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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전북특별자치도, 대한민국 ‘조달 자율화_2026’의 닻 올린다

 

김항수 전북지방조달청장

2026년 올해 전북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 행정사에 기록될 거대한 실험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지난 1월 5일, 조달청이 선포한 ‘지방정부 조달 자율화’ 시범 사업의 대상지로 경기도와 함께 전북특별자치도가 선정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행정 절차의 변화를 넘어, 70여 년간 이어져 온 중앙정부 중심 공공 조달의 패러다임이 ‘지방 분권’과 ‘수요자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역사적 모멘텀이다.

그동안 각 공공기관은 국가 예산의 투명한 집행과 효율성, 공정성을 위한 필수적인 장치로 일정 금액 이상의 물품을 구매할 때 의무적으로 조달청을 통해야 했다. 조달청이 단가계약을 하고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하면 모든 공공기관이 구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지역의 특수성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신속한 구매를 저해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었다. 획일적인 기준이 때로는 지역 기업의 진입 장벽이 되거나, 긴급한 지역 현안에 대응하는 속도를 늦추는 인이 되기도 했다. 이에 조달청은 올해부터 ‘공공 조달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수요기관의 선택권을 대폭 확대하는 자율화 정책을 경기도와 전북특별자치도에 시범 도입하였다.

이번 시범운영 기간 전북도청을 비롯한 시군은 컴퓨터, 냉난방기, 가전제품 등 지역 수요가 많은 전기·전자제품 118개 품명에 대해 조달청을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예전처럼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한 구매도 여전히 가능하다. 바로 지방정부에 공공 조달의 다양한 구매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자율화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수의계약 등 모든 조달 절차와 정보의 실시간 공개, 비리가 적발된 지방정부는 일정 기간 조달청 이용 의무화, 사회경제적 약자 기업 지원 실적의 상시 점검과 공개 등 제도적 보완 장치 또한 마련되었다.

자율화 정책은 지역 기업에 닫혀 있던 문을 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신속한 유지보수나 지역 맞춤형 서비스가 강점인 우리 지역 기업에는 확실한 호재다. 예를 들어, 전주 시내 학교에 납품된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보다 지역 업체가 훨씬 빠르고 세심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러한 지역 밀착형 서비스 경쟁력이 빛을 발할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문이 열린 만큼 전국의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전북 시장을 노리고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지역 업체를 이용해 달라’는 호소만으로는 부족하다. 냉정한 시장 논리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기술개발과 철저한 품질 향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북지방조달청은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방관자’가 아닌 ‘조력자’로 남을 것이다. 조달청이 가진 방대한 가격 데이터와 계약 노하우를 지자체와 공유하여 자체 구매가 시행착오 없이 안착하도록 돕겠다. 또한, 자율화가 지역 토착 비리나 예산 낭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니터링하면서도, 지역 기업들이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자체 담당자들을 위한 실무 교육과 컨설팅을 강화하고, 기업에는 변화된 제도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전북에서 시작된 이 날갯짓은 내년 이후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져나갈 ‘조달 자율화’의 표준이 될 것이다. 변화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준비된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전북의 기업과 지자체, 그리고 조달청이 원팀(One-Team)이 되어 이 변화를 ‘전북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나가자.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공공 조달의 미래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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