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특성화 대학으로 문을 연 예원대학교가 각종 비리로 얼룩져있음이 밝혀졌다. 설립인가 서류위조와 교직원 채용때 27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
그들만의 은밀한 커넥션이 어떻게 언론에 노출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비리를 주도한 기획조정처장이 구속된데 이어 잠적했다가 자진출두한 재단 이사장도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끄럽고 참담한 일이지만 사실 대학비리가 새삼스런 뉴스는 아니다. 교수채용시 금품수수는 기본이고 등록금 횡령 등 재단의 전횡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돼 있다. 다만 잊어버릴 만하면 한 건씩 불거져 나와 이 땅의 대학이 비리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함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대학비리, 특히 교수채용시 금품수수는 백번 이해 당사자들이 단죄받아야 할 범행이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법안 개악에 앞장선 정치인들도 공범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예컨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통과된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이 그것이다.
먼저 사립학교법은 학교비리 발생시 파견하는 임시이사의 임기를 2년으로 축소했다. 고등교육법은 교수 2분의1 이상이 참여하는 교무위원회 구성조항이 삭제된 채 통과된 바 있다.
그러니까 재단의 비리나 전횡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나 민주적 기구를 아예 없게 입법한 것이다. 이를테면 법으로 대학의 비리를 보장해주고 있는 셈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재주껏 ‘교육장사’를 하라고 법이 부추기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렇게 잘못된 법 테두리에서 온존하는 대학비리는, 그러나 그들만의 단죄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례로 교수되기를 고대하며 오랜 세월을 학문연구에 정진해온 많은 예비교수들이 입게될 상대적 박탈감이 그것이다. 그야말로 눈썹이 휘날리게 공부하여 드디어 박사학위를 땄는데, 그러고도 1억원 상당의 돈이 있어야 교수가 된다니 그렇지 않겠는가?
어찌 그것이 예비교수들만의 일이겠는가. 고교생이나 대학생 등 우리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갖게될 상대적 박탈감, 나아가 국민대중의 대학교 및 교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무엇보다도 큰 문제인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법처리는 언론의 요란스러움과 달리 ‘정치적 판단’의 용두사미로 그칠 모양이다. 1백60여명에 이르는 재학생들의 신분문제가 걸려 있긴 하지만 그래선 안된다. 비리의 싹이 더 자라기 전에 법대로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교수임용시 금품수수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잘못된 법과 함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또한 돈을 건네고 교수가 되었다면 그것은 이미 스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거나 포기한 것이다. 부족한 설립인가 조건을 서류위조로 충족시킨 대학도 이미 학문의 전당이 아니다.
교육부는 가장 큰 피해자인 재학생 구제에 최선을 다하되 그것이 족쇄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재단측이 ‘거봐라’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은 채 다시 학생을 미끼로 장사할 궁리에 빠지지 않을까 두려운 생각이 들어서다. 제발 교육부는 제2, 제3의 예원대 비리가 발생하는 ‘간접범죄’를 저지르지 말기 바란다.
/장세진(삼례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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