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6-05-12 21:29 (화)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김종표 칼럼

[김종표의 모눈노트] ‘왝더독’ 본말전도 선거판, 이제 유권자의 시간이다

정당 경선이 집어삼킨 본선거
유권자 선택권 사실상 무력화
지역의 미래, 도민이 결정해야

                김종표 논설위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식 후보자 등록 창구조차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상당수 후보의 목에 벌써 화환이 걸렸다. 정당의 후보를 뽑는 경선이 본선을 집어삼킨 지 오래다. 우리 선거판의 이 뒤틀린 구조는 거대한 늪이 되어 깊어지고 있다. 민심을 읽는 보조수단인 여론조사가 선거 자체를 좌우하고 있다. 또 유권자 투표 편의를 위해 도입된 보완적 제도인 사전투표는 선거전략에서 본투표를 압도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왝더독(Wag the Dog)’이란 관용구가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The tail wags the dog)’는 영어권 관용표현으로, 주객전도(主客顚倒)·본말전도(本末顚倒) 현상을 의미한다. 주로 정치 담론에서 익숙한 용어다. 같은 이름의 영화도 있다. 1997년 개봉한 미국의 정치풍자 영화로, 최근의 미·이란 전쟁 국면에서 다시 언급되고 있다.

지금의 우리 선거판이 꼭 그렇다. 본선거는 요식행위로 전락했고, 정당 내부의 공천심사나 경선이 실질적인 승부처가 됐다. 유권자의 최종선택이 차지해야 할 몸통 자리에 정당 공천이라는 꼬리가 대신 들어앉았다. 입지자들은 지역민심보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지도부와 실세의 눈치만 살핀다. 전북의 유권자들이 소중한 권리를 특정 정당에 맡겼고, 그 정당은 주민들의 무한 신뢰를 ‘당연한 기득권’으로 받아들이면서 오만해졌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에서는 여론조사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유권자들은 교육철학과 정책을 따지기보다 여론 1·2위 후보를 ‘검증된 후보’로 받아들인다. 또 후보들은 세 불리기 ‘단일화’에 집착하면서 그들만의 회색지대를 만들어낸다.

허망하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선거판의 열기는 식어가고 있다. 시장·군수와 지방의원 선거의 경우 전북 대다수 지역에서 후보와 유권자 모두 이미 끝난 게임을 복기하는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본후보 등록일을 앞두고 뜨겁게 달아오른 도지사·교육감 선거판이 오히려 낯설다. 본말이 전도됐다. 선거의 주인은 당연히 유권자다. 그런데 전북지역 유권자들은 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철옹성이 된 민주당 독점체제가 투표소에서 집단의 관성이 아닌 개인의 소신을 무력화했다. 그래서 전북은 승리가 보장된 정당에게도, 아예 승산이 없는 정당에게도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지역’이 돼버렸다. 더 비극적인 것은, 유권자들이 타성에 젖어 투표를 ‘선택’이 아닌 ‘수용’으로 변질시켰다는 점이다.

지역의 미래는 유권자들이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특정 정당의 공천장이나 여론조사 수치 따위에 미래를 저당잡힐 수는 없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대는 이 비정상적인 선거판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막상 투표소에 들어서면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대안이 보이지 않는 선택지와 뻔히 보이는 결과가 유권자의 관성을 정당화하고, 변화의 목소리를 차단한다. 전북 유권자들이 오랫동안 ‘묻지마 몰표’를 행사하면서 자초한 일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당 기득권에 안주해온 정치인들이 그 벽을 허물 리 없다. 결국 주권자인 도민의 몫이다. 침묵이 아닌 당당한 목소리로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당장 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끌벅적했던 그들의 시간이 지나갔을 뿐이다. 이제 진짜 주인이 나설 차례다. 유권자의 시간이 시작됐다.

/ 김종표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종표 kimjp@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