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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위기 맞은 고군산 청곱창김][하]‘청곱창’ 정체성 규명이 산업화 분수령

국립수과원 “청곱창=외래 단김” 분석···단속 가능성까지 제기
어민·전문가 “오랜 자생 기록···검증 기준 투명화가 먼저”

청곱창 종자 배양 사진/사진제공=종자배양업체 

고군산군도 김 양식 현장이 혼란에 빠진 핵심 원인은 청곱창의 ‘정체성 논란’과 이를 명확히 규명할 제도적 기반 부재가 맞물린 데 있다.

최근 국립수산과학원이 국내 연안에서는 단김이 서식하지 않으며, 청곱창은 중국산 단김과 유전적으로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단김은 현행 법령상 생산·가공·유통이 금지된 품종이어서, 향후 단속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 경우 산업적 활용뿐 아니라 양식 행위 자체가 제약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고군산군도 어민들과 배양업체는 분석 결과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청곱창은 오래전부터 국내 해역에서 자생해 왔으며, 수십 년간 재배해 온 품종을 외래 단김과 동일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푸른빛을 띤다는 이유로 ‘청곱창’이라고 불러 온 지역 전통과 중국과 해역을 공유하는 특성상 유사한 유전자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어민과 배양업체는 무엇보다 유전자 분석 기준과 검증 절차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정체성이 명확히 규명돼야 품종 등록, 품질 관리, 산업 표준화 등의 후속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쌀 산업이 ‘신동진’, ‘삼광’ 등 개량 품종을 국가 등록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한 것처럼, 김 산업도 품종 등록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품종 등록이 이뤄지면 단속 우려가 해소되고, 새만금수산식품클러스터와 연계한 가공 산업 육성, 해외 수출 기반 마련 등 지역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단속과 규제 중심 행정이 산업 잠재력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김로원 국립공주대 생명과학과 연구교수는 “2019년과 2020년,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들과 제주 지역에서 자생 중인 곱창김을 채취해 유전자 분석한 결과 ‘하이타넨시스(청곱창)’과 일치했지만, 수과원은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판정 기준의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산 단김과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산업화를 막아서는 안 되며, 국내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재배되는 품종이라면 제도적 평가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명수 한국자율관리업전북회장은 “고군산의 대표 특산품으로 육성해 가공·수출 기반을 갖춘다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정책 의지가 앞으로 김 산업의 명운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시 관계자도 “국립수산과학원의 분석 결과가 나온 만큼 정체성 판정과 제도 정비가 우선돼야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다”며 “지역 산업과 국가 기준이 충돌하지 않는 방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군산=문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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