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까지 전주한옥마을 갤러리 향교길68
날카로운 칼날 속에 배어 있는 따스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이끈다.
판화를 통해 민중 예술을 펼쳐온 박홍규(64) 판화가의 ‘아리랑 고개’ 전이 14일부터 26일까지 전주한옥마을 갤러리 ‘향교길68’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판화와 채색화 등 작품 20여점을 접할 수 있다.
작가의 판화는 처음 보는 이에게도 낯설지 않다.
민주화 운동을 하고 사회 변화를 꿈꾸던 수많은 시위 현장에서 그의 작품은 깃발로 만들어지거나 걸개그림으로 사용됐다.
특히 농민운동이 활발하던 1989년에 만든 ‘삼천리 방방골골 농민의 깃발이여’란 작품은 지금도 전국 농민회 대부분의 사무실에 걸려 있는 명작으로 여겨진다.
그의 작품은 농민들이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깃발을 나부끼며 경운기를 타고 나아갈 때 농민 운동의 상징이 됐다.
작가는 몇 해 전 목판이 모두 불타는 모진 아픔을 겪었다고 한다.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그가 아픔을 딛고 새롭게 작업에 매진했고 이번에 그 결과물이 모아졌다.
작가의 작품이 강한 서정성을 품게 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전시에서 민중과 동학에 천착했던 벽을 깨고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전시 작품들의 제목부터 서정적이다.
작품 ‘바람 부는 보리밭, 내 청춘의 비망록’, ‘새 세상을 여는 사람들’, ‘아리랑 고개’, ‘저녁강’, ‘한 밤에 내리는 눈송이’ 등은 그의 칼날이 투쟁의 도구를 넘어 인간의 보편적 정서인 서정성을 조각했다.
그는 지난 40년을 농민들과 함께 살았다.
고추 수매, 한미 FTA 등 농민들이 모이는 곳에서 그의 작품은 농민 운동의 상징처럼 됐다.
작가는 이번 전시 주제를 ‘아리랑 고개’로 했다.
그는 "봉건시대를 타파하고 근대로 진출하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조선 민중의 집단 창작가요인 아리랑은 한이 쌓이고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고 밝혔다.
부안 출생인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했고 1999년 전주우진문화회관에서 개인전 ‘들에서 여의도까지’를 비롯해 전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대전, 국회 ‘빈집의 꿈’ 초대전 등 다수의 전시 활동을 펼쳤다.
전북문화저널 편집위원 및 만평을 연재한 그는 고(故) 정광훈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추모 그림도 제작했다.
지난해 광주 오월미술관에서 ‘혁명도 순정이다’란 주제로 전시를 진행했고 농민 관련 신문에 만평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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