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이기주의에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이다. 전자는 지역의 복지증진이나 재정적인 수입증대 등이 예상되는 개발과 시설의 입지를 둘러싼 지역간 집단적인 경합이나 경쟁을 말한다. 후자는 원하지 아니하는 시설에 대한 주민이나 지역의 반대이다. ‘님비’에 관한 새로운 견해는 ‘니아비’(NIABY:not in anybody’s back yard)현상이며, 이것은 모든 지역사회가 혐오성 개발이나 시설의 입지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전반적이고도 포괄적인 반대이다. 지역주민들이 필수 불가결한 개발이나 시설까지도 ‘니아비’로 무조건 매도하게 되면,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내부와 외부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풀어줄 실마리를 대화와 타협에서 찾아야 한다. 또한 공공계획의 민주화와 주민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형식에 그치고 있는 공청회를 강화하는 수준에서부터 주민투표제도와 개발의 지체에 따른 보상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주민들 간의 갈등이나 주민과 지방정부 간의 갈등이 발생할 경우, ‘남의 입장을 나의 입장과 바꾸어 살펴본다’는 역지사지(易之思之)의 정신이 필요하다. 역지사지는 집단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현실에서 갈등의 양 당사자들이 명심해야 할 어구인 것이다.
인간의 뒷모습은 추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 추한 모습이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순간 우리가 야수(野獸)에서 멋진 왕자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각층의 이익 추구는 경제 사회적 활력의 원동력이다. 공명정대하게 ‘내 몫’을 확보하려는 것은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만인이 오로지 자기네만의 이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세상이 정글처럼 변해버릴 것이다. 국가와 사회 공동체가 온통 이렇게 흘러간다면 그 나라와 국민은 함께 불행해지기 때문에 법제도와 사회적 이해조정을 통한 지속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정부는 다양한 이해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조정자로서의 국민적 신뢰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는 집단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를 방치하고서는 나라를 바로 이끌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화 과정에서 집단이기주의는 불가피하게 존재한다. 복지는 일시에 완벽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복지정책의 개혁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사안인 국민연금, 의료보험통합, 의약분업, 국민기초생활보장, 공공의료기관의 확대, 한방의료보험확대, 의료수가개혁 등은 사회통합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들이다.
어느 집단이나 지역이든 자기 이익을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법의 테두리에서만 가능하고 상대와의 타협과 절충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정부와 이익집단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한 합의를 도출한다는 ‘대화와 타협’방식을 고수해야 한다. 이것이 하드협상이 아닌 소프트협상자세이다. 하드협상은 대상을 적으로 보고 승자를 목적으로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소프트협상은 상대를 친구로 인정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이익집단이 소프트협상으로 합의점을 찾는 관행을 정착시킬 수 있을 때, 참여민주국가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이해당사자 모두가 이익이 되는 상생(相生)의 개혁정책을 개발하여 사회통합을 기하기를 기대한다.
/ 김종인(원광대학교 사회과학대총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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