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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가 하면 愛國, 남이 하면 亡國?

하늘아래 유일하게 가로놓인 분단의 38 철옹벽은, 이제 그 운세가 다한 듯 싶다. 마치 5천만년 동안 얼어붙은 북극점의 빙벽이 온난화 현상에 의해 한 조각씩 녹아 내려앉듯 6·15선언의 용광로에서 급기류를 타고 녹아내리고 있다. KAL항공기와 고려항공기가 남북한의 이산가족을 태우고, 평양과 김포에 내려앉은, 꿈만 같은 현실과 죽었던 혈육을 다시 만나는 기적과 같은 감격에 7천만 동포는 회한의 눈물로 바다를 이루었다.

 

KBS교향악단과 조선교항악단과의 합동연주회의 만남과 조화의 감동, 백두와 한라를 이어 남북이 하나되는 남북합동 3원방송은 50여년동안 원수같이 지냈던 적대감정이 부질없었음을 뼈저리게 일깨워준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면회소 설치와 서신교환, 경의선 복원과 경제협력, 군사문제 등 6·15이후 추진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세계를 감동시킨 최고의 예술작품이었다. 우리는

 

건국후 자랑스런 정치보다는 오히려 수치스런 정권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자유당정권의 3·15부정선거, 장면정권의 신구파 분쟁으로 정권상실, 박정희 정권의 유신개헌독재, 전두환 정권의 5·18학살과 비자금, 노태우 정권의 비자금, 김영삼 정권의 IMF와 김현철 사건 등 부끄러운 정권의 연속이었다. 특히 문민정부 초에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이 되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진이 표지에 실리고 Korea's shame(한국의 수치)이라 표제를 붙인 타임지를 봤을 때 한국사람으로 살고 있음이 참으로 치욕스러웠다.

 

6·15선언은 헌정사상 정권이 이루어낸 가장 위대한 쾌거이며 미국 남북전쟁시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을 능가하는 세계사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다. 국민들은 천신만고 끝에 이뤄낸 통일의 초석에 혹여 금이 가는 불상사가 발생할까 가슴 조이며 애태우고 있다. 반세기의 단절 끝에 원수로

 

지냈던 남북이 통일 민족으로 합일하는데는 많은 여과와 양보, 헌신, 인내 등을 서슴없이 감당해야 하며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는 한 핏줄에서 우러나는 동족애가 상호

 

발휘되어야 한다. 큰 것을 얻으려면 사소한 것은 버릴줄 알아야 한다. 가는 것이 있어야 오는 것이 있고, 주는 것이 있어야 받는 것이 있다. 비전향장기수를 송북했으니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의 석방도 때가 되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이산가족들이 60이 넘은 노인들이라 시급하기 이를 데 없으나,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임심이박(臨深履薄)하고 승사여제(承事如祭)해야 한다.

 

깊은 물가에 있을 때나 엷은 얼음판을 딛는 것처럼 조심조심 해야하고 제사를 지내는 정성으로 매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들은 순항을 거듭하고 있는

 

남북 간의 화합보다 남남간의 갈등불화가 더더욱 심각한 난제(難題)임을 걱정한다. 국민의 70∼80%가 지지하고 있는 대북 정책을 C학점으로 폄하시키고 통일무드에

 

여론의 주도권을 빼앗긴 야당은 국사와 민생은 뒷전으로 팽개친 채 장외투쟁으로 대권을 향한 국론분열에 혈안이 되어 있으며 김정일의 적화통일을 운운하는 진부한 발상으로 남북교류협력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정치세력이 잔존하고 있음은 참으로 국민의 분노를 자아낼 뿐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남과 북이 적대적 관계를 극대화하여 상호 정권유지에 이용해왔던 과거정권들의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정치권은 아직도 음모로 얼룩졌던 조선조의

 

당리당략적 모함정치의 잔재를 저버리지 못하고 애꿎은 국민들만 농락 당하고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 1590년 서인출신 황윤길 통신정사는 전쟁준비에 열중하고 있는

 

일본의 조선침략에 대한 대비책의 필요성을 보고하였다.

 

그러나 동인출신 김성일 부사는 전쟁의 위기감 조성으로 민심을 혼란케 하려는 서인들의 획책이라고 부정했다. 전혀 무방비 상태에서 유린당했던 임진왜란도 국익을

 

저버린 당리당략적 분쟁의 소산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내가 하면 애국이요, 남이 하면 망국이라는 아전인수(我田引水)적 투쟁방식은 이제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7천만의 염원이 담긴 조국통일의 초석을 다지는 천재일우의 기회에 만의 하나 여야의 갈등이나 냉전수구세력들의 발목 잡는 오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파하는 사이비 정치는 남북통일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38 장벽일 뿐이다.

 

/황병근(사단법인 우리문화진흥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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