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用語)는 사람들의 언어 창조 능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그것이 다시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창조 능력을 만들어 내는 마력의 지팡이가 되어서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이때 새롭게 태어나는 단어는 이미 있는 단어로는 품을 수 없는 뜻을 나타내야만 바람직하다.
같은 뜻을 가진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 함께 쓰는 것은 언어의 과소비요, 아니면 과시 소비임이 분명한데, 우리는 지난날 이런 잘못을 너무나도 많이 저지른 것을 사전에서 볼 수가 있다.
먼저, 사전에 표제어로 올라 있는 '안색·면색·얼굴빛·얼굴색'의 네 단어를 보자. 이 단어들은 모두 한 가지 뜻을 가리키는 말이고 그 뜻은 '얼굴빛'의 뜻풀이에 나타나 있다. 그런데 '빛' 대신에 '색'을 써서 다른 단어 하나가 만들어졌고, '얼굴' 대신에 '안(顔)'을 써서 또 하나의 단어가 만들어졌는가 하면 '안'을 쓰지 않고 '면(面)'을 써서 또 다른 단어가 만들어졌다. 그런 예는 너무나도 많다.
'대그릇'과 '죽기(竹器)'도 뜻에 차이가 없다. 물론 한자어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심리적인 차별화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단어의 뜻이나 쓰임새에서 어법상 아무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만일 '竹器'나 '顔色'을 쓰는 것이 '대그릇'이나 '얼굴빛'을 쓰는 것보다 더 현학적이고 고급스럽게 생각하여 '竹器'와 '顔色'을 쓴다면 이는 언어의 과시 소비(誇示消費)가 아닐 수 없다. 언어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뜻을 나타내는 연장으로 사용하지 않고 자기의 지식 자랑을 위하여 이용하는 것은 언어의 본질과 사명에 위배되는 만큼, 새로운 낱말을 만들거나 비슷한 말 (유의어:類義語)을 사용할 때 특히 주의할 일이다. 이미 사전에 올라 있는 유의어 중에서는 누구나 알기 쉬운 토박이말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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