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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불로부터 우리집 지키는 비법

진안소방서장 김충국

바람 끝이 여전히 매서운 2월이다. 입춘을 지나 봄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산림 현장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건조하다. 특히 ‘전북의 지붕’이라 불리는 우리 진안군은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험준한 산악 지형이다. 이러한 지형적 아름다움 이면에는 ‘산불’이라는 치명적인 위협이 항상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전국 소방차의 현장 도착 평균 시간은 약 8분 내외다. 그러나 골이 깊고 도로가 굽이진 산간 마을의 경우, 소방차가 전력으로 출동하더라도 물리적 거리와 지형적 제약으로 인해 도착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화재 현장에서의 ‘8분’은 생사와 재산의 향방을 가르는 절대적인 시간이다. 소방력이 도착하기 전, 주민 스스로 내 집과 마을을 지키는 ‘민간 소방관’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산불로부터 소중한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주민 여러분이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 핵심 방어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주택 주변 30m 이내 가연물을 철저히 제거하자.

산불은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불씨뿐만 아니라 지표면의 마른 풀과 잡초를 타고 무서운 속도로 확산된다. 집과 산림이 맞닿아 있는 곳이라면 최소 30m 이내에 쌓아둔 땔감, 낙엽, 마른 잡초 등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이 30m의 이격 거리는 화마가 주택으로 직접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방화선’ 역할을 한다. 불길이 번질 ‘먹이’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화재 피해는 현저히 줄어든다.

둘째, 농업용 스프링클러를 ‘방어용 수막’으로 활용하자.

농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프링클러는 가뭄 해소뿐 아니라 훌륭한 소방 보조 장비가 될 수 있다. 산불 위험 기상특보가 발령되거나 인근 산림에서 연기가 보일 경우, 주택 주변 풀밭이나 농작물에 미리 충분한 물을 살포하자. 수분을 머금은 지표면은 화염의 확산 속도를 늦추고 불길을 억제하는 ‘안전 차단벽’이 되어준다. 이는 소방차가 도착할 때까지의 소중한 시간을 벌어 주택 피해를 최소화하는 결정적인 방어책이다.

셋째, ‘영농부산물 소각’이라는 위험한 관습을 반드시 버리자.

해마다 발생하는 산불의 상당수는 논·밭두렁 태우기나 고춧대, 과수 가지 등 영농부산물을 소각하다 발생한다. 산림 인접 지역에서의 영농부산물 소각은 결국 내 집에 직접 불을 놓는 것과 다름없는 매우 위험한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잠깐이면 되겠지”, “바람이 없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의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든다. 특히 2월의 산바람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 작은 불씨 하나가 삽시간에 대형 산불로 돌변할 수 있다. 이제는 태우는 방식이 아닌, 파쇄기를 이용한 비료화나 지자체의 영농부산물 수거 지원을 활용하는 안전한 처리 방식을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

소방관들은 신고를 받는 순간부터 주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험한 산길을 달린다. 그러나 물리적인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소방관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주민 스스로 산불 예방의 주체가 되어 집 주변을 정리하고, 위험한 소각 행위를 멈추며, 비상시 대응 수단을 갖추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의 아름다운 숲과 소중한 보금자리는 소방관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자산이다. 오늘 당장 우리 집 주변 30m를 점검해 보자. 그 작은 실천이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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