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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러브호텔’분쟁의 해법

우리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 ‘러브호텔’.

 

그 러브호텔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녀교육에 악영향을 준다는 인근 주민과 사유재산을 침해받을 수 없다는 건축주와의 대립이 그것이다.

 

그 중간에 건축허가를 담당하는 자치단체가 양쪽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급증하는 러브호텔은 90년을 기준으로 2000년 현재까지 10년동안 두배가 늘었다.

 

공교롭게도 전국의 초·중·고교 숫자인 9천9백55개소보다 불과 2백여개 모자라는 9천7백9개의 수치가 전국 러브호텔의 수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동안 교외나 유원지 주변을 중심으로 늘어나던 호텔 신축이 이제는 주택 밀집지로 파고든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러브호텔을 짓든 축사를 짓든 법만 지키면 막아낼 도리가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전국학교 숫자외 비슷

 

하지만 보다 나은 주거환경과 교육환경을 지켜내려는 시민 의식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향락산업에 반기를 든다.

 

멀리 수도권 주민들의 서명·항의·집단소송을 빌릴 것도 없이 우리시에서도 러브호텔을 둘러싼 시민정서와 법규가 대립한다.

 

주택단지보다 먼저 포진해 버린 아중지구 호텔촌도 문제지만 서신동 일대 상업지역에 들어서려는 러브호텔을 절대 묵과할 수 없다는 인근 2천여세대 아파트 주민들의 의지가 실력행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러브호텔을 규제할 수 있는 법은 크게 건축법과 학교보건법 두가지다.

 

학교보건법은 학교 주변 2백m 이내에 러브호텔, 룸싸롱 등 교육환경 유해시설의 건축을 불허하고 있으며 ‘학교환경위생 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축 허가를 해주는 예외 조항이 단서로 있다.

 

물론 문제가 되는 서신동지역은 이 학교보건법의 규정에서 자유롭다.

 

건축법 또한 상업지역에서의 호텔 신축에 대해 아무런 규제도 할 수 없다.

 

쾌적한 주거환경과 교육여건을 보장해 줄 의무가 있는 전주시의 입장은 그야말로 암벽을 만난 상황이다.

 

고민끝에 전주시는 문제가 되는 서신동 일대를 지구단위계획변경을 실시해 러브호텔 등에 대한 건축허가 제한이라는 고육지책을 내게 되었다.

 

물론 사유재산 침해라는 일부 토지주의 반발과 인천·광양·일산등의 도시에 행한 유사한 규제조치에 대해 건설교통부가 건축허가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외국에서는 원천 봉쇄

 

눈을 돌려 외국의 경우를 한번 살펴보자.

 

러브호텔 원조국가라 일컫는 일본의 아오모리현 예를 들면 학교주변 5백m까지 호텔 등의 신축을 규제하고 있으며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공원·놀이터·체육시설등의 주변환경을 학교주변과 똑같은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

 

미국도 상업지역을 학교나 주거지역의 거리에 따라 8개등급으로 나누어 그 사이에 완충지역을 설정, 러브호텔이 주거지역 가까운 거리에 들어서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자유시장경제원리와 자본주의가 만개한 일본과 미국의 이 같은 규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민의 주거환경과 교육환경을 그 무엇보다도 최우선하는 선진행정을 지금이라도 본 받아야 된다는 결론이다.

 

관련 건축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여론도 모두 여기에서 비롯된다.

 

법보다 도덕 먼저

 

하지만 법개정에 앞서 작금에 나타나는 비뚤어진 성문화의 범람 세태에 대한 책임이 기성세대에 있다는 점에 착안하면 서신동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풀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법보다 앞서는게 도덕, 그것이 열쇠가 아닐까?

 

전주시가 추진하려는 서신지역 러브호텔 신축규제를 위한 지구 단위계획변경 추진과는 별도로 해당지역 토지주는 물론 시민 모두가 내 아들, 내 딸의 교육정서를 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도덕적 가치를 발휘해 교육의 도시라 일컫는 우리시를 보다 나은 주거 환경, 보다 질 좋은 교육여건을 조성하는데 공동으로 노력해 주길 기대해 본다.

 

전주시장 김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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