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17 12:00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기고] 짧은 질문에 긴 답변

인류의 조상인 아담이 금단의 나무 열매를 먹은 죄를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줌으로써 내가 먹었다’(창세기 3장12절)고 말하며 이브에게 뒤집어 씌웠듯이 자기의 실패나 잘못의 책임을 타인에게 넘기려는 경향은 인류의 역사와 비슷하리만큼 옛날부터 있었다.

대인과 소인의 구별은 모든 책임을 자기 자신이 용감히 지느냐 아니면 핑계하여 남에게 떠미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최근 정기회의 기간 중 법적인 제도하에서의 행정감사와 현지 확인을 하면서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관련 공무원을 출석시켜 시책의 집행과정을 질의할 때 답변자들의 행태를 구분해 보면 그 하나는 질문 내용을 요약해서 간단명료하게 답변하여 질의자로 하여금 신속히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잘못이 인정되면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보스형(Boss型)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하나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와 변명을 늘어 놓아 잘못을 시인하는 것인지 잘했다는 것인지를 전혀 모르도록 얼버무려 가려는 뜬구름잡기식의 책임회피형(責任回避型)이 있고 마지막으로는 질문이 길든 짧든 간에 눈만 끔벅끔벅하고 부하 직원들만 쳐다보며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배짱으로 꾸물거려 주어진 시간만 넘기려는 무사안일형(無事安逸型)으로 대별할 수 있었다.

필자의 편견일지는 모르지만 대다수의 출석공무원들이 책임회피형이거나 무사안일의 사고방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역력히 엿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보고서의 앞뒤가 일치하지 않아 지적하면 “예, 그것은 오자(誤字)입니다.” 라고 머리만 긁적거리고 당초의 계획과 실적에 차이가 있다고 질책하면 “예, 그것은 계획을 과다하게 수립한 것입니다.” 라고 전임자에 책임을 미루는가 하면 앞으로의 대책을 물으며 얼굴을 붉히며 그때가서 보아야 알 것이라는 식으로 무소신과 맹종으로 일관하는 태도에 답답함을 금치 못한다.

사회의 지도자는 자기가 행한 일에 책임을 질 줄 알고 부하의 잘못을 끌어 안을 줄 알아야 상사의 자격이 있는 것이다.

잘된 것은 내가 창안하여 지시한 것이고, 결과가 나쁜 것은 부하의 기안에 싸인만 했을 따름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공직수행 태도는 지방자치의 시대에서 도저이 용납도 허용도 되어서는 안된다.

지방자치란 일정지역의 주민들이 자기들의 행정수요를 스스로의 능력과 재정부담으로 처리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이외의 그 누구에게도 원망과 책임을 지울 수 없다.

잘된 것도 우리의 공이고 못된 것도 우리의 책임인 것이 분명하다.

권한은 책임을 전제하고 용감한 책임은 신임과 존경을 받기 마련이다.

또한 질문한 의원들에게도 대안을 제시하여 집행공무원으로 하여금 호응을 유도하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묻는 자와 답하는 자, 답하는 자와 묻는 자는 다같이 도민을 위하는 일이라는 것을 각성하면 좋겠다.

 

 

 

/김홍기 (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