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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과 전주-완주 통합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전북지역 인구가 올해 182만 명대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GM군산공장이 폐쇄되어 군산경제가 붕괴되었다. 올 1분기 전북의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7.6% 줄었고, 건설수주는 25.2% 감소했으며 수출도 15.5% 줄었다. 요즘 지역신문 펼쳐 보기가 겁난다. 엑소더스 전북, 지역 기반 붕괴, 어두운 미래. 매일 같이 신문에 등장하는 내용들이다. 도민들에게 기쁨과 안심, 희망을 주는 기사는 찾기 어렵다. 과연 우리 지역 침체의 끝은 어디일까. 붕괴수준에 달했다고 말하는 전북의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는 없는 걸까. 새만금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지만 개발은 터덕대고 개발 완성은 요원하다. 거꾸로 역류하고 있는 전북호를 앞으로 확 되돌릴 수 있는 강력 엔진은 없는가. 전북지역 전체에 드리워진 패배의식과 체념, 절망감을 일거에 바꿔놓을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정부에 목맬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새로운 전기를 찾아야 한다. 우리 지역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줄 수 있는 강력한 모멘텀 중 하나가 전주-완주 통합이다. 창원과 청주에서 보듯이 통합의 시너지효과는 충분하였고 경남과 충북 전체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파급시켜주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세 차례(1997년, 2009년, 2013년)의 통합 시도가 모두 실패하였다. 실패의 후유증과 아픔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전주-완주 통합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 이 문제를 다시 꺼내기가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전주와 완주만의 과제가 아니라 전라북도 전체의 미래가 달려있는 긴급하고 중대한 문제이기에 다시 꺼낼 수밖에 없다. 마침 내년에 실시되는 21대 총선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지역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이 문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막상 당선되고 나면 입 뻥끗도 하지 않는다. 2016년 총선에서 전주의 정동영, 정운천, 김광수 의원 모두 통합을 중요한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한 의원은 통합 무산은 정치인들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다. 당선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 뒤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단 한마디 해명조차도 없다. 과거의 실패에서 얻은 중대 교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치인들이 정치생명을 걸고서 적극 나서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통합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완주군민들이 왜곡되지 않은 정보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을 반대하는 기득권층이 만들어낸 가짜뉴스(세금, 전주시 빚, 혐오시설의 3대 폭탄 등)로 인한 완주군민들의 피해의식을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완주군은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때마다 떠돌이 신세가 된다. 완주군 선거구는 예전엔 김제에 붙었다가 지금은 무주-진안-장수와 묶여있다. 전주가 동일 생활권임에도 불구하고 완주군은 이질적인 시군들과 묶여져 선거를 치르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서는 또 어디에 묶일지 알 수 없다. 전주-완주가 통합된다면 통합시는 4명의 국회의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본래가 한 몸이었고, 지금도 같은 생활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뚜렷한 상호 보완관계를 갖고 있는 전주와 완주가 통합되면 시너지효과가 어느 도시보다 더 클 것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늘고, 공장부지 확보와 고급인력 유치가 가능해져 결과적으로 기업유치와 일자리가 창출됨으로서 도시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또한 통합시의 새로운 활기와 희망은 전라북도 전체로 확산되는 삼투압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내년 총선을 맞아 도지사, 국회의원, 시장, 군수, 지방의원 등 전북의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전주-완주 통합을 재추진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마무리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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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30 17:16

인천공항 운행 시외버스 멈춰선 안 된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주 일본 동경에 잠시 다녀올 일이 있었다. 필자는 인천공항 대신에 무안공항에서 출발하는 여객기로 티케팅을 하였다. 무안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비행편수가 많지 않아 원하는 날자와 도착공항(동경시내 하네다공항 또는 외곽의 나리타공항)을 선택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인천공항을 포기한 이유는 간단하다. 인천공항까지 가려면 시간이 서너 시간 걸릴 뿐만 아니라 늦어도 출국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수속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로 두 시간 반 거리인 동경에 가기도 전에 지쳐버리고 만다. 반면에 무안공항은 자차운전으로 시간 반이면 갈수 있고, 출국 1시간 전에만 도착해도 충분하다. 공항주차장 이용이 무료인 것은 덤으로 주어지는 혜택이다. 인천공항이 꺼려지는 또 다른 이유는 인천공항 행 버스에도 있다. 현재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천공항까지 운행하는 버스노선은 두 개이다. 하나는 1997년부터 20여 년 동안 독점적 지위를 지녀온 대한관광리무진으로서 인천공항까지 직통이 아니라 익산과 김포공항을 거쳐 가기 때문에 시간도 약 4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요금도 3만 3천원을 받고 있다. 다른 하나는 4년 전부터 운행이 시작된 시외버스로서 인천공항 직통이기에 시간도 약 3시간 밖에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요금이 2만 7900원으로 저렴하기 까지 하다. 정신 나간 소비자가 아니고서야 시간이 더 걸리고 요금도 더 비싼 버스를 이용하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한관광리무진의 독점이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고, 시외버스 운행편수가 적기 때문에 대다수 전주시민들은 별 수 없이 비싸고 시간도 더 걸리는 리무진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버스 시설이 더 좋은 것도 아니고, 서비스가 더 좋은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마지못해 리무진 버스를 이용할 때마다 억울한 호갱이 되는 느낌이라 유쾌할 리 없다. 여러 이유로 인천공항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전주시민들은 졸지에 정신 나간 소비자가 되는 셈이다. 2016년부터 정읍-혁신도시-인천공항을 오가던 시외버스 운행이 어제부터 중단되었다. 대한관광리무진이 전라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까지 승소하였기 때문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2015년부터 운행해오던 임실-전주시외버스터미널-인천공항 시외버스마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1심과 2심에서는 전라북도가 승소했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바뀌어 현재 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에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전라북도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이 모든 혼란은 전주-인천공항 노선의 무기한 한정면허를 갖고 있는 대한관광리무진이 경쟁체제를 허용한 전북도의 인가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롯되었다. 대법원의 판결은 전북도민들을 단단히 실망시켰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지역 주민들의 교통수단인 선택권이 제한돼 ㈜대한관광리무진이 누리고 있는 독점적인 이익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보다는 지역주민들의 교통수요를 충족하는 공익의 정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전북도의 손을 들어줬던 1심 판결을 단단히 믿었던 게 잘못이었나 보다. 지역주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대한관광리무진버스는 이참에 좀 달라져야 한다. 공공서비스 기업은 사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지역주민과 함께하려는 공익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좀 더 빠르고 저렴한 운행 서비스를 위한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모든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20여 년 전 무기한 독점운행 허가를 내주고, 이번에 안이한 태도로 재판에 임해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진 책임을 지고 있는 전북도이다. 전북도는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더 이상 주민들의 불편과 불이익이 없도록 다각도의 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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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02 20:46

내년 총선 과열 부추기는 언론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이란 기사를 통해 수용자들의 관심을 끊임없이 발굴, 생산하여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뉴스판매 기업이다. 이런 점에서 언론이 가장 선호하는 뉴스 아이템은 재난과 선거이다. 재난과 선거는 무엇보다도 국민적 관심사가 높다. 또한 여기에는 심각한 갈등과 반목, 드라마, 휴먼스토리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 몇 개월 동안 지속되는 선거기간은 언론에게는 그야말로 대목인 셈이다. 2020년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총선일이다. 1년도 넘게 남은 시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유권자들은 아직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언론은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발 빠른 일부 언론은 이미 지난 연말부터 21대 총선을 뛰는 사람들 특집을 선보이기도 했다. 우리 선거법은 사전선거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기에 언론에 등장하는 선거기사란 게 고작 누구누구가 어느 선거구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식의 보도는 사실상 알맹이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공연히 출마 예정자와 운동원들의 조바심만 일으켜 자칫 선거과열을 부추길 위험성이 있다. 이렇게 언론이 선거에 과잉 관심을 쏟는 이유는 간단하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선거가 과열되어야 만이 언론의 상품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당 간에 선거법 개정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고, 정당간의 이합집산이 예상되는 등 선거구도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짙은 현 시점에서 1년 후 총선보도는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다. 사실 언론의 선거보도는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의 틀(frame)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언론의 선거보도 틀(프레임)이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점(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연구들이 많다. 우리 언론의 지배적인 선거보도 프레임은 게임 프레임이다. 미국 언론과 마찬가지로 우리 언론 역시 선거를 승패 구도로만 인식하는 게임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아왔다. 언론의 게임 프레임에 익숙하게 된 유권자들은 선거란 정책이나 이슈보다는 오직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하며, 현재 어느 후보가 앞서 있고, 어떤 전략으로 선거캠페인을 벌이고 있는지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선거 기간에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연구결과를 보면 심각하다. 연구에 의하면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지지도 순위와 전략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각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언론은 항변한다. 아무리 중요한 정책이나 이슈라 하더라도 한번 보도하면 괜찮지만, 두 번 보도하면 수용자들이 싫증을 낸다. 그래서 정책 이슈를 많이 다룰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정책에 관심이 없기에 언론이 이를 보도에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언론이 정책 보도를 하지 않아서 유권자들이 여기에 길들여진 것인지, 인과관계의 방향성은 명확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언론이 정책이나 이슈보다는 후보자의 지지도와 전략 등을 더 많이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임 프레임에 익숙한 언론은 후보자들의 동정, 전략 등을 보도함으로써 다른 후보자들의 조바심을 일으켜 선거를 과열로 이끌곤 한다. 그래서 막상 선거가 과열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선거과열, 불법 선거 판쳐라는 기사를 내보내는데, 이 기사는 선거과열을 더더욱 조장하고 만다. 모든 선거과열의 책임을 후보자들에게 몽땅 뒤집어씌우는 것도 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1년여 남은 현 시점에서 언론은 보다 차분해져야한다. 보도 내용도 출마예상자들의 동정이 아니라 각 선거구별로 필요한 지역정책을 개발하고, 이와 관련된 토론의 장을 만들어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이다. 21대 총선에서는 달라진 언론의 선거보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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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04 20:42

후백제 공화국 한옥마을 공국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스스로 독립국가임을 주장하는 초미니 나 홀로 국가를 말한다. 마이크로네이션은 바티칸, 안도라, 모나코 등과 같이 UN에 당당히 가입한 극소국가와는 확연히 다르다. 마이크로네이션은 국가의 세 요소인 영토와 국민, 주권을 갖추고서 스스로 독립 국가라고 주장하지만, 실효적 지배권이 없어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공동체이다. 마이크로네이션은 인구가 5명 내외에 불과한 초미니 국가들이 많다. 미국 네바다 사막에 세운 국가, 남극에 세운 나라, 호주의 농장주가 자기 농장에 세운 공화국, 캐나다 한 섬의 바위에 세운 공국, 영국 코미디언이 자기 아파트에 세운 왕국 등 가지각색이다. 심지어 염소가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국가, 공주가 되고 싶어 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만든 나라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마이크로네이션은 전 세계적으로 400개가 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마이크로네이션들은 자체적으로 국기, 통화, 여권, 우표, 국가문양, 헌법 등을 갖고 있다. 이들 마이크로네이션들은 UN과 같은 연합기구(MicroCon)를 만들어 매2년 마다 총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2017년 6월 23-25일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총회에는 3개 대륙 26개 마이크로네이션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다음 총회는 2019년 7월 캐나다 해밀턴에서 개최될 것이라 한다. 또한 이들은 자기들만의 올림픽(MOF, Micronational Olympic Games)도 열고 있다. MOF는 달리기, 축구 등 육체적 게임과 온라인 게임들이 있는데, 이것 역시 매 2년마다 개최된다. 때론 전쟁도 하는데, 전쟁방식은 해킹, 장난감 총 쏘기, 약 올리기 등이 있다. 미국의 한 마이크로네이션은 미국 정부에 납세를 거부하고서 전쟁을 선포했는데, 전쟁은 옆집에 돌 몇 개 던지고 끝났다고 한다. 약 20일 전에 대표적인 마이크로네이션인 세보르가 공국(Principato di Seborga)을 다녀왔다. 세보르가 공국은 이탈리아 북서부 산골에 위치하고 있는데, 인구가 약 370명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마이크로네이션 중에서는 제대로 된 국가이다. 인구도 가장 많고, 역사성, 화제성과 나름대로 정통성도 갖추고 있다. 세보르가 공국은 954년부터 1729년까지 실존했다가 없어진 국가였다. 그러다가 1995년 주민투표를 통해 이탈리아로부터의 독립과 헌법을 선포하였다. 세보르가 공국의 국경에 도착하니 초소는 있는데, 초소를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국경을 쉽게 넘었다. 상가들이 몰려있는 중심지에 들어가니 자동차와 관광객들로 제법 붐볐다. 국가 업무를 담당하는 오피스를 찾아가니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이 업무를 겸하고 있었다. 원하는 관광객에 한해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어주었는데, 돈을 내면 비자도 발급해준다고 하였다. 해발 500미터 산골에 위치하고 있는 세보르가 공국은 그야말로 볼거리, 먹거리는 물론이고 특산물도 변변치 않았다. 오로지 화제성과 호기심만으로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마이크로네이션이 있다. 2006년에 선포된 춘천 남이섬의 나미나라 공화국이 최초이며, 2012년에는 서울 광진구 등 9개 지방자치단체장이 모여 상상나라 국가연합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대부분의 마이크로네이션이 노리는 효과는 단 하나, 관광수익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전북지역은 아직 마이크로네이션이 없다. 전주시를 후백제 공화국, 한옥마을을 한옥마을 공국, 고창 고인돌 나라, 순창 고추장 왕국 등으로 명명하여 출입국사무소를 만들고, 나름의 화폐, 여권, 우표, 문자, 국기, 기념품 등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이참에 우리 전북지역에도 몇 개 국가들을 건국해대통령, 총리, 대왕이나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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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07 20:43

새만금공항 건설, 늘어지면 멀어 진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하늘 길이 뻥 뚫렸다. 자동찻길, 기찻길, 뱃길의 2차원 교통망만으로 답답했던 우리 전북도 이제 3차원의 교통망을 갖추게 되었다. 겨우 시간 반이나 두 시간 거리에 불과한 일본이나 중국을 다녀올 때면 서너 시간 걸리는 리무진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오가는 길이 무척 고달프다. 수도권에 사는 일행들이 1시간 안에 집에 도착하여 전주에 잘 내려가고 있는지를 걱정해주는 전화를 받고나면 공항 없는 지역민의 서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거의 매년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빠뜨리지 않고 묻는 문항이 있다. 바로 해외여행 경험이다. 1998년 조사에서는 전북도민의 겨우 19.3%만이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반면, 80.7%가 해외여행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해외여행 경험비율은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다가 2012년에 이르러서야 과반(53.1%)을 넘어선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해외여행 경험비율이 해마다 비약적으로 증가하는데 2015년 64.2%, 2017년 73.6%를 기록했다. 지금 시점에서 조사해보면 8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8년과 2018년의 불과 20년 사이에 해외여행 경험 율이 무려 4배로 늘어났다. 앞으로 도민들의 해외여행은 더욱 더 급속히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1시간 거리 이내의 지역공항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전라북도 전체가 축제분위기다. 그러나 새만금공항은 이제 겨우 예비 타당성조사만 면제받았을 뿐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예상대로 벌써부터 일부 언론과 지역에서 노골적인 태클이 들어오고 있다. 새만금공항 예타 면제...무안국제공항은 어쩌나...1시간 30분 거리인 무안국제공항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뉴스1). 새만금 국제공항 예타 면제...무안공항 활성화에 찬물(광주 CBS). 새만금 신공항 예타 면제 무안공항 반쪽 되나(뉴시스). 활주로 이용률이 1% 수준에 그치는 무안공항 등 무리한 국가사업 추진으로 혈세 낭비 사례가...(서울경제). 새만금공항도 말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서남부 지역만 하더라도 광주, 무안, 청주공항이 있는데, 여기에다 국제공항을 지어봤자 효과를 보기 어려울 거란 분석이 있다.(조선일보). 주위의 견제와 방해도 문제지만 공항건설이란 게 3-4년 만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 역시 문제다. 우리는 2023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되면 개항까지 최소 8~9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기본계획 수립만 1년 6개월,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2년, 공사 4년이 걸린다고 한다. 2023년 세계 잼보리대회 개회 전까지 완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부에서는 그 때까지 부분개항이라도 바라고 있지만, 공항이란 게 어디 부분 개항이 가능한 일인가. 전 도민의 박수 속에 시작한 새만금 사업도 30년 걸려 이제 전체공정의 12% 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늘어지면 길은 멀어 진다는 새만금 사업의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은 절대적으로 속도전이 필요하다. 우리 도민들이 중앙정부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서 처분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도지사와 정치인, 도민들이 모두 나서 속도 있는 건설을 밀어붙여야 한다. 동시에 청주공항과 무안공항 사이에 낀 새만금공항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해줘야 한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답은 나온다. 새만금에 대단위 오락 및 관광, 비즈니스 시설을 갖춰 공항 이용객을 늘리고, 새만금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저가항공사를 유치해야 한다. 새만금공항이 결코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만이 앞으로도 계속될 온갖 견제와 방해들을 떨쳐내고 건설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늘어지면 멀어진다. 부디 새만금공항이 꽉 막힌 새만금 개발과 전북 발전의 숨통을 터주는 기폭제가 되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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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07 19:56

물질성장보다는 행복성장 정책으로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전북일보 신년호(1월 2일자)를 보면 1면에서 7면까지 무려 7개면에 걸쳐 전북의 미래 경제성장 방향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눈에 띄는 제목들을 보면 수소 식품 금융 등 성장 동력 미래 자원으로 자율주행 상용차 수소차 동력 삼아 전북경제 으랏차차. 기사 하나 하나가 낙후 전북을 벗어나고자 하는 도민들의 간절함이자 절규였다. 특집호는 전북의 성장 방향과 방안들을 제대로 제시하였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실천이다. 이러한 전북도민들의 꿈이자 미래의 청사진이 과연 제대로 실천될 수 있을 것인지. 30년을 끌었지만 아직도 개발이 요원한 새만금에 지치고 멍든 우리 도민들에게 자칫 또 다른 가나안 땅을 꿈꾸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신년호 특집기사들을 보면서 혹시 우리가 아직도 경제성장 지상주의에 빠져 성장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고,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의 행복점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물질적 충족이 행복의 필요조건임은 틀림없지만 물질적 성장이 우리에게 행복을 지속적으로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소득이 증가하면 거기에 상응하여 기대치 역시 증가하기 때문에 결코 만족이란 없다. 가난했지만 이웃 간의 정이 넘쳤던 옛날이 더 행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지금 세계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 성장보다는 개인성장,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 경제성장보다는 행복성장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경제성장 지상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정치인과 관료, 재벌, 언론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성장 패러다임을 강조하고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싶다. 경제성장에서 많이 뒤쳐진 우리 전라북도가 다른 지역을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다른 지역민들보다 더 높은 행복수준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앞으로 전북의 발전 정책은 경제 성장 정책 패러다임을 버리고 도민 행복 성장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사람들의 삶과 행복을 보살피는 것이 정부의 유일한 합법적 목적이다라고 말한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을 상기해야 한다. 국가나 지역의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 역시 공동지표가 아닌 개인지표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국민총생산(GDP), 지역 총생산, 주택보급률 보다는 도민 개인과 관련된 실질임금상승률, 소비자 물가지수, 개인 가처분 소득 등의 지표가 우선되어야 한다. 지역의 공연장 수, 도서관 수, 수영장 수 등의 지표보다는 인구 1,000명당 공연장 수, 도서대출 권수 등의 개인지표가 더 중요하다. 또한 이웃과의 관계 등 인간관계지수, 의료비 부담 및 의료혜택, 주택임대료 부담률, 하천과 상수도 수질, 미세먼지 농도 등의 지표에 더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한다. 물질의 분배는 본질적으로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제로섬(zero sum)게임이다. 행복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같이 행복해지듯이 행복은 나눌 수 있고, 전파가 되기에 논제로섬(non-zero sum) 게임이다. 우리 전북이 타 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낙후되었지만 도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수준은 전국 최고인 사람 중심도시, 행복도시 전북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로 도청에 도민 행복본부 부서를 만들자. 이 부서는 도민 행복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정책 개발은 물론이고 도청의 모든 정책들이 도민 행복수준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자. 행복은 선물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베아티투도(beatitu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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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03 19:51

소송 당하는 언론사와 기자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사와 기자들이 취재 보도로 인해 민사 형사 소송을 당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며칠 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와 관련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301명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27.6%가 소송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을 당한 이유는 명예훼손(78.3%)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과반수인 52.1%가 보도 후에 상대방으로부터 고소하겠다는 말을 듣게 되면 후속보도를 자제하게 된다고 하였다. 응답자의 32.2%는 공인에 대해 취재할 때는 소송에 대한 부담감으로 보도가 꺼려진다고 하였다. 오보나 악의적 보도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언론사나 해당 기자는 의당 민사 형사상의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언론의 감시대상인 국가기관이나 고위 관리들이 명예훼손 명목으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들은 명예훼손으로 인한 민형사 소송을 전가의 보도 마냥 사용하고 있다. 언론사나 기자들이 국가기관이나 고위 공직자들로부터 무분별하게 소송을 받게 되면 아무래도 위축받게 되어 자칫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특히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후속보도를 위축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 소송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언론사와 기자들은 조금이라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들은 아예 피해버리는 자기검열을 강화하기 때문에 정부기관이나 공직자들의 심각한 문제들을 부각시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정부에 대한 중요한 견제수단 역할을 하는 감시견(watch dog)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민형사 소송을 당했던 모기자는 민사든 형사든 소송을 당하면 발목을 잡혀 다른 일을 못한다. 승소하려면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취재보다 소송에 대응하는 게 훨씬 공이 들어간다. 취재원을 알아내려는 고소인의 작전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대응하는 점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MBC PD수첩은 2008년 광우병 의혹 보도 후 7개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 당했다. 소송전 끝에 PD수첩 제작진은 모든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최종 승소하기까지 무려 4년 2개월의 세월이 걸렸다. 소송기간에 제작진은 모두 PD수첩 제작팀에서 배제되었음은 물론이다. 공인도 악의적 보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언론이라고 해서 법의 울타리 밖에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공익적 차원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 위한 언론 보도는 어느 정도 선에서 명예훼손의 면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전략적 봉쇄 소송 남발을 막을 수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20여개 주에서는 전략적 봉쇄 소송 규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언론에 대해 제기된 명예훼손 소송이 전략적 봉쇄 소송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신속히 각하 판결을 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의 법으로는 이 제도를 도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략적 봉쇄 소송으로 판단되는 소송의 경우는 신속한 결정으로 소송을 조기에 종결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적어도 명예훼손 소송에서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보다 넓게 허용되어야 제 2의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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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06 19:58

전북 발전의 걸림돌이 된 새만금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을 방문하여 새만금에 민간투자 10조원과 정부예산 5690억 원을 들여 수상태양광과 해상풍력제조업단지를 설치하는 등 이곳을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조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처음 이 소식을 들은 대다수 도민들은 환황해권 경제 중심지로 개발될 것으로 믿어왔던 새만금이 고작 태양광 단지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혹이 왈칵 들었을 것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새만금 재생에너지단지 개발 사업은 결코 새만금 개발방향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새만금에 새로운 엔진을 달기 위한 것이라는 말로 도민들을 달랬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단지 개발사업의 기대효과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사실 지난 30년 동안 역대 정권들은 선거 때마다 장밋빛 새만금개발 공약을 내세우다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곤 하였다. 개발 방향과 내용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개발 속도는 굼벵이만도 못했다. 새만금이 개발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해서 속이 다 터질 지경이다. 새만금 하면 1935년에 발표된 김유정의 봄봄이라는 단편소설이 떠오른다. 소설의 주인공은 점순이와 혼인하기 위해 돈 한 푼 안 받고 점순이 집에 데릴사위 겸 머슴으로 들어간다. 우직하고 바보스러운 주인공이 온갖 고초를 겪고, 주인의 농간에 놀아나면서도 모든 걸 참고서 3년 동안 죽어라 일만하고 기다렸지만 굳게 약속했던 혼인을 시켜주지 않는다. 혼인을 시켜주지 않는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점순이 키가 작으니 더 클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다. 결국 간교한 주인의 농락에 놀아난 주인공은 그리도 원하는 점순이와의 혼인도 치르지 못하고 쫓겨나고 만다는 줄거리다. 지난 30년 동안 전라북도는 정부에 새만금 개발 속도를 올려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럴 때 마다 정부는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다. 새만금에 모든 것을 걸었던 전라북도는 새만금 때문에 전북 지역의 다른 개발 카드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시도와의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스스로 양보하거나 양보를 강요받아왔다. 우리 스스로가 새만금을 볼모로 가둬버린 셈이다. 전북의 다른 좋은 개발 카드들을 버리고, 다른 지역에 양보를 하면서까지 지켜왔던 새만금의 앞날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최근 전북연구원이 실시한 전북의 미래를 위한 어젠다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전북연구원 이슈브리핑 175호). 지난 6월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들을 분석하였더니 모든 후보들이 새만금 개발 어젠다를 가장 중요시하였단다. 그러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새만금 어젠다의 우선순위가 5위에 불과하였다. 반면에 산업경제, 일자리, 청년, 농생명 순으로 중요한 어젠다로 꼽았다고 한다. 결국 표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새만금을 가장 중요하게 외치지만, 전문가들은 전북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는 새만금이 아니라 다른 분야를 더 우선시해야한다는 주문인 것이다. 새만금 피로 증에 걸린 전북인에게 새만금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인지를 물으면 아마도 희망 꿈 등의 긍정적인 단어보다는 지겨운 불확실한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이 더 많을 것이다. 냉철히 다시 생각해보자. 정말로 새만금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과 같은 약속의 땅인가? 아니면 새만금이 오히려 전라북도 전체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 두 손에 꽉 움켜쥐고 있는 구슬 때문에 더 좋은 구슬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 와서 새만금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계속 올 인해서도 안 된다. 어느새 계륵이 되어버린 새만금. 이제는 제발 새만금 굴레로부터 좀 벗어나자.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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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08 21:36

전북 몫 찾기에 정치인들이 앞장서라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약 한 달 전의 일이다. 몇 명의 기자들로부터 전화가 연달아 걸려왔다. 세계 최고의 경제전문지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조롱하고 폄하하는 보도를 하였단다. 기다렸다는 듯이 일부 중앙지들이 이 기사를 확대 재생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언론의 행태를 꾸짖는 필자의 멘트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보도한 국내외 언론의 보도행태도 문제지만 뒤에서 언론을 이용하여 장난치는 배후세력을 찾아 이를 규탄해야한다고 하였다. 자칫 발신자는 놔두고 메신저만을 야단치는 꼴이 될 수 있으니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흔들기는 계속되었다. 전북혁신도시의 제3 금융중심도시 지정 요구에 대해 부산상공회의소가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10여 년 전 제2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이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이유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로 며칠 뒤 이낙연 국무총리의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관련 국회 답변이 또다시 지역사회를 분노케 만들었다. 이 총리는 새만금 국제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관련한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해 2023 세계 잼버리대회 하나만 놓고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전라북도는 20년 전 김제공항 건설 추진 과정에서 타당성 조사 등 공항 설립에 관한 행정 절차가 진행됐었고,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예타 면제를 받은 광역경제권 선도 프로젝트에 군산공항 확장사업이 포함됐다는 입장이다. 혁신도시의 제3 금융중심도시 지정 문제는 부산시와, 30년 숙원사업인 새만금국제공항 문제는 청주무안공항과 이해가 충돌하는 지역 간 갈등 문제로 이어진다. 모든 게 도세가 약한 탓이지만, 지역 현안을 제 때 해결하지 못하고 사후 대처마저 더디게 움직이는 지역 정치인들의 책임 또한 크다 하겠다. 도민들의 분노가 확산되자 지역 정치인들은 뒤늦게 서야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규탄 결의문을 채택하였다니 겨우 면피는 한 셈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지켜보면서 우리 전북도민들은 또 한 번 깊은 자괴감에 빠졌을 것이다. 불과 1년 여 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우리 지역에서 이른바 전북 몫 찾기운동이 힘차게 전개되었다. 농산업, 혁신도시, 새만금, 균형발전, 지역현안 등 8개 분야 47개 과제를 발굴하고서 후보자들로 하여금 대선공약으로 수용할 것을 요구하였고, 후보자들도 이를 받아들였다.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그렇게 강력히 전개되었던 전북 몫 찾기 운동이 과연 얼마나 달성되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새만금개발, 제3 금융중심도시 지정, 2023 세계 잼버리대회 등 타 지역에서 보면 하찮은 사업으로 얕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오죽하면 이거라도 붙잡고서 애써 지키고자 하는 전북을 흔들어대는지 모르겠다. 요즘 중앙정부가 하는 걸 보면 전북 몫 찾기는 고사하고 전북 몫을 염두하고 있는 지나 모르겠다. 낙후된 전북이 요구하는 것은 타 지역보다 더 잘살게 해달라는 게 결코 아니다. 모든 지역이 차별 없이 같이 잘살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른바 지역균형발전이다. 지역균형발전은 지역 간 편중된 자원배분을 균등하게 하여 지역 간 사회-경제적 발전 수준을 고르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경제발전을 촉진하고 전체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게 되는 것이다. 우리 지역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매번 사후약방문식으로 모여서 규탄 성명이나 발표하고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만 놓으면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지고, 전북 몫이 찾아지는가? 분노한 도민들이 나서기 전에 지역 정치인들이 전북 몫 찾기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주기 바란다. 어차피 차기 총선도 다가오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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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11 19:19

거짓말 정치인 삼진아웃제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부정부패정경유착 그것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경계하면서 살아온 저에게는 너무나 치욕적이다...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부당하게 돈을 챙긴 적도 없고 더구나 공직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탐한 일도 없다...전 재산은 현재 살고 있는 집 한 채가 전부이다. 지난 6일 결심공판에서 이명박 전대통령이 낭독한 최후진술이다. 이명박 전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에도 나는 거짓말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언젠가 들통 날 것을 왜 저렇게 감추나 싶어서 안타깝다.고 말한바 있다. 공지영 작가는 MB는 2007년 대선 기간 중 BBK(의혹)를 감추기 위해서 여러분, 이거 다 소설인 거 아시죠? 소설 쓰는 겁니다라고 하여 문학예술인 소설을 거짓의 대명사로 모욕했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MB의 최후진술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거짓말 잘하는 직업군으로 연예인, 상인, 재벌, 변호사 등을 쉽게 꼽지만 정치인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오죽하면 같은 정치인인 유성엽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재미난 제안을 하였겠는가. 유의원은 정당 대표나 주요 정치인들이 공개적인 자리서 3번 이상 거짓말하면 퇴출시키는 삼진아웃제를 적용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모아보자고 하였다. 그동안 정치인들은 직업이 거짓말하기라고 할 정도로 입만 열면 말 바꾸기, 말 뒤집기, 말 부인하기를 밥 먹듯이 하였다. 2005년 <오마이 뉴스>가 만우절을 맞아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대표적인 거짓말들을 선정하였다. 당당 1위는 내 전 재산은 29만원, 2위는 존경하는 OOO 의원님, 3위는 의원직(대통령직)을 걸겠다, 4위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였다. 여기에는 선정되지 않았지만 정치인들의 상투적인 거짓말들을 추가해보자. 기억이 안 난다 구국의 결단 평생 청렴하게 살아왔다 민의에 따라 정계은퇴 현 소속 정당에 뼈를 묻겠다 선거공약.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동아일보는 흥미 있는 분석을 하였다. 동아일보의 분석에 의하면 여야당이 내놓은 주요지역개발공약을 이행하려면 모두 174조원의 사업비가 필요해 부도수표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한해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SOC예산은 23조원에 불과하기에 7년간 쏟아 부어도 이들 공약들을 지키기 어렵다. 한마디로 선거공약은 새빨간 거짓말 이라는 것이다. 최근 명백한 거짓으로 밝혀진 MB정부의 4대강 사업, 자원외교 투자 등과 관련된 정치인, 전문가들의 거짓말은 국가에 엄청난 해악을 끼쳤다. 수 십 조원의 국고와 자연이 손실됐어도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제는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에게 그 책임을 끝까지 물어 이들을 정치판에서 쫓아내야 한다. 정치인의 거짓말과 말 바꾸기를 당연하게 여기거나 별거 아닌 것으로 여기는 우리의 정치풍토도 바꿔야한다.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무관심하거나 이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유성엽 의원이 제안한 거짓말 정치인 삼진아웃제를 결코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이를 법제화시키기는 어렵겠지만 언론과 시민단체가 나서서 정치인들의 거짓말 내용과 횟수, 그로 인한 피해상황, 전체 순위 등을 망라한 정치인 거짓말 리스트를 만들어 매년 또는 선거 때마다 언론과 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과거 정치인들의 거짓에 속아 지도자를 잘못 뽑는 바람에 국가와 지역사회가 입은 혼란과 손실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당장 2년 후에 치러질 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부터 정치인 거짓말 리스트를 널리 알려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들을 추방하고 보다 책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정치문화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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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13 19:48

전북대 총장선거와 언론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요즘 학교 밖 사람들을 만나면 전북대 총장 선거, 누가 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언론에도 전북대 차기 총장선거와 관련된 기사들이 눈에 띈다. 그러고 보니 전북대 차기 총장선거가 이제 두 달 앞으로 다가섰다. 사실 대학총장의 역할과 임무는 막중하다. 막중한 대학총장의 임무를 보자. 우선 대내적으로 대학의 향후 비전과 교육이념을 올바르게 설정하고, 대학 운영관리, 재정, 교육체계, 학술과정, 입학관리, 학생관리는 기본이다. 여기에 교수 및 직원들에 대한 인사관리와 학업체계, 관리체계 등에 대한 모든 책임을 맡는다. 대외적으로는 대학을 대표하여 국내외, 중앙 지방 가리지 않고 수많은 정부부처와 기업, 동문, 독지가들을 만나 거액의 기부금을 모금해야한다. 80년대까지 대학 총장의 덕목이었던 고매한 인격과 훌륭한 학식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오직 대학발전을 위해 돈을 얼마나 많이 모금할 수 있느냐가 총장의 중요한 덕목이 되었다.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대학총장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일로 81.3%가 재정확보 부담을 꼽았다. 좋게 말하면 기업의 CEO역할, 어느 사립대 총장이 자조적으로 말한 거지 짓까지 서슴지 않아야 좋은 총장이 될 수 있다. 한 마디로 총장의 경쟁력이 곧 대학의 경쟁력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극한 직업이 되어버린 총장 일을 수행하겠다고 현재까지 7명의 전북대 차기총장 후보자들이 공식, 비공식으로 출마하였다. 필자가 보기에 7명 후보자들 모두가 총장으로서 좋은 자질들을 갖추고 있다. 참으로 다행이다. 밖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이들 후보자들은 교내 통신망을 통해 자신들의 비전과 철학, 정책공약 등을 내부 구성원들에게 수시로 보내고 있다. 어떤 후보자들은 교수 연구실을 방문하여 내부 구성원들과 열띤 토론도 벌이고 그들의 바람과 충고를 경청하기도 한다. 후보자들의 홍보물을 읽어보고,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모두가 나름대로 인품과 능력들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도내 모 일간지에 1강 2중이라는 판세분석기사가 떴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근거로 해서 판세분석 기사를 썼는지 모르겠다. 내부 구성원들조차 전혀 알 수 없는 판세를, 그것도 여론조사 등의 과학적 근거도 없이 기사를 쓴 이유를 알 수 없다. 혹시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기사를 썼다면 전북대 내부구성원들을 심히 얕잡아 본 것이고, 막연히 흥밋거리로 썼다면 참으로 올바른 언론인의 자세가 아니다. 정치판의 선거라면 이해가 간다. 정치판의 선거는 국민들의 관심사가 높기 때문에 뉴스가치가 높다. 또한 각종 여론조사나 탐문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판세를 가늠할 수 있다. 대학 총장선거는 정치판의 선거도, 협동조합 조합장 선거도 아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총장 선거 과열로 인해 선거과정은 물론이고 끝나고 나서도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양식과 학식을 갖춘 구성원들이 뽑는 대학총장선거는 과열되지 않고 감성적인 투표가 아닌 차분한 이성적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인들의 적당한 무관심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언론이 대학총장선거에 관심을 갖는 건 좋으나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서 후보자들 중에서 몇 사람을 가려 굳이 판세분석을 해야 하나 싶다. 세상사 언론이 나설 일이 있고, 나서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언론은 바람직한 총장상을 제시하고, 모든 후보자들을 차별없이 소개하는 선에서의 관심 정도면 충분하다. 다만 대학총장선거가 파열음을 낼 때는 두말할 것도 없이 언론이 나서야 한다. 진정으로 전북대에 애정이 있다면 언론은 총장선거에 불가근 불가원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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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16 20:22

일당지배와 소수의견 존중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사회심리학자인 애쉬(Solomon Asch)는 1951년에 재미난 실험을 하였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왼 손 카드에 그려진 선(b)을 보여주고, 오른 손 카드에 그려진 3개의 선(a b c) 중에서 왼 손의 선 길이와 같은 선을 고르도록 하였다. 삼척동자도 쉽게 알아볼 정도로 3개 선들의 길이가 뚜렷이 달랐기에 정답인 b를 맞추기란 어렵지 않았다. 실험실에 들어간 10명 남짓의 피험자 중에서 오직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정답이 c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과연 진짜 피험자가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를 관찰하는 게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이었다. 실험 결과 놀랍게도 진짜 피험자의 약 75%가 정답이 b인줄 알면서도 c라고 응답하였다. 이 실험은 인간이 주변 사람들에 의해 동조(conformity)되어가는 인간의 본성을 밝혀준 중요한 연구이다. 동조란 외부의 직접적인 압력이 없음에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아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1974년 독일의 여성언론학자인 노엘레노이만(Noelle-Neumann)이 침묵의 나선이론(spiral of silence theory)을 내놓았다. 그녀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이나 조직에서 고립되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는 이슈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나름대로 파악하여 자신의 관점이 다수라고 판단하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자신의 관점이 소수라고 판단되면 의견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 사회적 차원에서 보자면 소수 의견은 침묵하게 되고, 침묵이 나선처럼 확대되어 결국 소수의견은 여론의 장에서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는 집권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우리 전북지역에서도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곳, 기초단체장 14곳 중 10곳, 광역의원 35석 중 34석(97.1%, 지역구), 기초의원 172석 중 126석(73.3%)을 석권했다. 호남을 근거지로 창당된 민주평화당은 역부족이었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존재감마저 사라져버렸다. 광역과 기초 자치단체에서 구축된 민주당 일당지배가 걱정스럽다. 지난 유신정권과 5공 정권에서 잘 경험했듯이 비판과 견제, 감시가 없는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오만하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견제세력이 사라져 민주당 일당이 지배하는 지방정부와 지방정치가 오만과 독선, 부패하지 않고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수의견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다수의 힘으로 소수의견을 침묵하게 만들거나 다수 의견에 동조하기를 강제한다면 그것은 독재의 시작인 것이다. 독재 권력이 자주 내세우는 일사분란, 만장일치, 만인총화 등의 구호가 절대로 등장해서는 안 된다. 일찍이 존 로크는 소수 의견을 탄압하지마라. 훗날 소수의견이 진리로 밝혀질 수 있다고 하였다. 야당의 부재시엔 언론이 견제장치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 지역의 언론이 지방정부에 대해 파수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사실 재정적으로 독립되지 않은 언론이 정부에 비판적이기는 쉽지 않다. 우리 지역에 언론사는 많으나 대부분이 재정적으로 취약하다보니 지방정부를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기사가 실종된 지 오래다. 아쉽지만 우리 지역언론에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민주당 일당지배의 지방정치에서 지방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소수의 목소리가 다수에 의해 침묵과 동조가 강요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의 정치수준은 지역민들의 의식수준에 비례한다. 깨어있는 시민의식만이 일당지배의 오만과 부정부패를 깨뜨릴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제발 우리 지역민들이 중앙정치에 쏟는 관심의 10분의 1만이라도 지방정치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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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9 21:44

낙선한 K형에게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K형. 선거가 끝난 지 1주일여가 지났구려. 마치 쓰나미가 거칠게 지나간 뒷자락 같네. 허탈감, 배신감, 아쉬움 등으로 아직도 맘이 아리겠지. 몇 년 동안 온 몸을 던져 선거운동을 했고, 주위의 반응도 좋아 당선될 것으로 확신했던 K형. 그러기에 상심이 더 없이 크겠지. 무슨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고,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한 처지라 차마 위로전화조차 하지 못했네. 선거란 승자보다 패자가 더 많은 법. 선거에 떨어진 사람들이 오랫동안 후유증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보았네. 낙선자들의 후일담을 들어보면 가장 큰 후유증이 인간에 대한 불신감, 경제적 타격, 가족 간의 불화라고 하더군. 한 낙선자는 우울증에 빠져 순간적으로 극단적인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더군. 선거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로 추악한 모습을 모두 다 드러내는 것 아니겠는가. 상대방의 티끌만한 흠집을 전봇대만큼의 크기로 뻥튀기하는 게 선거판인지라 K형과 같이 순수하고 뱃심 약한 사람들은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네. 특히 K형과 관련된 터무니없는 온갖 유언비어, 조롱, 비난을 감당하면서 미치도록 선거운동을 해준 가족들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아프겠지. 그래서 얼굴에 철판 깔고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끄떡하지 않는 맷집 좋은 사람만이 견뎌내는 게 정치판이라지 않는가. K형이 갖게 될 인간에 대한 배신감, 불신감이 걱정스럽네. 한 낙선자에 따르면 선거에 떨어지고 나니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게 되고 믿을 만한 사람이 안보이더래. 심해지면 자기 일처럼 도와준 지인들과 열성 지지자들마저 의심하게 되더라고 고백하더군. 선거 막판에 주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반드시 당선될 것 같다는 K형의 말을 듣고서 차마 그 자리에서는 들려주지 못한 말이 있네. 선거판에 3분의 1법칙이라는 게 있다네. 자신을 지지한다고 한 사람들 중 1/3은 선거에 관심이 없어서 투표장에 가지 않고, 1/3은 다른 후보를 찍으며, 오직 1/3만이 자신을 찍어준다는 법칙이네. 그 당시는 K형이 너무도 자신만만하기에 이 말을 해본들 귀담아 듣지도 않을 것이고, 자칫 찬물을 뿌리는 것 같아 입을 닫고 말았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묻더군. K형이 다음에 또 나올 것 같으냐고. 사람들이 K형에게 관심 갖는 것은 오직 하나, 재출마 여부더군. 그러니 이번 기회에 세 가지 측면을 아주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시게. 제일 먼저 정치가 자신에게 정말로 가치 있는 일인가를 재평가하시게. K형이 지난 20여 년 동안 나름대로 잘해왔던 일을 포기하면서 그 많은 시간과 돈, 모든 열정을 쏟아 붙고, 투자할 만큼 정치가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를 판단하시게나. 정치판을 인생의 마지막 터미널로 여기는 우리 사회가 분명 잘못되었네. 기업, 교육, 의료, 법조 등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이 꼭 마지막으로 몰리는 곳이 정치판이지 않는가. 그 사람들이 성공한 분야에서 하던 일을 계속했더라면 개인과 가족, 국가적으로도 더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뒤늦게 정치판에 잘 못 뛰어들어 실패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대표적으로 안철수를 생각해보게. 참으로 안타깝지 않은가. 두 번째는 자신이 정치를 성공적으로 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시게. 국회의원, 시장 군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많아도 정작 자신이 당선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는 후보자들이 더 많더군. 마지막으로 당선 가능성이 있을지를 냉정히 판단하시게. 세상만사 다 때가 있는 법. 준비가 덜 되고, 선거 구도가 좋지 않은 데에도 무리하게 출마하여 실패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K형. 재출마를 권하지 않는 나를 서운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이 세 가지를 잘 판단하시게. 아차. 한 가지 빠뜨릴 뻔 했네. 또 다시 낙선했을 때 사랑하는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이겨낼 수 있을지도 잘 생각해보시게. K형의 어떠한 결정도 존중하겠네. 결심이 서면 알려주시게. 시원한 맥주 마시며 월드컵 축구나 같이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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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21 20:57

지방선거 TV토론도 팩트체크 해야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이 다각도로 행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후보자 검증은 일차적으로 각 정당의 공천 경쟁과정에서 이뤄지고, 이어서 언론사와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책검증과 팩트체킹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후보검증의 결정판은 후보자들의 정책은 물론이고 자질과 인성 등을 패키지로 묶어 종합적으로 비교 평가하는 TV토론이다. TV토론은 경쟁하는 후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후보들 간의 논쟁 대결을 통해 이들의 자질과 정책을 직접 비교해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그리고 토론에 임하는 후보의 자세나 태도를 통해 후보의 인간적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고, 후보의 순발력과 임기응변을 통해 후보의 자질을 가름할 수 있다. 또한 TV토론은 언론 등 제3자에 의해 걸러지거나 변형되지 않은 풍부한 정보를 유권자가 직접 입수하여 판단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이런 점에서 TV토론의 가치는 빛난다. 실제 지난해 제19대 대통령 선거 직후에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유권자들이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TV토론(5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신문방송 보도 23%, 인터넷 뉴스 17%, 가족주위사람 14%, SNS(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12%, 선거 유세 11% 순이었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와는 유권자의 관심도가 다르고, 우리 지역과 같이 특정 정당이 독주하는 정치구도에서 TV토론의 효과가 대선과 똑같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박빙의 선거가 치러지는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TV토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613 지방선거 법정 토론회를 주관하는 전북 선거방송토론위원회와 각 시군 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에 실시할 TV토론 일정, 주관방송사 및 사회자 선정 등을 이미 확정지었다. 또한 유권자 중심의 선거를 유도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역의제들을 조사하여 TV토론에 활용할 계획이다. 후보자와 언론이 내세우는 의제가 아니라 유권자 눈높이에서 정책토론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유권자들이 선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본격적인 TV토론을 앞두고 TV토론참여 후보의 자격 기준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참여 후보의 자격 문턱을 낮추면 군소후보와 정치신인에게는 좋겠지만 TV토론이 난삽해지고, 경쟁력을 갖춘 유력 후보에 대한 검증의 기회가 줄어든다. 반대로 자격기준을 높이면 선거자금, 인지도, 조직, 언론보도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군소후보들이 자신을 유권자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봉쇄되고 만다. 참으로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TV토론은 결코 정치인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임과 동시에 올바른 후보선택을 위한 제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 TV토론에서 참여 후보 자격기준 논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후보들의 발언 내용을 철저히 검증하는 일이다. 지난해 19대 대선 TV토론에서도 국내 최초로 각 언론사들이 후보들 주요 발언의 진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팩트체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JTBC 주관 TV토론은 실시간 팩트체크 조회 수가 240만 회에 달하기도 하였다. TV토론회 팩트체크는 대통령선거와 중앙언론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방선거 TV토론에서도 실시간 팩트체크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적어도 도지사와 교육감 TV토론만큼은 후보들 발언내용의 사실여부를 실시간으로 체크해야한다.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TV토론 실시간 팩트체크는 거짓말을 일삼거나 함부로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지역정치인들을 추방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지역정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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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24 20:06

선거 보도자료 그만 좀 베껴라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선거철인 요즘 지역신문들을 펼쳐봐라. 도지사, 교육감은 물론이고, 시군단체장, 도의원, 시군의원 등 수십 명 예비후보들의 동정소식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그런데 지역신문들에 실리는 후보들의 동정기사 내용이 하나같이 똑같다. 후보들이 보내주는 보도자료 내용을 여과 없이 그대로 실어주기 때문이다. 지명도, 조직, 선거자금, 소속정당과 바람, 선거 전략, 선거공약. 선거에서 후보자가 승리하기 위한 필수조건들이다. 후보자 개인의 운발까지 따라준다면 게임은 거의 끝난 셈이다. 여기에 딱 한 가지가 부족하다. 바로 언론의 보도이다. 운발을 포함한 모든 조건을 갖추어도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나 정책들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거나 소개가 되어도 부정적으로 보도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언론은 맘만 먹으면 특정 후보자를 쓸 만한 인물로 키울 수도, 반대로 무능하고 부적격한 인물로 격하시킬 수 있다. 언론은 후보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위협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후보자에게 언론은 기회이자 위기인 셈이다. 분명 언론은 짧은 시간에 많은 유권자들에게 후보에 대한 소식이나 정보를 공신력 있게, 그것도 공짜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아무리 후보자가 전단지를 뿌리고 SNS를 통해 자신을 홍보해도 크게 신뢰받지 못한다. 반면에 겉으로 중립적으로 보이는 언론보도는 상당한 신뢰감을 심어준다. 그래서 모든 후보자들이 언론에 단 한 줄의 기사라도, 코딱지만 한 사진이라도 실리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보도 자료이다. 모든 후보자들은 보도 자료를 만들어 매일같이 언론사에 뿌려대고 크게 보도해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사실 중앙언론도 보도 자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 언론의 보도자료 의존도는 75.6%로 나타났다. 세계 최고의 신문들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자료 의존도 역시 78.1%로 높다. 그러나 우리 중앙언론과 세계 권위 있는 언론은 보도 자료를 참고하여 최소한 기사를 재작성하거나 추가 취재를 한다. 반면에 인력이 부족한 우리 지역신문들은 보도 자료에 적시된 내용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거나 추가취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오직 보도자료 내용을 복사하기에 바쁘다. 보도 자료는 대체로 과장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들이 매일같이 대단한 일을 수행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또한 보도 자료에 예고된 후보자의 일정이 때로 바뀌다 보니 취소된 행사에 후보자가 참석해서 이러이러한 내용의 축사를 했다는 기사가 실리는 웃기는 일도 벌어진다. 후보자나 정치인을 홍보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는 보도 자료다. 보도 자료는 공약이나 성명서, 향후 행사나 동정, 속보를 전달하며, 다른 사람이나 단체의 지지선언을 부각시키고, 상대방 공격에 대응하며, 기자들의 이해를 돕는 배경 사실들을 제공하기 위한 다분히 일방적인 홍보수단이다. 언론사에는 하루에도 수백 건의 보도 자료가 쏟아진다. 언론은 보도 자료를 무조건 기사화해서는 안 되고 뉴스 가치를 고려하여 옥석을 구별해줘야 한다. 그래서 과장되거나 근거가 부족하고 애매한 내용은 기사화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우리 지역신문들이 뉴스가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형평성만을 고려하여 경쟁후보들의 보도 자료를 똑같은 크기로 실어주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지역신문이 후보자들의 확성기, 앵무새, 필경사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도 자료를 그대로 베끼는 관행은 사라져야한다. 지역 언론이 후보들에 대한 사실검증은 못할망정 홍보대행까지 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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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26 20:56

지방선거와 편파보도 논란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양적, 질적으로 언론의 편파보도가 도를 넘고 있다. 도전자들이 현직 단체장이나 의원들에 비해 심한 차별을 받고 있다. 심지어 신문 사진에서 도전자의 얼굴이 잘리기까지 하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지도와 선거자금, 조직에서 모두 열세인 도전자들이 가장 중요한 선거운동수단인 언론 보도에서 마저도 차별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을 한다. 언론의 편파보도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항시 낙선자들은 언론의 편파보도 때문에 떨어졌다고 말한다.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들은 자신의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우호적으로, 그리고 자주 비쳐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언론이 모든 후보자들의 바람을 다 들어줄 수가 없다. 선거에서 언론의 편파보도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 선진국에서도 항시 시비 거리가 되고 있다.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편파성 문제는 바로 현직자 이점(incumbency bonus)이다. 현직자와 도전자 간의 권력이 불공평하게 분포되어 있을수록 언론 보도는 불공정하게 된다. 연구에 의하면 여러 정당들이 권력을 분산해서 나눠 갖는 정치구조를 갖고 있는 네덜란드를 제외하고는 많은 국가들에서 현직자 이점이 나타났다. 특히 독일은 현직자가 정치적으로 강력한 위치를 갖는 정치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도전자보다 더 많이 보도되고 있다. 현직자 이점은 현직자가 도전자들보다 얼굴과 이름, 공약과 정책이 언론에 더 많이 노출되는 양적 편파성과 기사배치, 논조 등에서의 질적 편파성을 모두 포함한다. 도전자들의 불만에 대해 언론은 항변한다. 권력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더 많은 뉴스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냐. 현직자 이점 논란과 함께 무보도 역시 문제다. 무보도란 언론이 마땅히 보도해야할 뉴스가치가 높은 이슈나 사건을 고의로 보도하지 않는 편파보도이다. 지역사회에 커다란 파급력을 갖지만 현직자에게 불리할 것 같은 이슈나 사건이 보도되지 않거나 도전자에게 유리할 것 같은 기사거리가 보도되지 않는 무보도 역시 엄연한 편파보도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뉴스가 포털사이트에서는 그 어떤 이슈보다도 네티즌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방송뉴스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또한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일 직전에 안철수 후보가 전격 후보를 사퇴하면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 선언하였다. 타 방송사들은 이 뉴스를 첫 번째 뉴스로 다뤘지만 MBC는 처음부터 일곱 번째 보도까지 모두 한파 리포트로 내보낸 뒤 단신으로 처리하고 말았다. 편파성이 지나치면 언론의 윤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실정법상으로도 문제가 된다. 공직선거법 제8조는 언론의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사의 편파보도를 규제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각종 심의위원회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누구라도 언론의 보도에 불만이 있다면, 방송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신문과 잡지는 선거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언론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여론조사는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하면 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대안적인 선택들이 주어져야 한다. 유권자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경쟁적인 대안들이 제시되어야 하듯이, 선거에서도 경쟁하는 최소 두 명 이상의 대안적 후보들이 존재해야 만이 제대로 된 대표자를 뽑을 수 있다. 편파보도는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해친다. 모든 후보자들에 대한 공정보도만이 시민들의 올바른 선택을 가능하게 해준다. 공정한 조건에서의 선택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점을 언론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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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05 21:11

6·13 지방선거와 언론의 역할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촛불혁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수의 박식한 시민(informed citizen)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식한 시민이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고,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진 공중을 말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박식한 시민들이 정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결정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 때 우리 국민들이 이 사건에 대해 언론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박식한 시민들이 폭넓게 형성될 수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사건은 언론이 살아있어 제대로 된 역할을 한다면 부정부패 권력이 결코 발붙일 수 없고, 건강한 민주주의가 담보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를 맞아 각종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국민들이 과거보다는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국민들이 정치문제를 여전히 어렵게 생각하고, 정치에서 소외받고 있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정치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갖고 있는 정보가 충분치 못하고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정치현안에 대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정보를 갖게 된다면 그들이 벌이는 토론 수준이 높아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국민들 스스로가 이성적인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정치를 보다 직접적으로 통제할 가능성이 커진다. 여론은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엔진이다. 그러나 여론을 형성하는 공중들이 선거를 비롯한 중요한 정치현안을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나 식견, 정보를 가졌는지가 문제이다. 언론인 월터 리프만(Walter Lippmann)은 불행하게도 대부분 사람들이 정치 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언론의 뉴스뿐이라고 한탄한 적이 있다. 정치 현실을 직접 경험하기 보다는 언론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밖에 없는 공중들이 만들어내는 여론이란 결국 언론에서 제기하는 주장에 근거하기 쉽다. 이런 공중들이 갖고 있는 의견들의 집합을 여론이라고 한다면 이때의 여론은 결코 사회적 공공선으로서의 여론이라고 할 수 없다. 과거 히틀러 정권과 무솔리니 정권에서 잘 경험하였듯이 대중의 의견이란 본질적으로 감성적이고 변덕스럽기 때문에 조작당하기 쉽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치인이나 언론인 등의 소수 엘리트들이 공중들의 여론을 의도적으로 조작, 선동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결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유권자들이 선거와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갖고서 외부의 선동이나 조작에 휩싸이지 않고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이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에게 지방선거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전달하고, 보도되는 선거 관련 쟁점이 왜 중요한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선거 관련 토론 광장을 열어주되 반대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후보자와 정당에게도 발표의 기회를 주며, 국민들에게 선거와 관련한 특정 주장이나 입장을 지지할 수 있는 별도의 장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언론의 선거보도는 정계와 언론계 소리보다는 일반 시민과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려줌으로써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과 정치참여(토론, 집회, 투표 등)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보다 충분하고 수준 높은 정보를 갖춘 박식한 시민이 되어 이성에 근거하여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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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01 20:47

국민 없는 개헌 논의 유감

30년 만에 물실호기를 맞고 있는 개헌이 터덕거리고 있다. 오래된 헌법이 현실에 맞지 않아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부분에 대한 손질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연말 MBC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전 국민의 76.9%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문제는 정치권이다. 여야가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국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개헌을 정략적으로만 계산하고 시간을 끌고 있어 개헌의 방향과 시기를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여야 모두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올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가 개헌 찬반투표 성격으로 치러질 경우 투표율이 높아지고, 여당의 실정에 대한 공격의 초점이 분산되어 결과적으로 선거참패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전에 개헌안이 발의되면 좋지만, 설사 발의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국당 심판론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에 손해 볼 게 없다는 계산인 것 같다.한국당은 모든 논의를 국민적 합의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6월 지방선거가 아닌 연말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그러나 국민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것은 사실상 개헌을 하지 말자는 말과 다름없다.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의견이 높다. 한겨레의 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의 대다수인 82.5%가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바라고 있다. 한국당의 텃밭인 TKPK에서도 이에 대한 지지가 높은 편이다.국민의 염원과는 반대로 한국당이 계속해서 개헌시기를 연기시키려고 한다면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무산에 대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위험성이 크다.또한 국회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워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개헌안을 발의하는 상황 역시 한국당에게 결코 이롭지 않을 것이다.정치권의 당리당략 보다 더 큰 문제는 개헌 논의 과정에서 국민들이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은 아예 안중에 없고 오직 자신의 당리당략에만 매몰된 채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커다란 분노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언론에는 오직 정치인과 언론인들만이 떠든다. 민초들이 뉴스에 등장하는 경우는 오직 개헌 관련 여론조사 말고는 없다. 개헌 논의과정에서 우리 국민은 주역이 아니라 잘해야 들러리 아니면 카메오 역할에 불과하다.국민은 장기판의 졸만도 못한 신세다. 일찍이 엔트만(Robert Entman)은 이런 현상을 두고서 시민 없는 민주주의라고 꼬집었다. 이제 개헌 논의 과정에서 국민들이 더 이상 소외되지 않고 그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고, 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로 언론이 정치와 국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시간이 없다. 그러나 이번 개헌의 성사여부는 시기가 아니라 의지에 달려있다고들 말한다. 이제부터라도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권력구조, 선거구제,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사회 양극화 문제 등을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합의안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국회의 개헌안 마련은 전부 아니면 말고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 이전에 전부가 아니라도 여야 간에 합의가 된 부분만의 절충안이라도 제시되어야 한다. 국회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적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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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2.02 23:02

지방선거와 사실검증 보도

2016년 미국 대선과 2017년 한국 대선은 한 마디로 팩트 체크 선거였다. 정치인들이 아무리 거짓말을 하고 무책임한 말을 함부로 내뱉어도 어느 누가 그 말의 진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그러나 두 나라의 지난 대선은 달랐다. 미국 대선에서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쏟아내는 트럼프가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지난 대선에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국의 52개 언론사가 팩트체킹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일부 언론사는 팩트체킹 결과를 시각화하여 국민들의 눈길을 끌기도 하였다.2008년 대선을 앞두고 중앙언론사가 아닌 지역언론사에 불과한 탬파베이 타임스가 시작한 폴리티팩트는 퓰리처상을 수상할 정도로 팩트체킹으로서는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폴리트팩트는 소위 진실측정기(Truth-O-Meter)를 통해 발언의 진실성 정도를 6단계로 평가한다. 진실 대체로 진실 반만 진실 대체로 거짓 거짓, 그리고 새빨간 거짓말은 불붙은 바지(Pants on Fire) 등급을 주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폴리티팩트의 팩트체킹 결과, 힐러리 클린턴은 전체 293개의 발언 중에 7개(2.4%)가, 트럼프는 331개 중 57개(17%)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2012년부터 팩트체커를 운영하고 있는 워싱턴 포스트는 거짓말의 정도에 따라 1점에서 4점까지 피노키오 점수를 매긴다. 피노키오 하나는 대체로 사실, 둘은 절반은 사실, 셋은 대체로 거짓, 넷은 완전한 거짓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분석에 의하면 트럼프의 피노키오 점수는 4점 만점에 3.5점, 힐러리 클린턴은 2.3점을 받았다. 그런데도 기다란 피노키오 코를 가진 트럼프가 선거에서 이겼다. 거짓이 승리한 셈이다.지난 19대 대선기간에 우리 언론계에도 팩트체크 열풍이 일었다. JTBC, 한겨레 등 16개 언론사들이 팩트체킹을 하였다.지난 대선기간에 우리 언론사들은 모두 144개 팩트에 대해 177개의 검증을 했다. 이중 절반인 88개가 거짓 또는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됐다.팩트체킹은 정치인들로 하여금 발언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도록 하고, 정치인들의 상호 공방이 난무하는 속에서 국민들에게 진실을 가려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그러나 진실을 검증하는 과정에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검증대상 인물 선정을 공정하게 해야 한다. 과연 어떤 기준으로 어떤 대상을 선정하느냐가 명확하지 않으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또한 언론사가 똑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사실검증 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서로 다른 언론사가 교차 검증한 22개 사안 가운데 12건이 언론사 간의 판정이 달랐다. 따라서 앞으로 검증의 범위와 시각의 통일을 어떻게 이루냐가 과제이다. 아울러 후보들의 사소한 말실수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사소한 것에 매달리다가 자칫 더 중요한 문제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팩트체크는 중앙언론의 전유물이 아니다. 앞에서 말한 세계 최고의 팩트 체크인 폴리티팩트를 운영하는 탬파베이타임스는 인구가 35만에 불과한 플로리다주의 남쪽 항구도시 탬파에서 발행하는 지역신문이다.이제 우리 지역언론도 나서야 한다. 검증의 사각지대에 안주하고 있는 지역정치인들을 검증무대에 올릴 수 있는 주체는 오직 지역언론 뿐이다. 인력이 모자라면 시민단체와 일반네티즌의 도움을 받고, 자체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하면 도처에 있는 다른 데이터베이스들을 활용하면 된다. 마침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다. 이를 계기로 지역언론도 지방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팩트 체크를 철저히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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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05 23:02

전북 정치인들은 뭐하고 있는가

#1. 지난달 29일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광주송정-나주-목포로 되어있던 호남 KTX 건설 사업구간을 무안공항을 거쳐 목포로 연결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며칠 뒤 정부도 10년간의 입장을 철회하고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하였다. 무안공항을 경유할 경우 사업비가 2조 4700억 원으로 경유하지 않을 때보다 무려 1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추가되며, 여기에 운영비 등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 한다.하루 이용객이 1000명도 되지 않아 거의 개점휴업 상태인 무안공항을 국민혈세 1조원 이상을 들여 굳이 거쳐 가게 한다는 발상이 놀랍다. 광주 전남 정치인들의 말로는 무안공항에 KTX철도만 연결되면 이용객이 지금보다 6~7배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빈약하다.양당은 우리 전북지역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는데,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노선이 지역균형발전은 물론이고 전북지역에서 무안공항 접근성을 높이는 최적의 안이라고 설명하였다. 소지역이기주의가 아닌 광주 전남이라는 큰 틀에서의 지역발전을 위해 일사불란함을 보여준 광주 전남지역 정치인들의 자세와 노력이 부럽기만 하다.#2. 같은 시점에 전북혁신도시 KTX역 신설을 둘러싼 익산과 김제 간의 지역갈등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찬성 측에서는 혁신도시 거주인구와 전주완주김제부안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하고 전라북도 전체의 발전을 위해 혁신도시역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정헌율 익산시장은 역간의 거리, 저속철의 이유로 혁신도시역 신설을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 간 갈등이 커져만 가도 전북도청은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전북 지역의 10명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나섰다가 자칫 큰코다칠세라 눈치만 보고 있다. 어쩌면 이리도 광주 전남의 정치인들과는 딴판일까.#3. 이번 혁신도시 KTX역 신설 갈등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직전에 벌어진 갈등과 모든 것이 똑같다.11년 전 KTX 신역 건설을 두고서 전주와 익산 간의 갈등이 일면서 익산의 국회의원, 시장 후보들의 강력한 반대투쟁과 당시 지방선거에서 도지사를 노리던 김완주 전주시장이 정략적으로 신역 건설을 포기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그때 익산전주김제 세 지역 모두의 접근성이 좋고, 익산시에 가까운 김제 백구 지역의 신역 건설 주장이 관철되지 않음으로 인해 오늘날 갈등이 재연된 것이라고 본다.과거 전북지역 정치인들의 정략적이고 소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우리 지역의 발전에 장애가 된 사례가 어디 한둘인가. 두고두고 안타까운 것은 김제공항 건설, 전주-완주 통합을 둘러싼 지역갈등이다. 쉽게 건설할 수 있었던 김제공항을 제때 짓지 못해 인제 와서 새만금공항 신설에 목매고 있지만 여전히 터덕거리고 있다. 세 번에 걸친 전주-완주 통합 실패와는 대조적으로 통합에 성공한 청주시는 오늘날 인구 84만에 도시규모가 전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주-완주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주지역 국회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가 코앞에 와있는데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완주군수는 인구 15만 자주도시로 키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답답할 노릇이다.전북의 정치인들은 소지역이기주의에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무능과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전남 정치인에 비해 중앙무대에서 미래의 지도자는커녕 최소한의 존재감이라도 과시하는 전북 정치인이 있기는 한가. 만약 새만금이 전북이 아닌 전남 땅에 있었더라면 이렇게 27년 동안 개발이 멈춰 있겠는가. 이참에 도지사와 10명의 국회의원이 한자리에 모여 혁신도시 KTX역 신설, 새만금 문제를 포함하여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해결해야할 전북지역의 현안들을 큰 틀에서 집중 논의하고 그 해결책을 도민들에게 밝혀주기 바란다.제발 전북의 정치인들은 도대체 어디서 뭣들하고 있느냐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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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0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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