌 권리당원 모집에는 사활을 걸면서도 국민의 마음을 살 개혁과제에는 느슨하다. 20대 총선에서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바로 그 매너리즘과 정치 적폐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당지지율은 40%대다. 한번도 일등을 놓친 적이 없다. 이런 국민 지지율이라면 국민눈높이 개혁을 실행하고 성과를 내놓아야 맞다. 담대한 발상과 과감한 개혁, 미래에 대한 비전도 내놓지 않으면서 과연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겠는가. 지지율은 신기루 같은 것이다. 지지율에 취했다간 본 게임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 권리당원 폭주도 민주당에겐 독이 될 수 있다. 자만과 나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용도 없이 외형만 불어난 정당에서, 가공의 동원된 선거용 권리당원이 공천후보를 결정하고 전북의 권력을 재편하는 경이로움(?)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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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06 18:11

민선 7기 창의성으로 지역을 디자인하라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민선 7기 출범 1년을 맞았다. 1년이 지난 단체장 평가는 다양하다. 어느 곳은 잘못 뽑았어, 구관이 명관이야라는 평도 있고 다른 어느 곳은 예상 대로 잘 하더라는 평도 있다. 현안을 너무 모르더라는 내부 공무원들의 비판을 받는 단체장도 있다. 포장지를 뜯고 보니 함량미달이더라는 얘기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세간의 평은 날카롭다. 단체장이 모든 걸 다 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꼭 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 지역경영의 책임자로서 지역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이 그것이다. 지금은 지역 디자인시대다. 디자인은 지역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지역특성을 살린 디자인은 지역의 이미지와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이는 투자와 관광, 소득과 일자리로 이어진다. 1995년 민선 이후 지역마다 많은 변화가 이어졌다. 전주 완주 고창 무주 등은 변화와 개혁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곳이다. 전주는 시장 직속기구로 아트폴리스담당관을 두어 지역을 디자인했다. 도로, 안내표지판, 상가간판, 글꼴, 관광지와 유적지 동선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했다. 오늘날 한옥마을이 촌티 나지 않고 고부가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다. 반면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은 구닥다리 자치단체도 있다. 김제가 그런 곳이다. 시가지 환경은 혼선, 무개념 그 자체이고 상징물은 생뚱맞다. 디자인 전문가의 지적이다. 경관이 뛰어난 몇몇 수변지역 또는 지평선축제 공간을 관광농원팜스테이로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회사 법인이 운영하는 충남 금산의 하늘물빛정원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송하진 도지사는 어제 민선 7기 출범 1년 기자회견에서 도민만을 생각하며 열심히 뛰고 또 뛰었다.며 전북대도약을 향한 18대 핵심과제를 밝혔다. 이 핵심과제 중에는 다시 찾고 머무르고 싶은 대한민국 여행체험 1번지가 있다. 이 분야야말로 지역특성을 살린 디자인이 필요한 대상이다. 지금은 경치만으로 사람이 찾는 시대가 아니다. 자연속의 비일상적인 생활공간 안에서 휴양과 쇼핑, 비즈니스, 이벤트, 먹거리와 놀거리 등 일상생활의 서비스가 충족돼야 사람이 찾는다. 스토리텔링이 뒷받침되면 금상첨화다. 여행체험 1번지 정책은 적절하지만 이런 조건과 인프라가 충족되지 않으면 공허할 뿐이다. 이를테면 고군산군도는 천혜의 관광자원이지만 선유도 장자도의 도로, 주차장, 숙박, 음식점 등 인프라는 매우 열악하다. 선유도의 평당 400만원 하는 곳에서 음식점과 숙박업이 경쟁력을 가질 리 없다. 상업시설 땅이 태부족한 탓이다. 선유도해수욕장 뒤편 매립이 하나의 대안일 것이다. 고슴도치 모형의 부안 위도 역시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부가가치를 크게 높일 미개발 자원이다. 그런데 섬을 관광자원화할 실행노력도 없고, 격포~위도 여객선 운항시간은 40분, 20년 전이나 똑같다. 고속여객선으로 바꾸면 20분 거리이다. 관광 여행에 치명적 조건이라고 주민은 지적한다. 도민들이 격포나 군산을 외면하고 경남 통영이나 충남 서천, 대천 등으로 생선회를 먹으러 가는 현상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가격과 서비스경쟁에서 뒤져 관광객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여행체험 1번지라는 말이 무색하다. 몇몇 사례를 들었지만 새롭게 디자인 할 곳이 많다. 관선과 달리 민선의 가장 차별적인 특권은 자율성과 창의성이다. 이 특권을 갖고 지역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 고민할 때이다. 단체장과 공무원 모두 지역특성을 상품화할 지역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 창의성과 독창성이 무기이다. 단체장의 의지와 철학에 달린 문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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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25 16:49

집권 3년차 문재인 정부와 갈 길 먼 전북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2017년 5월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 문재인은 전임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 그런만큼 깨끗한 대통령, 공정한 대통령, 소통하는 대통령을 내걸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 야당은 국정의 동반자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했다. 어느새 2년이 훌쩍 지났다. 권위와 특권의식을 없애고 소통행보를 보인 건 고무적이다. 그렇지만 정치는 실종됐고 보수와 진보진영의 대립과 갈등은 더 깊어졌다. 야당과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는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숨 죽이며 눈치를 봐야 했던 한국당은 좀비처럼 되살아나 악악거린다. 2년 세월이 허망하다. 취임 무렵 한국갤럽이 조사한 정당지지율은 민주당 48%, 한국당 8%였다. 최근의 그것은 민주당 36%, 한국당 24%로 좁혀졌다. 오차범위로 좁혀진 조사결과도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실망한 이탈 세력이 많아진 탓이다. 일자리와 민생, 인사정책이 그것이다. 전북은 어떠한가. 문 대통령은 전북에 우호적이다. 저간의 발언들이 증명한다. 심각한 인사차별은 전북의 자존심을 망가뜨렸다 전북을 전남 광주와 함께 묶지 않고 별도로 챙기겠다 인사 대탕평 차원에서 전북 출신 총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북의 친구가 되겠다 청와대와 내각의 전북 인사 대거 등용, 새만금 정부 주도 개발과 새만금 국제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은 문재인 정부 덕이 크다. 새만금, 탄소산업클러스터, 안전보호융복합산업, 탄소소재 산단,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5개 공약사업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상용전기차 구축, 해상풍력 태양광사업, 가야유적 복원, 무형문화재 복합단지, 무주 태권도원 성지화, 새만금의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 종자 농생명소재 육성, 미생물 기반 백신생산시설 구축 등도 국정과제에 들어있는 전북 관련 현안들이다. 하지만 이같은 전북의 현안들이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절차이행과 예산성립, 민간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을 추진할 청와대와 내각의 전북출신 인사들은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오는 10일이면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차로 들어선다. 머지않아 레임덕 현상도 도질 것이고, 대선 때 64.8%라는 전국 최고 지지율 약발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엊그제 발표된 2017년 도민 1인당 소득(GNI)은 전국 최하위였다. 강원 충북보다도 뒤처진 건 충격이다. 자존심 되찾기와 전북 대도약의 시대 선언은 시의적절한 정치언어이지만 갈 길이 먼 것처럼 보인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또 어떤가. 민주당은 탄핵 이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뒤돌아볼 일이다. 우리 지역의 전북도당도 존재감이 없다. 전북의 현안과 개혁과제, 윤리성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 4년 전처럼 회초리로 두들겨 맞을 지도 모른다. 전북은 여전히 경제적, 정치적 약자다. 문재인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파격적 지원을 해야 한다. 이야말로 대통령의 관심과 약속을 이행하는 길이다. 문재인 정부의 중간 평가인 내년 4.15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전북은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크다. 하지만 피드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민심은 이반할 수도 있다. 지역 정치권은 이 소중한 시기에 시대정신과 소명의식을 갖고 도민이익과 지역발전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배를 띄우고 싶어도 물 빠지면 못 띄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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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07 20:20

갑갑한 대의정치, 시민참여 정치가 대안이다

▲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 변호사로 분한 송강호가 법정에서 또박또박 힘주어 외치던 구절이다. 헌법 1조 2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권력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치영역에서의 국민은 힘 없는 객체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섬긴다고 말하지만 국민은 안중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선거제도 개혁이 대표적이다. 승자독식과 지역주의 고착을 부채질하는 현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 의견은 70%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정개특위를 구성해 놓고도 허송세월했다. 시한을 두차례나 넘기더니 선거구 법정 시한인 지난 15일까지도 무위였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키로 합의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제1야당을 패싱시킨 선거제도가 과연 실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국 정쟁만 하다 개혁다운 개혁도 못하고 21대 총선은 현행대로 치러질 수도 있다. 생산적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이유는 국회의원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현안을 국회의원들에게 맡겨둔 탓이 크다. 이른바 셀프 결정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중앙선관위 산하 각계 다양한 인사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로 넘겨야 맞다. 국회의원들의 세비, 징계, 해외출장 심사 등도 모두 국회의원들이 셀프 결정한다. 무슨 말을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면책특권, 방탄조끼인 불체포특권도 헌법의 취지대로 활용하지 않고 국회의원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의 국민신뢰도는 여러 기관중 꼴찌다. 개혁에는 둔감하고 정쟁에는 치열하다. 직위를 이용한 청탁 압력도 많다. 반면 일하는 모습은 기대이하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제출한 법률안은 1만8607건이지만 처리된 법률안은 29.4%인 5466건에 불과하다. 1만2976건의 법률안이 국회에 묶여 있다. 촛불혁명 이후 곳곳에서 개혁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지만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국회의원 자신들의 경제적 특혜, 신분상의 특권 관련 현안을 셀프 결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 개혁 대상이다. 국민눈높이 정치가 실종되고 국회가 생산적이지 못하는 탓에 대의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200년 동안 지속된 대의제의 시효가 끝났다고 단언하는 학자도 있다. 소수 직업 정치인이 군림하는 대의제의 맹점을 보완할 방편으로는 시민참여형 민주주의가 대안이다. 2015년 오픈한 스페인의 시민참여 플랫폼 디사이드 마드리드(decide.madrid.es)가 좋은 예다. 여기서 제안된 의견이 1년 안에 마드리드 인구의 1%(2만7000명)의 지지를 받으면 자동으로 시의회로 넘어가 공식적으로 논의된다. 다양한 의견들이 행정과 도시계획, 예산편성에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이탈리아의 정치세력인 오성운동, 스페인의 풀뿌리 시민정당인 바르셀로나 엔 코무는 낡은 정치시스템을 거부하며 새롭게 등장한 시민주도형 정당이다. 이 정당은 2015년 지방선거에서 기성정당을 물리치고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정책-공약-후보자 선출이 시민토론과 표결로 결정되고 직업 정치인의 특권 배제, 투명한 정보공개는 기본이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고 휴대폰으로 은행 결제를 하며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다. 저비용 고효율의 온라인 정치환경이 뿌리내리고 있다. 정치인, 당신들끼리 잘해 먹어라고 손가락질만 할 일이 아니다. 수평적 시민토론에 의한 집단적 의사결정을 요구하고 실행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그럴 때 객체였던 국민도 권력의 주체로 바로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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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19 20:39

‘새만금 국제공항’의 정치 경제학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항공서비스는 주민 편의와 지역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공공인프라다. 전북이 공항건설을 추진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항공서비스는 여전히 미완이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리기도 했고 지역 정치권의 반대로 추동력을 상실하기도 했다. 중앙 정부와 정치권, 다른 지역의 반대 및 견제도 강했다.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거쳐야 한다며 경제적 잣대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작년 9월 새만금공항 건설은 지반이 약한 탓에 공사비가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가까운 무안공항을 이용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새만금공항 예타 면제에 부정적이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당시 새만금공항을 꼭 추진해야 하느냐며 송하진 지사에게 부정적 속내를 비쳤다. 꼭 필요한 SOC가 경제성에 가로막히고, 견제까지 받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자치단체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이 고민을 해결할 묘수로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도입했다. 국가균형발전과 성장동력으로 평가되는 지역의 공공 인프라사업은 예타를 면제, 조기에 착공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타 조사는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국비 300억 이상) 투입되는 대규모 공공사업의 경제성을 검증하는 평가 작업이다. 경제성과 선심성 여부를 살피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인구가 적고 산업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엔 커다란 장벽으로 기능했다. 이 어려움을 균형발전 전략으로 뛰어넘겠다는 것인데 지역의 고충을 정확히 읽은 처방이다. 과거엔 통치권으로 접근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서해안고속도로 건설이 터덕거리자 1년 앞당겨 완공할 것을 지시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SOC는 경제적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다며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밀어부쳤다. 예산반영이 신통치 않고, 경제성을 이유로 딴지를 거는 부처의 반발을 통치권으로 해소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가 신청한 예타 면제 대상은 33개 사업(70조원 규모)이다. 전북은 1순위로 새만금 국제공항(9700억)을 신청했다. 이달 중 결정된다. 새만금 국제공항이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될지 초미의 관심이다. 2023년 새만금에서 개최되는 세계잼버리대회에 맞춰 임시 취항하려면 예타 면제는 당연하다. 엄격한 선정기준을 적용하겠지만 예타 면제 결정권을 대통령 직속의 국가균형발전위로 넘긴 것은 정무적 판단도 고려하겠다는 뜻이겠다. 경남의 남부내륙고속철도(5조 3246억)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12월13일 경남도를 방문해 경남경북 내륙지역의 균형발전,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하다. 예타 면제를 곧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 거제~통영~고성~진주~합천~경북 김천을 잇는 이 사업은 정치적 동지인 김경수 경남지사의 1호 공약이다. 전북은 대선 때 문 대통령한테 64.8%의 전국 최고 지지율을 보낸 곳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한 뒤 전북의 친구가 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군산조선소 가동중단과 한국지엠 폐업 등 정작 어려울 땐 친구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도민의 염원인 새만금 국제공항 예타 면제가 무산되면 어떻게 될까. 지역의 민심은 싸늘하게 변할 것이다. 내년 4월이면 총선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전북지역 10석 가운데 겨우 2석 건지는데 그쳤다. 회초리로 두들겨 맞는 일이 반복될 지도 모른다. 정치적 판단도 정책결정 요인이라는 걸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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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5 19:56

전북 현안, 이제 배 띄우고 노 저을 때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전북은 대선 때 문 대통령에게 64.8%의 전국 최고 지지율을 보냈다. 이에 화답하듯 문 대통령은 전북의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낙연 총리한테는 전북의 사정이 좋지 않다.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그런 탓인지 인사정책에선 훈풍이 불었다. 장관급 4명과 차관급 12명, 청와대 수석 2명, 공공기관장 8명 등 주요 요직에 30명이 넘는 전북출신 인사가 들어가 있다. 그야말로 화란춘성(花爛春盛)이다. 김현미(정읍) 국토교통부장관, 진선미(순창) 여성가족부장관, 노형욱(순창) 국무조정실장, 이효성(익산) 방송통신위원장이 전북출신이다.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 자리는 국가정책의 방향과 부처를 컨트롤하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곳이다. 청와대엔 한병도(익산) 정무수석과 윤영찬(남원) 국민소통수석, 김의겸(군산) 대변인 등 10여명의 비서진이 있고, 공공기관장도 춘풍화류(春風花柳)다. 김성주(전주) 국민연금공단이사장, 이강래(남원) 한국도로공사사장, 최규성(김제)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이상직(전주) 중소기업공단이사장, 오영식(정읍) 한국철도공사사장, 라승용(김제) 농촌진흥청장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 약진이 지속되리란 보장이 없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는 상당수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호조건일 때 기회를 살리는 게 최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진보정권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 국민의정부 때 인사, 예산, 정책에서 역차별을 받았고 참여정부에선 인사 배제를 당했던 경험이 있다. 기대가 컸지만 전북은 찾아먹을 것도 찾아먹지 못한 채 벌만 쐬었다. 그러면서도 흰 눈 한번 흘기지도 못했다. 반면 전남 광주는 호남몫을 다 챙겨갔다. 전북몫 찾기가 선거이슈로 등장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왜 그런가. 정치인의 무능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그동안 국회의장과 정당 대표, 장관 등 걸출한 정치인이 배출됐다. 그럼에도 지역총생산과 소득수준은 수십년째 꼴찌다. 공항, KTX혁신역 등 현안을 놓고는 조정자 역할은 커녕 분열했다. 전북이 처한 시대정신에 치열하게 대응한 정치인도 별로 없었다. 일부 정치인은 표에 굴복해 역사의식을 팽개쳤다. 지역정서에 기대 개인영달만 추구한 정치인도 있다. 오늘의 힘 없고 나약한 전북을 만든 건 이런 정치인 탓이 크다. 지금 잘 나가는 관료와 공공기관장, 정치인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전북엔 풀어야 할 현안들이 많다. 미래 부가가치가 큰 인프라를 다지고, 탄탄대로를 놓아야 한다. 공항, 항만, 도로, KTX 등 SOC확충도 매우 중요하다. 지역발전의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모두 정치의 영역이다. SOC분야 라인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 새만금개발청,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수장이 전북출신이고 관련 업무를 다루는 국회 국토교통위에 정동영(민평당), 안호영(민주당), 이용호(무소속) 의원 등 전북 국회의원이 3명이나 포진해 있다. 환상적인 이런 진용을 갖추고도 SOC 현안이 차질을 빚는다면 무능 말고는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겠다.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야 할 주체는 송하진 도지사다. 지역발전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치인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는 면피되지 않는다. 성과와 실적으로 말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임기는 유한이고 세월은 화살처럼 빠르다. 전북이 일 할 시간도 많지 않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문 대통령의 주문은 꼭 전북을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물을 이미 들어차 있고, 배 띄우는 일만 남았다. 정치권의 몫이다. 그 결과는 총선의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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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27 19:55

전북대 총장선거, 정책 비전 대안경쟁 보여라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지역의 발전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 중의 하나는 지역 거점 대학의 수준이다. 전북의 거점 대학은 개교 70주년을 맞은 전북대다. 제도개혁과 연구능력을 향상시키면서 약진하고 있다. 각종 지표와 수치, 성과물이 방증한다. 수도권 위주의 대학 서열화, 지방대 핸디캡에 따른 지방대의 위축된 현실에 비춰보면 상당히 고무적이다. 전북혁신도시의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서 연수중인 전국 자치단체의 고위 공무원들에게 전북대의 약진 상황을 알고 있느냐고 물으면 거의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다. 이 역시 전북대의 달라진 위상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대학들은 지금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압박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IT기술의 발달, 융복합 학문의 성장 등 급격한 환경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선 산학협력의 기반확충 등도 중요한 숙제다. 대학의 리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기다. 이런 국면에서 향후 4년간 전북대 경영을 책임질 총장 선거가 오는 29일 치러진다. 대학 내 교수, 행정직원, 학생 등의 선거인단이 선출하는 직선제로 치러지기 때문에 학내 관심이 높고 거점 대학이라서 지역사회의 관심도 많다. 총장후보 예정자로는 이남호 현 총장과 김동원(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김성주(의과대학) 송기춘(법학전문대학원) 양오봉(화학공학부) 이귀재(생명공학부) 최백렬(무역학과) 교수 등 모두 7명이다. 후보자등록은 14, 15일이지만 선거운동은 사실상 이미 1년여 전부터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지역 거점 국립대의 총장 선거는 총선이나 지방선거와는 달리 지성인 집단의 선거라서 정책, 비전, 대안 경쟁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런데 저간의 과정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정책과 비전 제시는 실종됐고 후보 간 흠집내기와 인신공격에 매달렸다. 유언비어 재생산과 과거 들추기에 함몰된 양상을 띠었다. 역대 총장 선거도 그랬지만 이번 선거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성인 집단의 선거가 이래도 되는가 하는 비판이 일었고 관전자인 지역사회에 실망과 피로감을 안기고 있다. 선거는 순기능이 크다. 학내 여러 현안의 공론장 기능, 정책과 비전 대안에 대한 후보 간 차별성 감별은 물론 정책 수행능력과 리더십, 소통능력,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도 선거의 기능이다. 아울러 어떻게 하면 대학 본래의 진리탐구의 정신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교수의 교육 및 연구경쟁력을 높일 방안은 없을까, 학습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과정으로의 대체는 불가능할까 등의 고민도 대학이 천착해야 할 숙제다. 재정확충도 중요한 과제다. 1636년에 설립된 하버드대학교가 아이비리그 최고의 대학으로 우뚝 선 것은 재정적 안정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당시 청교도교회 목사 존 하버드가 재산의 절반을 기증했고 교명도 그의 이름에서 따왔다. 우리 대학들은 국립 사립을 막론하고 재정이 절대적으로 취약하다. 대학발전기금 모금 등 전통적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학의 시설과 자산을 활용한 수익사업, 민간투자를 끌어들일 수익모델 창출 등 다양한 재원 확보도 커다란 숙제다. 대학이 직면한 정책과제는 수두룩하다. 모두 총장의 역할이 큰 사안들이다. 그런데도 어느 후보도 이를 공론화하지 않고 네거티브에 치중하고 있다. 네거티브 선거는 강한 것 같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후보등록 이후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는 2주일 동안 정책, 비전, 대안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선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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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09 17:57

꿀단지 탐욕, 잔꾀정치 몽둥이 부메랑 된다

▲ 객원논설위원 지금까지 나라의 은덕으로 삼한갑족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왔다. 이제 나라에 은혜를 갚을 때다. 삼한갑족은 조선 최고라는 뜻이다. 우당 이회영(1867~1932)은 조선이 일본 식민지가 되자 모든 재산을 팔아 일족 60여명과 함께 만주로 망명했다. 600억원으로 추정되는 거액이었다.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3500여명의 독립군을 배출하는 등 독립운동에 전념했다. 높은 지위나 감투를 탐하지 않았다. 조직과 돈을 댔지만 윗자리는 다른 사람에게 양보했다(김삼웅의 헛되이 백년 사는 사람 되지 않으리)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지행합일의 지도자라고 하겠다. 전 재산을 나라를 위해 쓴 이회영 같은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나랏돈을 내 쌈짓돈처럼 쓴 지도자도 있다. 그거 나한테 오면 내 돈 아닙니까? 내 활동비 중에서 남은 돈은 집 생활비로 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준 돈을 집사람이 현금으로 모은 모양입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015년 성완종리스트 의혹을 해명하면서 한 발언이다. 매달 4000에서 5000만원 정도의 특수활동비가 나왔는데 쓰고 남은 돈을 집에 주었고 집사람이 3억원을 만들어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특수활동비는 영수증이 필요 없는 특수하지 않은 특수한 돈이다. 논란이 일자 야 3당은 일찌감치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문제다. 영수증 증빙 조건을 달고 존치키로 자유한국당과 합의하더니 여론이 좋지 않자 폐지로 가닥을 잡고, 대신 업무추진비를 증액시킬 모양이다. 꿀단지 집착의 꼼수요 잔꾀다. 지방의회 재량사업비도 꿀단지 예산이다. 소규모 주민사업에 도의원은 5억, 시군의원은 2억원 안팎을 지방의원 몫으로 책정한 예산이다. 이 사업비는 의원 생색내기와 리베이트 창구로 통하는 지방의회 적폐 1호다. 얼마전 이 예산과 관련해 전현직 지방의원 7명 등 21명이 기소되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폐지키로 했던 재량사업비를 송성환 도의회의장이 부활시킬 모양이다. 순기능과 일부 의원 요구가 있다는 게 이유다. 도의원 39명중 36명이 민주당 소속인 도의회가 개혁 쇄신은 제쳐둔 채 꿀단지부터 챙기겠다니 몽둥이 깜이다. 전주, 익산, 정읍시의회도 마찬가지다. 선거제도 개혁이 화두다. 승자독식의 현 선거제도 개혁을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협치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바른미래당, 정의당도 적극적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소극적이다. 정치여건이 좋다 보니까 야당 때 적극적이었던 입당과는 반대로 수읽기를 하고 있다. 연정, 대연정 하니까 이것만 사람들이 받아들이는데 제가 원하는 것은 선거제도 개혁입니다.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선거제도는 꼭 고쳐보고 싶다는 뜻에서 (연정을) 말씀 드린 것입니다 (2005. 7. 29 대연정 관련 기자간담회) 정치는 잔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복잡한 분석과 수읽기, 거기서 나오는 잔꾀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도자라면 잔꾀에 기대는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2007. 2. 27 대통령과의 대화)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두 발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치에서 가장 나쁜 병폐는 지역구도에 의지하는 정치다. 지금이야말로 지역주의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개혁할 절호의 기회다. 꿀단지에 집착하거나 꼼수 잔꾀 부리면서 국민 눈높이 개혁을 외면하다간 선거 때 뭇매 맞을 일 밖에 없다. 총선, 지방선거 금방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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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14 20:29

전북 대도약, 민선 7기 우려되는 것들

▲ 객원논설위원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나흘 뒤면 새 임기를 시작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몸을 잔뜩 낮추며 겸손모드로 새 출발할 태세다. 문재인 효과의 덤에 따른 역풍을 경계한 겸양이겠다. 겸손도 좋지만 전북이 처해 있는 상황이 녹녹치 않다는 걸 고려하면 비장한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해야 할 것 같다. 작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과 두달 전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이후 지역경제는 쑥대밭이 됐다. 심리적 위기감이 지역 전체로 전이되고 있다. 전북경제는 침체 일로에 있다. 14개 시군 모두 대동소이하다. 실업과 일자리, 소득, 법인세 등 지역경제를 가늠하는 여러 통계지표는 밑바닥이다. 인구는 줄고 정치적 위상도, 대내외적 자존감도 미약하다. 이런 때일수록 지역일꾼을 자처한 단체장들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하겠다. 송하진 도지사는 전북 대도약의 시대를 열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전북몫, 자존감 찾기에서 진화해 대도약의 주춧돌을 놓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의 우호적인 정치환경을 활용할 적절한 정치 메시지이다. 하지만 이젠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하고, 지역 정치리더들의 응집력을 끌어내는 것이 숙제다. 지역살림을 책임질 시장 군수들도 지금보다는 더 강력한 역동성을 작동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데 초선에다 관료출신이 많아 한계라는 시각이 많다. 시장 군수 14명 중 7명이 초선이고 8명이 관료 출신이다. 초선 단체장의 가장 큰 위험성은 시행착오이다.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이상만 좆거나 의욕이 앞서 무리수를 둘 수 있다. 전임자 정책 폐기도 폐습이다. 안정성과 합리성은 관료 출신 정치인의 장점이지만 창의성과 진취적 역동성이 취약한 것은 치명적 단점으로 꼽힌다. 관료주의도 경계 대상이다. 관료주의는 관행과 타성에 젖은 일처리, 안목의 협소성, 군림하는 태도 등을 이르는 부정적 용어다. 전북지역의 엇 정치구도도 우려되는 정치지형이다. 시장 군수 14명(민주 10, 평화 2, 무소속 2)의 소속 정당이 국회의원의 그것과 다른 곳이 8곳이나 된다. 대리전을 치른 싸움터의 정치세력이 경쟁하는 경우인데 지역현안을 놓고 진정한 소통이 이뤄질 리 없다. 과거 김생기 정읍시장과 이환주 남원시장은 국회 예산확보 활동을 벌일 때 각각 소속 정당이 다른 지역구 국회의원인 유성엽, 강동원 의원실을 찾지 않았다. 예산 사업 등의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다. 엇 정치구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자들 사이에 회자되는 좋은 사례다. 인적자원과 각종 정보를 씨줄과 날줄로 연결하고 자원화할 때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그런데도 우리지역의 정치 사회적 환경은 폐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간단체 영역의 세대교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의 판을 바꾸지 않고 과연 전북 대도약의 시대도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지금은 글로벌 경쟁시대다. 자치단체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역동적이면서 일당백의 자세로 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곳이 전북이다. 아울러 단체장들은 개혁과 쇄신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적당주의에 함몰되거나 나태한 인물과 조직을 방치한다면 시민들이 단체장을 퇴출시킬 것이다. 표를 의식해 행사장이나 찾고 악수나 하고 다니는 단체장도 퇴출 대상이다.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단체장 모두가 비장한 각오로 개혁적, 역동적 리더십을 보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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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2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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