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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립대발전계획과 교수 연봉·계약제

한때 청바지가 유행한 때가 있었다. 새 바지를 사서 표백제를 사용하여 바랜색을 만들고 시멘트 바닥에 문질러서 바지가랭이가 구멍이 난 것을 멋으로 알고 입고 다녔다.

 

 

그러나 아다시피 그것은 외국에서 돈없고 게으른 청년들이 바쁘고 살기 힘들어서 그냥 입은것을 보고 외국 선호사상에 물든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생각없이 모방한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수 연봉제와 계약제를 우리 교육부에서 국립대학 발전계획에 포함시켜 2002년부터 도입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바라보며 심히 우려되는 점이 있어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구미 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수 연봉제, 계약제가 도입된 동기는 당시 모든 봉급생활자들이 주급제로 급여를 받다보니 아무때나 본인에게 유리하고 자기가 필요하면 사표를 던지고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직장의 이동이 너무 잦아져서 학기중에도 이동이 심해 교육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이것을 막고 보다 안정적인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연봉제를 도입하게 되었고, 또 자주 옮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제를 도입하여 자유경쟁사회의 틀을 고정시켜 효율적인 교육을 시키는데 원래의 취지가 있었다.

 

 

그러나 계약제의 문제가 야기돼 그야말로 안정속에서 오로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정년보장제를 도입, 오늘날에는 상당히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외국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제도보다 훨씬 좋은 제도를 바꾸어 마치 깨끗한 청바지 물빼고 구멍내듯 난데없는 계약제·연봉제를 도입하여 교수사회에 일파만파의 혼란과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면 냉철하고도 합리적인 평가제도의 도입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학문은 엄청나게 전문화되고 분화되어서 같은 전공을 연구함에도 감히 평가에 엄두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안정되지 못한 교수사회는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속담과 같이 연구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얻어지는 질 좋은 논문보다는 알맹이 없는 논문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재정적인 뒷받침과 양질의 연구인력을 육성하는데 투자하는 것이 우리 교육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되며, 제도의 보완은 케이스 연구를 통하여 서서히 도입해도 좋을 것이다.

 

 

과거 수십년동안 우리는 실험대학, 계열별모집, 특성화대학, 국책대학, 학부제도입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그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욱 심했으며, 제도가 나빠서 대학의 질이 저하된 것이 아니라 재정 뒷받침이 미약하고 교육이 정치판에 휩싸여 교육 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금번에 60여가지나 되는 사항을 국립대발전계획이라는 미명으로 바꾸는 것보다는 차라리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교수회를 법정기구로 만들고 자율적인 자정능력을 배양시켜서 우수논문을 발표한 교수를 우수교수로 선정,명예와 연구비를 보조하는것만으로도 교수의 창의력을 높이는 충분한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김인수 (전국 국공립대교수협의회 공동회장·전북대 교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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