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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떠나는 농촌, ‘바퀴 달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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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달리고, 점빵이 찾아온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농촌 정책에 다시 바퀴가 달리고 있다. 이동목욕차와 이동빨래방, 이동건강검진과 방문간호 등 복지·의료 분야에서 시작된 지자체의 ‘찾아가는 행정’이 이제는 교육과 문화, 생활서비스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주민이 행정서비스를 찾아오던 시대에서 행정이 주민의 일상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고창군은 지난 4월부터 농촌 마을을 찾아가는 이동식 점포인 ‘고창 동네점빵’을 운영하고 있다. 집 근처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이른바 ‘식품 사막화’ 지역을 직접 찾아가 식료품과 생필품을 판매하는 생활밀착형 정책이다. 잡다한 생필품을 싣고 시골 마을을 돌며 판매하는 ‘만물상 트럭’처럼 지역 내 농촌 마을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점포는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거리여서 버스를 이용해야 하지만 배차 간격이 너무 길고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또 김제시는 이동형 평생학습 공간인 ‘달리는 모두배움터’를 운영해 ‘적극 행정’ 우수 사례로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 대형 버스를 교육공간으로 개조해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예술·디지털·건강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올해는 18일부터 7월 말까지 50개 마을을 순회할 계획이다.

고창과 김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북지역 각 지자체가 주민을 찾아가는 다양한 정책으로 농촌의 생활서비스 공백을 메우고 있다. 정부도 사람이 떠나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중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를 확대해 최근 진안과 무주 등 전국 7개 군(郡)을 추가 선정했다. 이로써 전북은 기존 순창·장수에 이어 진안·무주까지 모두 4곳이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됐다. ‘식품 사막화’ 대응책인 이동점포를 비롯한 ‘바퀴 달린 정책’은 이제 일부 지자체의 실험을 넘어 농촌정책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아 다양한 형태로 확산될 것이다.

주민을 찾아가는 ‘적극행정’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주민들이 기본적인 생활서비스조차 이용하기 어려워진 오늘날의 농촌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일단 농촌지역에서 바퀴 달린 정책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변화다. 하지만 그만큼 농촌의 생활기반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직시해야 한다.

바퀴 달린 정책은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을 지키기 위해 당장 필요한 응급처방이다. 나아가 농촌 공동체 회복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 해법은 아니다. 농촌을 살리는 힘은 주민들이 불편 없이 일상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정주 여건에서 나온다. 언젠가 행정의 바퀴가 멈춰도 주민의 삶은 멈추지 않는 마을.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농촌의 미래다.

/ 김종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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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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