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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핫플레이스] 경남 산청 트래킹

입춘이 지나며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서서히 온기를 되찾고 있다. 자연은 생명이 싹트는 계절이 다가왔음을 누구보다 빠르게 알린다. 이즈음엔 산청의 고로쇠나무에 물이 차오르고 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며 봄이 머지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지리산 정상 천왕봉을 품은 산청은 힘든 등산을 하지 않아도 찬찬히 걸으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산청 지리산 자락 곳곳을 걷다 보면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고 돋아 있는 강인한 생명들을 볼 수 있다. 산청에 찾아온 봄의 기운을 만연히 느끼며 걷기 좋은 길 3곳을 소개한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 들리는 &대원사계곡길& 대원사계곡길은 사계절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봄에는 겨우내 얼었던 계곡이 녹으며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 비 온 다음 날은 대원사계곡길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기암괴석을 휘돌아 나가는 계곡물의 웅장함과 청량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대원사계곡의 물길은 삼장면에서 흘러내려가 시천면 중산리에서 내려오는 물과 만나 덕천강이 되는데 이 물길의 흐름이 꽤나 빠르다. 시천면의 뜻이 화살 시(矢) 내 천(川), 즉 화살처럼 빠른 물이라는 뜻이니 그만큼 유속이 빠르다는 뜻이다. 맑은 날이 며칠 계속되면 용소 등 물이 모이는 곳이 아니면 금세 물이 흘러가 버린다. 대원사계곡길은 남녀노소, 산행이 처음인 사람도 부담이 없다. 험한 등산로가 아닌 산책길로 조성돼 있어 별다른 준비 없이 가볍게 걷기 좋은 3.5㎞ 길이의 맞춤길이다. 대부분의 길이 자연과 어우러진 나무 데크와 흙길로, 자연 그대로 보존된 생태를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대원사 앞에 설치한 58m 길이의 방장산교는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에 설치된 다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천년고찰 대원사도 자박한 걸음으로 둘러보기 좋다. 대원사는 넓은 주차장 등 편리한 접근성과 걷기 수월한 탐방로가 입소문이 나서 주말이면 꽤 많은 사람이 찾는다. ◇지척에서 느끼는 지리산 &중산두류생태탐방로& 두류생태탐방로는 지리산의 이명(異名)이 두류산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름 붙였다. 중산리 계곡은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비롯된 계곡이다. 천왕봉으로 향하는 등산로이기도 하다. 천왕봉과 중봉 사이에서 발원한 계류가 용추폭포를 거치면서 수량을 더해 써리봉에서 흘러오는 계곡물과 만나면서부터는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수려한 경관이 펼쳐진다. 맑은 공기, 싱그러운 숲과 더불어 중산리 계곡을 바로 옆에 두고 감상하며 걸어볼 수 있다. 중산두류생태탐방로의 시작점은 지리산중산산악관광센터로 1.2㎞ 길이의 구간이다. 중산관광센터는 지리산 천왕봉까지 직선거리로 약 5㎞에 불과하다. 지리산을 등산하지 않더라도 천왕봉을 가장 지척에서 느낄 수 있는 길이다. 탐방로를 걷다 보면 우렁찬 계곡소리와 함께 집채만 한 커다란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다. 산청군은 중요 포인트마다 관람데크를 설치해 중산계곡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탐방로 상층부에 닿으면 엄청난 규모의 돌무더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 &옛날 신선들이 놀았다& 해서 &신선 너들&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한 바퀴 걷고 난 뒤 이맘때가 제철인 산청 고로쇠 수액을 마시면 갈증이 싹 가신다. 산청 고로쇠 수액은 시천, 삼장면 부근에서 채취돼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무렵에 가장 맛이 좋다. 또 해발 1000m 내외의 지리산 청정골에서 자생하고 있어 타 지역에 비해 맑고 깨끗하며 단맛이 높아 인기를 끌고 있다. ◇고풍스런 멋 느껴지는 &남사예담촌& 끝으로 소개할 곳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인 남사예담촌이다. 골목길 굽이굽이 이어진 예스러운 돌담길을 한 바퀴 걷노라면 마치 100년 전으로 돌아가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예담촌&이라는 이름은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고즈넉한 담장 너머 볼 수 있는 &예담&이 있는 마을이란 의미를 품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이색골목 여행지로 선정된 남사예담촌은 3.2㎞에 달하는 흙돌담길로 둘러싸여 있다. 최씨고가, 이씨고가 등 선비들이 생활하던 고택과 이를 둘러싼 흙돌담길 모두 문화재로, 마을 전체에 옛 정취가 아로새겨져 있다. 남사예담촌은 고풍스런 분위기 덕에 영화·드라마 등에 등장하는 명소이기도 하다.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담&과 최근 넷플릭스에 인기리에 방영된 &경성크리처&에서도 남사예담촌의 풍경이 담겼다. 꽃피는 계절이 오면 잊지 못해 찾게 되는 &오매불망(五梅不忘)&의 산청 오매도 이곳 남사예담촌에 있다. 남사예담촌 곳곳의 고택에 자리 잡은 하씨, 박씨, 이씨, 최씨, 정씨 다섯 문중을 대표하는 매화나무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찬찬히 훑으며 걸음을 옮기다 보면 서로를 끌어안은 형상을 해 부부 회화나무라는 별명이 붙은 나무 두 그루를 만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부부 회화나무 밑으로 난 골목길을 지나가면 백년해로한다는 설화에 많은 연인들이 이 길을 걸었다. 경남신문=김윤식 기자

  • 기획
  • 기타
  • 2024.02.15 19:19

[팔도 핫플레이스] 전라감영에서 시작하는 전주 역사문화관광

전주 구도심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역사문화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20년 복원된 전라감영을 중심으로 풍패지관, 풍남문, 한옥마을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전북특별자치도 기념물 제107호인 전라감영은 '호남의 수부'이자 '전라도의 수도'로서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전주의 역사적 정체성을 품고 있다.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 4-1 일원 전라감영터에는 일제강점기에 전북도청이 들어섰다. 이후 2005년 호남의 으뜸도시로서 전주의 역사성을 회복하기 위해 도청이 신도심으로 이전하면서 전라감영 복원 논의가 본격화됐다. 2015년 도청사 철거를 시작으로 감영 복원이 시작됐고, 1단계 사업을 완료하고 2020년 10월 문을 열었다. 전라감영 복원 의미전주 구도심을 전통문화관광의 중심지로서 되살린다는 의미로 전라감영 복원의 중요성은 대두돼왔다. 1970년대 이후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2005년 전북도청사가 외곽으로 이전되면서 감영터는 전주의 구도심으로 머무르게 됐다. 하지만 이 터가 조선왕조 500년간 호남의 행정과 군사의 중심이었고 근대화 과정에서도 100여 년간 전라북도 행정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역사성을 보전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됐다. 게다가 이곳은 동학농민혁명으로 호남일대에서 봉기한 농민군이 전라감영을 점령하고, 전라도 일대의 폐정개혁을 담당하는 집강소 설치와 함께 개혁의 중심기구로서 대도소를 설치한 장소이기도 하다. 전라감영 둘러보기조선시대의 전라도는 전북·전남·제주까지 포함한 지역이었는데, 당시 전라감영은 전라도를 총괄하는 지방통치관서로서 조선왕조 500여 년 내내 전주에 자리했다. 현재 볼 수 있는 모습은 2019년 완료된 전라감영 복원 1단계 사업의 결과물이다. 2020년 10월 개관한 전라감영은 오전 9시에서 오후 9시까지 연중무휴로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입구에는 전라도가 우리나라에서 어떤 지역이었는지 보여주는 비석이 서있다.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無國家)'.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로 진을 옮긴 후 임금께 올리는 장계에 이 말을 썼다. ‘전라도는 나라의 울타리이므로 전라도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말이다. 내삼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면 멋진 팔작지붕의 선화당이 정면으로 보인다. 전라감사는 이곳을 집무실로 삼아 행정·사법·군사의 업무를 수행했다. ‘선화당’이란 ‘왕명을 받들어 교화를 펼친다’는 뜻으로, 이곳이 전라감영의 심장이자 조정의 파견 사무소임을 증명한다. 선화당 앞 섬돌 아래 동편에 가석이 있고 서편에는 폐석이 세워져 있다. 가석은 죄인들에게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표석이고 폐석은 백성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신문고 역할을 했다. 선화당 동쪽에는 관찰사가 민정과 풍속을 살피던 누각인 '관풍각'이 있고, 북쪽에는 관찰사 휴식공간인 '연신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 관찰사가 도정을 수행하던 장소인 '선화당'을 중심으로 지어진 수십채의 건물은 조선의 통치 시스템을 한눈에 보여준다. 역사문화 체험의 장 지난해 전라감영에서는 조선시대 호남의 수부를 관리했던 전라감사를 캐릭터화해 다양한 역사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역사이야기를 들려주는 '관찰사 해설 투어', 역사 교육 놀이 콘텐츠를 즐기는 '전라감사배 전통놀이 한판', 조선시대 화가를 뽑는 취재시험을 기반으로 한 그림·속담 맞추기 등이다. 특히, 10월에는 '전주페스타 2023'의 일환으로 전라감영 일원에서 '전주 문화재야행'의 주요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기존 경기전과 한옥마을에 국한된 장소를 확장시킨 것인데, 이를 통해 전국에서 모인 야행객이 전라감영 일대에서 전주의 역사자산과 문화유산을 향유하며 가을밤 운치를 향유했다. 전라관찰사와 사관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전라감영을 배경으로 시민들과 만나 전주의 역사를 설명하거나 전통놀이를 함께 즐겼다. 지난해 하반기 전라감영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운영된 '전라감사의 하루'는 전라감사의 하루를 주제로 한 재현행사로 시민들이 일상속에서 조선시대의 풍류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는 4월부터 '호남제일성, 전라감영 역사의 울림'을 주제로 전라감영을 활용한 역사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전주 구도심·전통문화 활성화전라도 문화 발전의 중심지였던 전라감영. 조선 전기로부터 전주한지의 생산력에 힘입어 완판본 전적을 간행하고 조선의 인쇄문화 발전에 기여한 곳이다. 특히 지소와 인청의 존재는 전라감영의 특징적인 요소로 꼽힌다. 인쇄술의 발전과 완판본의 간행을 비롯해 조선후기 다양한 완판본 소설과 가사류의 간행은 판소리를 보급하고 민중의식을 성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선자청을 두어 감영에서 부채를 제조함으로써 전주 합죽선을 비롯한 부재 제조기술의 발전을 이끌었다. 이처럼 전라도 전통문화의 중심이자 민중의식의 성장을 이끌었던 전라감영이 오늘날 전주 구도심 개발과 전통문화 관광 활성화라는 새로운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라감영 야경 즐기며 달밤산책, 회화나무도 잊지마세요전라감영은 '야경 맛집'으로 통하는데, 전주에서 저녁에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루 해가 저물고 감영 담벼락을 따라 걸으면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과 함께 운치있는 한옥의 멋이 환영인사를 건넨다. 한옥마을과도 가까워 걸어서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데, 근처의 음식점과 카페에 앉아 '전라감영뷰'를 즐길 수도 있다. 낮과 밤, 전라감영이 보여주는 다른 분위기가 궁금히다면 오후 9시에 문 닫는 시간을 고려해 다녀와보면 좋겠다. 밤에도 아름다운 한옥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남기는 것도 추천한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명물도 있다. 전라감영 선화당에 가면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회화나무는 전라감영이 생긴 이래 지금까지 현존해있는 유일한 흔적이다. 수령이 250년 된 이 나무는 전라감영의 역사와 함께해온 덕분에 복원 과정에서 선화당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줬다. 1982년에는 보호수로 지정돼 꾸준히 관리받고 있다. '선비나무', '학자수'라고 불리며 좋은 기운을 불러다주는 것으로 알려진 회화나무. 전라감영에 가면 긴 세월을 이겨낸 회화나무를 잊지말고 찾아보면 어떨까. 전라감영 해설을 듣고 싶다면 한옥마을 관광안내소(전화 063-284-1126)에 문의하면 된다.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4시에 가능하다. 전라감영 해설투어는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내삼문, 선화당, 내아 행랑채, 내아, 연신당, 관풍각을 순서대로 둘러보는 코스다. 20명 미만 개인은 별도 예약 없이 해설 시작시간에 맞춰 전라감영 정문으로 오면 된다.

  • 기획
  • 김태경
  • 2024.02.07 17:19

[팔도 핫플레이스] 전남 광양 배알도

‘5만6040명.’ 지난 한 해 광양의 유일한 섬 ‘배알도’를 거쳐 간 방문객 수다. 이들은 배알도와 마주 보는 망덕포구를 거닐며 한 번쯤은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 한 구절씩을 읽어보고 읊었을 것이다. 0.9㏊의 아담한 규모인 배알도는 윤동주의 시 정신이 별빛처럼 흐르는 바위섬이다. 배알도 주변에는 1605개 조명이 별처럼 빛나고 윤동주의 시구가 곳곳에 새겨졌다. ‘태인동 1번지’ 배알도는 태인도의 가장 북쪽이자 섬진강 하구에 자리 잡았다. 원래 뱀섬으로 불려왔지만 외망마을에 있는 망덕산에 절(배알)하는 것처럼 보여 배알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배알도는 ‘시작’과 ‘끝’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 섬은 550리(216㎞)를 달려온 섬진강이 남해가 만나는 곳에 마침표를 찍듯 오뚝 떠 있다. 배알도에서 망덕포구로 향하는 다리에서 보면 오른쪽은 섬진강이 긴 여정을 마치는 곳이고, 왼쪽 어딘가는 바다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반짝이는 다리, 밤 명소로 거듭나다 고속도로를 타고 광양에 진입하면 머지않아 태인대교를 지나 배알도 수변공원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해수욕장과 154㎞에 달하는 섬진강 자전거길의 시작점, 자동차 야영장이 있어 여행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배알도 수변공원에서 ‘해맞이다리’를 따라 배알도에 닿고 ‘별헤는다리’를 건너 푸른 바다를 가로지르면 ‘망덕포구’에 이른다. 지난 2021년 설치한 해맞이다리(길이 295m·폭 3m)와 별헤는다리(길이 275m·폭 3m)는 배알도를 상징하는 명소로 떠올랐다. 왕복하면 다리가 아프지 않을 만큼 적당한 거리와 경사 덕분에 주민들의 운동 구간으로도 인기다. 해 지고 난 뒤 밤 11시까지 매일 1605개의 다리 조명이 배알도를 물들인다. 광양제철소를 배경으로 고기잡이 배가 통통 떠다니는 고즈넉한 일몰 풍경도 만끽할 수 있다. 배알도는 광양에서 가장 빨리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너른 잔디밭을 지나 나무 계단을 잠깐 오르면 ‘해운정’에 이른다. 높이 25m에 있는 해운정에서는 뜨고 지는 해를 사방으로 품을 수 있다. 1959년 태풍 사라호로 백범 김구의 친필 휘호 현판을 잃었지만, 이곳에 대한 광양시민의 사랑은 이어지고 있다. 배알도를 지나 부드럽게 굽은 해상보도교 ‘별헤는다리’를 걷다 보면 망덕포구의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망덕포구는 전라좌수영 주둔지이자 배를 만들었던 선소가 있었던 역사 공간이다. 망덕(望德)은 광양만을 한눈에 파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망을 보기에 알맞은 마을이란 의미로 ‘망뎅이’라 칭했고 한자음을 빌려 ‘망덕’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친필 유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지켜낸 정병욱 가옥, 윤동주 시 정원 등이 있는 문학 공간이다. ◇윤동주 정신 서린 정병욱 가옥·망덕포구 다리에서 10분 남짓 걷다보면 국가등록문화재 341호 정병욱 가옥에 다다른다. 윤동주와 정병욱의 100년 우정은 ‘별보다 빛나는 이야기를 품은’ 별빛나길에서 빛을 발한다. 갑판 길로 마련된 ‘별빛나길’에서는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를 인용해 만든 조형물들과 백영 정병욱의 회고가 담긴 샛노란 의자가 놓여있다. 매달 하루는 백영 후손이 들려주는 윤동주-정병욱의 문학과 우정 이야기를 ‘일일 해설’로 만날 수 있다. 오는 24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매시간 정시에 정병욱 가옥에서 해설이 진행된다. 가옥 인근 ‘윤동주 시 정원’에는 서시, 별헤는 밤 등 유고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31편 전편이 시비로 세워져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망덕포구는 전어와 재첩, 벚굴 등 별미가 가득하다. 해마다 8월에는 망덕포구 무접섬광장 일원에서 ‘광양전어축제’가 열린다. 망덕포구 가을 전어는 빠른 물살 때문에 운동량이 활발해 탄탄한 육질과 풍미를 자랑한다. 구수한 된장을 살짝 찍어 한입 가득 싸 먹는 전어회와 새콤달콤 무쳐낸 전어회 무침, 왕소금을 뿌려 노릇노릇 구워낸 전어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지난해 축제에는 5만명이 몰려 역대 최대 관람객을 기록했다. 전남도 남도음식거리로 선정된 망덕포구 횟집거리에서는 제철 수산물로 만든 남도음식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시티투어 버스 타고·메타버스 체험하고=배알도와 정병욱 가옥 외에도 광양의 명소들을 떠벅떠벅 걸어보고 싶다면 ‘광양시티투어’(gwangyang.go.kr/tour)만한 여행이 없다. 배알도의 야경을 감상하고 싶으면 순천역에서 오후 4시 광양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이순신대교→배알도·정병욱 가옥→구봉산 전망대 등을 둘러보는 ‘야경’ 구간을 선택하면 된다. 오전 9시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을 출발해 백운산자연휴양림→불고기 특화거리→광양 오일장→배알도·정병욱 가옥→구봉산 전망대를 지나 광주로 다시 돌아오는 ‘광역’ 구간도 있다. 광양시가 지난해 선보인 가상공간 ‘메타버스’(ditoland.com)에서 배알도와 망덕포구를 미리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이 3차원 가상공간에서는 사용자가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실감 나게 여행하고 다양한 광양 관광 정보를 받을 수 있다. 배알도와 망덕포구는 앞으로 더 아름다운 변신을 할 예정이다. 광양시는 오는 2027년까지 윤동주의 유고가 보존된 정병옥 가옥이 있는 망덕포구와 배알도 일대에 문학관과 야영장, 해상보도교 야간 조명 등을 설치해 체류형 관광거점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배알도에는 50억원을 들여 윤동주의 시상을 투영한 ‘미디어파사드’ 작품이 설치된다. 이곳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 영감을 얻어 조명 2898개로 꾸밀 예정이다. ‘2898’이라는 숫자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글자 수이다. 광양시는 배알도를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집라인과 야영장, 어린이 놀이시설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망덕산에서 출발해 태인도 공원에 착지하는 898m 길이 집라인이 완공된다. 김성수 광양시 관광과장은 “배알도와 망덕포구 일대는 강, 섬, 포구, 바다 등 지속가능한 생태자원과 윤동주의 시와 같은 감성 가득한 인문자원이 가득한 섬진강권-남해안 남중권 관광지구의 교점”이라며 “배알도 야간경관조명을 마중물로 이 일대를 생태, 문화, 레저가 복합된 국내외 최고의 수변 관광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광주일보=백희준‧김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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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1 14:57

[팔도 핫플레이스]'대전 담은 맛' 성심당

"네가 튀김소보로를 맡아, 난 딸기시루 사올게!." 주말인 이달 21일 오후 1시 대전 은행동의 성심당 앞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 배를 채우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곳곳에는 캐리어를 끌거나, 배낭을 멘 관광객들이 담을 거리를 고민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기자도 관광객들에게 다가가 "카레 고로게, 소금 크로와상 꼭 사세요"라며 메뉴를 추천, 고민 해결에 힘을 보탰다. 인근 '성심당 부띠끄'의 대기 줄을 고려, 가족·친구간 케이크와 빵을 구매하는 역할을 분담하기도 했다. 대기 1시간 뒤 수 많은 인파를 뚫고 성심당 입구에 들어서자, 빵 냄새가 온 몸을 휘감았다. 사람들은 빠르게 집게를 들고, 머릿속으로 '성심당 Wish list'을 되새기며 식판대에 빵을 한 가득 담기 시작했다. 모든 이들이 거쳐가는 필수 코너가 있었다. 바로 대전의 명물로 불리는 '튀김 소보로'다. 고소한 튀김 냄새에 흠뻑 빠진 사람들은 긴 기다림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긴 줄이 사라지고 순서가 오자 6개에 1만 원인 튀김소보로 상자를 고민 없이 집어 들었다. 튀김 소보로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은 마치 기계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지난해 기준 튀김 소보로 누적 판매량은 9600만 개에 달했다. 이런 끊임없는 인기의 배경은 튀김 소보로의 유래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성심당은 1950년 대흥동성당에서 원조 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대전역 앞에 차린 찐빵집이 시작이다. 수십 년 고진감래를 거듭하면서 은행동에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튀김 소보로는 창업주 故 임길순·故 한순덕 씨 부부 아들인 임영진 대표의 추억 속에서 싹을 틔웠다. 어릴 적 맛보던 단팥빵의 달콤함을 추억 속에서 꺼내고 싶었던 임 대표의 고민과 노력에 도너츠의 바삭한 느낌까지 어우러져 태어나게 된 것. 한 입 머금는 순간 느껴지는 따뜻함과 고소함이 어릴적 고향집에서 나누던 달콤함을 전한다고. 여기에 세련된 도시의 맛까지 보태지는 느낌에 한 번 맛 본 사람들은 쉽게 잊을 수 없다는 귀띔이다. 경기 시흥시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이모(27) 씨는 "입소문으로만 듣다가 맛이 너무 궁금해서 여행까지 왔다. 둘이 합쳐서 5만 원치를 샀는데 담은 양에 비해 저렴하기까지 해서 먹기도 전에 만족스럽다"며 환하게 웃었다. 성심당의 人心(인심)은 케익부띠끄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2월 출시된 케이크 '딸기 시루'를 맛보기 위해 모여든 인파로 발디딜 틈조차 찾기 힘들었다. 대기 줄 앞에 설치된 '딸기 시루 판매는 1인 당 1개로 한정돼 있다'는 안내는 거만해보이기까지 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긴 줄에 늘어선 손님들은 '내 순서가 되기 전에 매진되면 어떻게 하지… 제발 1개라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아쉬운 동동거렸다. 출입구에 차례를 안내하는 직원의 도움으로, 대기 시간 30분 만에 달콤한 딸기 시루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일단 안도의 한숨… 매장 왼쪽 구석을 한 가득 채운 케이크 포장 대기줄이 한 눈에 보였는데, 대부분 딸기 시루를 구매한 고객이었다. 딸기 시루는 딸기 제철을 노리고 나온 딸기 생크림 초코 케익으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싱그러운 딸기와 풍부한 생크림, 초코 반죽이 듬뿍 들어갔다. 2.3㎘ 기준 4만 5000원이라는 점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케익부띠끄 직원은 "금, 토는 1200개씩 팔리고, 월·화·수·일요일에도 기본 300-500개는 팔린다. 손녀 사준다는 어르신부터, 결혼 기념일 챙기는 부부까지 연령층이 다양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성심당과 케익부띠끄는 아낌 없이 나눠주는 마음 하나로 운영되고 있었다. 찐빵집 운영 당시 목척교 아래 사람들에게 빵을 나눠주던 마음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이는 성심당이 대전만을 고집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임 대표는 로컬기업을, '그 도시에 토착화된 기업으로서 시민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며, 사회적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정의했다. 지역 기업으로서 나눔을 실천하고, 전 국민이 찾아주는 따뜻한 사랑을 발판으로 나눔의 지역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오래전부터 실천해오던 나눔의 삶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빵을 사고 나오는 발걸음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케익을 맛본다는 기대와, 나눔의 온정에 작은 보탬이 됐다는 뿌듯함으로 가벼웠다. 성심당은 한결같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 다시 찾는 발걸음이 하나 둘 모인다면, 모든 방문객들의 마음에는 대전의 나눔 정신이 담긴 맛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대전일보=최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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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25 15:19

[팔도 핫플레이스] 강원도 오대산 전나무숲길, 선재길

사람들이 즐겨찾는 길들은 계절을 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 트레킹 가이드 북에서는 계절별로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하곤 한다. 하지만 이 계절에 이쁘고 저 계절에 미운 길이 어디 있으랴. 길이 있으니 걷고, 또 걸어서 행복할 뿐이니 그것으로 족할 따름이다. ‘오대산 선재길’이 바로 그렇다. 특히 코스의 초입에 천년고찰 월정사가 자리하고 있고, 코스의 마지막도 절(상원사)이니 다른 길보다 쉼과 볼거리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뜻하지 않게 우리 역사의 이야기도 함께 할 수 있다. ■일주문에서 천년의 숲으로 ‘풍덩’ 월정사 일주문 앞에서 섰다.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이라고 쓰여진 탄허스님 친필 현판이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현판을 머리에 이고 일주문 안쪽으로 한 발 들여 놓아 본다. 그대로 ‘천년의 숲’이라고 불리는 월정사 전나무 숲, 그 바다로 입수다. 널찍하고 폭신한 황톳길이 다리미로 다려 놓은 듯 평평하게 이어진다. 황토의 시원하고 부드러운 기운은 발바닥에 ‘착’ 감기며 아스팔트 도로가 전해준 뜨끈한 기운들을 스르륵 삼켜 버린다. 이내 사이다 같은 청량함이 온 몸에 전달된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의 시작, 오대산 선재길의 시작이다. 그러고 보니 이 전나무 숲길도 ‘전나무 숲 탐방로’라는 이름의 독립된 둘레길로 조성돼 있다. 9km에 달하는 선재길 코스가 조금 부담스럽다면 2km 남짓한 전나무 숲 탐방로를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 길을 걷다보면 아름다움, 놀라움의 순간이 한번에 그치지 않고 이어지고 또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월정사 전나무 숲이 광릉 국립수목원과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의 전나무 숲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월정사에 가까워 질수록 오대천 물소리는 더 거세게 귓전을 때린다. 이제 월정사 도착이다. 그 초입에 선재길 이정표가 보이는데 상원사까지 9.2㎞ 남았음을 알린다. 표지판이 가르키는 대로 걸으면 월정사 담벼락을 오른편에 끼고 걷는 숲길이 또다시 쭉 이어진다. 하지만 월정사 경내를 둘러보고 가도 선재길 코스에 다시 올라탈 수 있으니 일단 천년고찰 월정사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언덕 쪽으로 발길을 틀어 천왕문을 지나고 금강문을 거치면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 안에 들어서게 된다. 마당 한가운데 국보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이 보이는데 고려 전기 석탑을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대로 그 모양이 독특하고 아름답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잠시 쉼을 청해 본다. 탑 앞에서 서서 소망 한자락 마음 속에 품어보고는 다시 구도의 길, 치유의 길, 선재길 위에 오른다. ■선재길 본진에 들다 팔각구층석탑을 오른쪽에 끼고 앞으로 전진. 대강당과 범종루 사이를 통과해 월정사 품에서 벗어난다. 그럼 바로 차도. 횡단보도를 건너고 아치형 문, 아치형 나무다리를 건너 다시 숲의 품에 안긴다. ‘깨달음, 치유의 천년 옛길!’이라는 설명이 붙은 오대산 선재길 본진으로 침투한다. 길을 따라 천천히 하늘로 향하는 완만한 경사를 타고 시나브로 오르다 보면 상원사에 쉬이 닿을 수 있다. 이 곳은 1960년대 상원사까지 연결된 찻길(446번 지방도)이 나기 전까지 스님과 불자들이 월정사와 상원사를 오가던 유일한 길이었다고 한다. 코스의 초입은 평평한 나무 데크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내 지장암과 상원사로 향하는 갈림길에 도착. 왼쪽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오르면 지장암, 우측 방향으로 폭신한 흙길을 따라가면 상원사다. 얼마를 걸었을까. 금방 너른공터, ‘회사거리’에 도착.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오대산에서 베어낸 나무를 가공하던 조선총독부의 목재회사가 있어 ‘회사거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회사거리에는 약 360여 가구의 화전민이 마을을 형성해 살았다고 하는데 1960년대 말 화전정리 사업으로 이주하고 지금은 그 흔적만 간직하고 있다. 이후 사찰 불사에 쓸 재목을 제작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 됐지만 선재길을 정비하면서 현재는 공터로 남아있다. 오대산사고(五臺山史庫)에서 보관하던 조선왕조 실록, 의궤도 모자라 이 곳의 나무까지 모조리 베어 가려고 회사까지 세운 일제의 뻔뻔한 행태에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반야교를 오른쪽에 두고 다시 한번 차도를 건너 숲 안으로 들어선다. 또다시 나무 데크길이 이어지는데 순간 시원한 바람 한자락이 스친다. 숲 속에 스며든 바람은 녹색의 싱그러운 기운들을 실어 나르고 불쑥 불쑥 튀어오른 바위를 타고 넘어 넘실대는 오대천의 물길과 조우한다. 이처럼 선재길은 숲 길 특유의 고요함과 계곡의 물소리가 전해주는 분주함이 이러구러 교차하며 우리의 걷기에 동행한다. ■ 오대산 슬픈 역사의 현장과 만나다 화전민 터가 있었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지나친 회사거리에서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월정사 소유 산림에 대한 채벌권(採伐權)을 얻게 된 일제가 나무를 베어내기 위해 인력을 모집했고 오대산에는 자연스럽게 노동자 마을이 형성된다. 벌목의 특성상 노동자들은 주로 겨울에 동원됐고 일이 없는 봄부터는 산에 불을 놓아 화전을 일구며 살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오대산에는 ‘산판(山坂)’과 ‘화전(火田)’이 혼재한 상당히 독특한 화전민 마을이 만들어졌다. 엄청난 벌목노동의 댓가는 적은 양의 쌀이 고작이었고 살기 위해 숯을 구워 팔기도 했다. 실제 숲길 곳곳에서는 숯가마 흔적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이번에는 눈길이 물길 쪽으로 향한다. 요란한 물소리가 숨을 죽이고 머물렀던 곳, ‘오대산 보메기’다. 이 숲길의 찬란한 아름다움들을 눈 안에 채 담아두기도 벅찬데 자꾸 역사의 아픈 현장들이 이처럼 눈앞에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보메기의 사전적 의미는 농사철이나 홍수로 터진 보를 보수하거나 새로 만드는 작업을 의미하지만 이곳 오대산 보메기는 보를 막아 오대천의 물을 모으고 목재를 쌓아 놓은 뒤 많은 비가 내릴 때 보를 터트려 목재를 이동시키는 용도로 활용했다고 한다. 일제가 나무를 쉽게 옮기기 위해 오대천 물길까지 제 멋대로 막고 터트리기를 반복한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이 숲 속에는 아직도 목재운반용 철도 레일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력이 있는 기차를 운행 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람이 힘으로 밀고 끌고 무거운 나무를 옮겼다고 하니 그 고초가 오죽했으랴. 복잡한 머리를 이고 걷다 보니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느새 몸은 숲길 한가운데. 또 출연하는 나무 데크길. 그 위를 걷다 다시 폭신한 풀길, 다시 흙길을 번갈아 걷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은 바람을 만나 이리 저리 흔들리고 일렁이더니 땅바닥에 곤두박질 치기를 반복한다. 빽빽한 나무 사이로 피톤치트가 흘러 넘쳐 유영한다. 그 사이 조릿대의 바다를 건너고 다리를 건너 오대산장 입구에 도착이다. 여기부터 상원사까지는 4km 남짓한 거리다. 월정사부터의 거리만 따지만 이제 절반 조금 넘게 온 셈이다. 만화경처럼 아름다운 풍경은 그 이후에도 반복된다.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은 풍경이 숲 길의 매력이다. 역사 이야기에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와 한 껏 즐기다 보니 상원탐방지원센터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월정사 방향으로 내려가면 되지만 넉넉한 시간. 우리는 상원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숲길이 뿜어낸 싱그러운 녹색의 기운은 옛 이야기를 품은 채 그대로 내 뒤를 따른다. 강원일보=오석기. 조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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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8 15:53

[팔도 핫플레이스] 의왕백운호수 일대 무민공원‧생태탐방로

“북유럽의 하얀 트롤 ‘무민’과 자연이 함께하는 의왕 백운호수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세요.” 핀란드의 대표 캐릭터 ‘무민’을 모티브로 가족애와 모험 등 다양한 테마를 담아 의왕시 백운호수 일원에 조성된 ‘의왕무민공원’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백운산과 청계산, 모락산을 병풍 삼은 백운호수를 배경으로 한 생태탐방로도 지난해 6월 재개통되면서 백운호수 일대가 건강과 힐링은 물론, 사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 의왕무민공원 무민은 1945년 핀란드의 화가 토베 얀손(Tove Jansson)에 의해 탄생한 캐릭터다.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자연 친화적 도시개발을 목표로 한 백운호수의 가치와도 연계돼 산책은 물론 다채로운 테마를 담아 어른, 아이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주말 나들이의 최적 장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의왕무민공원은 철새로부터 무민공원에 숨겨진 보물에 대한 소식을 접한 무민 가족과 친구들이 숨겨진 보물을 찾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는 스토리가 전체적인 콘셉트다. 무민공원은 롯데 타임빌라스와 맞은편의 백운호수를 낀 의일로 65 일대 공간에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산책로를 혼합했다. 공원의 시작을 알리는 대형 스크린 입구 사이니지와 캐릭터 미니어처 조형물 등 총 8개의 공간으로 마련됐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작은 크기의 무민과 어른의 눈높이에 맞춘 무민, 그리고 친구 스니프·리틀미·스너프킨도 곳곳에 배치되는 등 무민 캐릭터들을 즐길 수 있도록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공원의 중심부에는 지름 6m에 달하는 무민아트볼이 세워져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동안 공원의 스토리와 무민 캐릭터를 활용한 재미있는 영상이 상영된다. 특히 널찍한 놀이터 공간에는 아이들이 부상 없이 안전히 뛰어놀 수 있도록 천연잔디와 나무 등을 활용해 길쭉하고 구불구불한 미끄럼틀이 설치돼 있어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유아들이 친숙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놀거리와 볼거리가 많다. 공원 주변에는 맨발로 돌길을 걸을 수 있도록 약 140m 길이의 조약돌 맨발걷기길이 야생화 단지와 함께 조성돼 계절별로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원목데크로 이뤄진 선베드에 누워 자연경관을 즐길 수도 있다. 올해는 조약돌 맨발걷기길 구간 옆으로 마사토 맨발걷기길을 추가로 조성, 어르신들의 건강을 돕기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의왕시가 무민공원 인근에 완료된 훼손지복구사업지와 연계한 공원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향후 생태탐방로 등이 확대될 전망이다. 주차공간도 수도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대략 50대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공원 전용주차장에는 별도의 바리케이드나 요금정산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 ■ 백운호수 생태탐방로 백운호수는 흰구름이 많다는 백운산의 뜻을 빌려 1953년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백운호수의 입구라 할 수 있는 백운호수제방공영주차장부터 무민공원을 잇는 학의동 560번지 일원의 산책로인 생태탐방로 단절구간 연결 공사가 지난해 6월 마무리되면서 호수 주변 산책로 전 구간이 전면 개방됐다. 생태탐방로 연결로는 길이 500m, 폭 3m로 설계됐으며 호수 주변 총 연장 3㎞의 산책로 중 2.7㎞에는 데크가 설치됐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파고라 2개소와 무더위 쉼터 2개소를 각각 조성했다. 또 여름철 더위에 흐르는 땀을 식힐 수 있도록 ‘쿨링포그’도 100m 간격으로 설치돼 사계절 모두 생태탐방로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제방공영주차장에서 차량을 주차한 경우 제방길을 따라 생태탐방로를 걷게 되면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백운호수를 구경할 수 있다. 산책로에서도 호수의 다양한 물고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데다가, 겨울철에도 탄탄한 나무 데크길을 따라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생태탐방로를 걷다 보면 겨울철을 제외하고 운영되는 오리배도 볼거리다. 연인 또는 가족들이 탑승할 수 있는 2~4인승으로 구분된 페달보트와, 호수 전반을 운행하는 모터보트도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백운호수 일대는 맛집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백운호수 뷰를 만끽할 수 있는 음식점부터 베이커리 전문점, 커피숍까지 있어 생태탐방로를 따라 걷다 출출할때 식사와 차를 즐길수 있다. 경인일보=송수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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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1 14:25

[팔도 핫플레이스] 한라생태숲

제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등이 가득한 곳으로 해마다 1500만명 안팎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힐링의 메카다, 수많은 관광지와 함께 사려니숲길, 삼다수숲길, 절물휴양림 숲길, 붉은오름휴양림숲길, 머체왓숲길 등 걷기 좋은 많은 숲길이 있는데, 그 중 으뜸은 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은 숲이 훼손돼 방치됐던 야초지(野草地)를 원래의 숲으로 복원한 숲이다. 난대성 식물부터 한라산 고산식물까지 제주의 모든 식물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음은 물론 편안한 휴식공간과 다양한 자연생태계를 경험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힘들지 않게 걸으며 제주의 자연생태를 즐길 수 있으며,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기에도 무난해 연중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단순한 산책 외에도 생태숲 주변으로 조성된 숫모르숲길을 걷는 운동 목적으로도 최적지다. 인접한 절물휴양림 장생의 숲길과도 연계할 수 있고, 주변 오름들도 함께 탐방할 수 있다. ▲한라생태숲의 백미 숫모르숲길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변에 위치한 한라생태숲은 구제주시내권에서 승용차로 20분 안팎이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한 시간에 5대 안팎의 버스가 다니고 있어 대중교통 접근도 용이하다. 한라생태숲은 자연생태계 복원 및 제주 자생식물들의 보전 기능, 산림 생태 휴양문화 창출로 고품질의 산림교육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조성됐다. 1997년 한라시험림(생태숲) 조성계획안이 수립되고 2000년 3월 제주 중산간지역 196㏊ 면적에 생태숲 조성 공사를 시작, 2009년 9월 문을 열었다. 주차 후, 혹은 버스에서 내리면 먼저 ‘한라생태숲’을 알리는 거대한 바위 표지석이 탐방객을 반긴다. 몇 걸음 옮기면 바로 주차장. 주차장 왼쪽에 한라산과 한라생태숲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우뚝 솟아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저 멀리 한라산과 백록담이 품에 안길 듯 다가오고, 고개를 돌리면 광활한 한라생태숲과 그 너머 쪽빛 바다의 절경에 가슴이 탁 트인다. 이제 생태숲에 들어서 관리실을 지나면 눈앞에 곧게 뻗은 산책로와 숫모르숲길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숯을 구웠던 언덕’이라는 뜻의 옛 지명인 숫모르숲길은 한라생태숲의 둘레 숲을 걷는 코스로, 약 5㎞ 코스. 높고 낮은 다양한 경사가 있어 오름 트레킹과 산림욕에 제격이다. 울창한 숲이 한여름에도 뜨거운 햇빛을 막아준다. 항상 푸르른 소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수종의 활엽수림, 대나무숲길, 조릿대길, 억새밭 등으로 구성돼 있어 걷는 내내 눈이 즐겁다. 봄과 여름에는 푸르름을 자랑하고, 가을 단풍과 낙엽길, 눈 쌓인 겨울 풍경 등 사계절 다양한 모습으로 탐방객을 맞이한다. 또한 작은 계곡에 놓인 앙증맞은 목교(木橋) 위를 걷는 것도 정겹다. 체력적 부담을 느낄 때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곳곳에 목재의자와 쉼터 테크 등도 마련돼 있다. 숫모르숲길을 출발해 약 2.4㎞ 지점에는 한라생태숲과 접한 절물휴양림(장생의 숲길)으로 건너가는 이동 탐방로가 있다. 한라생태숲과 절물휴양림 사이에는 샛개오리오름(표고 658m)이 있다. 오름(기생화산)의 모양이 개오리(가오리의 제주어)와 닮다고 해서 개오리오름, 혹은 개가 달을 보고 짖는 형상이라 하여 견월악(犬月岳)이라고 불린다. 이 산체가 세 개의 오름으로 구성돼 있어 가장 큰 오름을 큰개오리 혹은 견월악으로 칭하고, 작은 산체를 족은개오리. 이 둘 사이에 이는 오름을 샛(사이)개오리오름으로 불린다. 오름 정상까지는 눈앞에 목재계단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다. 마치 ‘천국으로 가는 계단’ 같다. 콧노래 부르며,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보니 어느덧 정상. 정상을 넘어서면 절물휴양림이 품은 장생의 숲길과 큰절물오름, 작은절물오름, 거친오름 등 숲길과 오름을 탐방할 수 있다. 정상서 U턴하면 다시 숫모르숲길, 여기서부터는 지금까지보다 더 큰 내리막과 오르막이 교차되고 가을이면 형형색색의 단풍과 함께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을 걷는 기분은 일품이다. ▲한라생태숲의 보물들 숫모르숲길 못지 않은 진귀한 보물들이 한라생태숲에서 탐방객을 반긴다. 숫모르숲길 입구에서부터 196㏊의 드넓은 면적에 다양한 테마형 숲이 조성돼 있고 이들 숲 사이로 ‘엄지척’ 산책로와 다양한 휴식공간이 방문객들에게 힐링과 건강을 선사한다. 한라생태숲의 중심에 자리한 수생식물원과 생태연못. 이곳은 과거에 대부분 훼손되거나 사라진 습지를 대신해 조성된 것으로 개장한 지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며 자연습지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개구리, 쇠살모사, 유혈목이 등 양서·파충류와 물장군과 물방개 등 곤충류, 갈대와 부들, 순채 등 500여 그루의 나무와 50여 종의 수생식물이 이곳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운이 좋으면 이곳에 물을 먹으러온 노루와 물 위에서 연잎 사이로 유유히 노니는 원앙과 기러기들도 볼 수 있다. 한라산 고산식물의 서식 환경을 조성해 멸종위기의 고산식물과 특산식물의 보전과 증식을 위해 암석원도 탐방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드넓은 잔디광장에 다양한 모양을 뽐내는 제주 특유의 현무암 등. 잘 가꿔진 정원 같아 “우리 집 마당이었으면”하는 소소한 바람이 절로 인다. 이 밖에도 참꽃나무숲, 구상나무숲, 꽃나무숲, 야생 난원, 단풍나무숲, 벚나무숲, 양치식물원, 산열매나무숲 등 다양한 테마로 숲이 조성돼 있다. 한라생태숲에서는 유아숲 체험 등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숲 유치원과 숲속 작은 학교 등 로그하우스(log house)의 시설도 마련돼 있다. 이 많은 숲 사이사이에 놓여 있는 산책로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탐방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고,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서도 아무 무리없이 숲을 탐방할 수있다. 한 탐방로 한 켠은 탄성재료로 조성돼 발걸음이 부드럽다. 나이 드신 부모님, 어린 자녀들과 함께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에도 좋다. 또 한 켠으로 걸을 때는 ‘뽀드득 뽀드득’, 발 밑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화산토(火山土)인 송이(스코리아)길이다, 또 다른 쪽은 자갈돌길. 걷다보면 두 나무가 하나로 붙어 마치 사랑하는 연인이 서로를 꼬옥 껴안은 모습과 같은 연리목(連理木)이 눈에 들어온다. 함께 걷는 옆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제주의 자연을 오롯이 담고, 계절마다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한라생태숲. 제주를 찾은 방문객이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제주일보 조문욱 기자 사진=조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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