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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행유여력즉이학문'

오랫동안 가뭄으로 타던 농토가 이제 우기에 닥칠지도 모르는 물 피해를 염려해야 될지도 모른다. 정부는 2011년 까지 12개의 댐을 건설하여 흘러내리는 물을 막아 가뭄과 물 피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발표했다. 

환경 관련 단체들의 활동과 그 연구들의 보고에 경각심을 느껴서 일까. 환경 친화적인 건설, 계획 단계부터의 환경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공공연한 발표가 개발정책 발표와 함께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가 자연의 호재를 잘 관리하지 못하고 악재로 대처해왔을 뿐만 아니라 개발과 성장 논리라는 거대 맘몬의 위력에 눌리어 오늘날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적 상황을 초래해 왔음을 인식하는 이들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우리에게 어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모든 기회를 성장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것이 너 나없는 욕심이 아니었던가?

70년대 우리 노동현장의 거룩한 성전으로 산화한 전태일의 동생이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서울의 한 의류공장에 노동자로 취직을 했다고 한다.

"전순옥"씨 

3일전 서울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우연히 들은 그 사연이 얼마나 오지던지....

전순옥씨는 10여 년 전 전태일이 산화한 그 청계피복 상가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어린이들을 돌봐주는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얼마만큼 안정을 찾자 공부를 하게 된 모양이다.

이 이가 영국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썼는데 한국 노동자의 현실을 주제로 한 것 이었다고 한다. 전순옥씨의 논문을 심사하던 영국인 교수가 두 사람이 있는데 그들로부터 논문을 좀 짧게 썼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들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줄일 수가 없어서 그대로 제출을 하게 되었는데 그중 한분이 논문을 읽고난 후 이렇게 말을 했다 한다.

이 글을 읽는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얼마나 감동하며 읽었는지 모른다고.......

이제 다시 돌아와 자그마한 영세 사업장에서 한국의 여성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그의 또 다른 작업이 더 좋은 열매 맺기를 바라면서 노자의 "행유여력즉이학문"이라는 고사를 생각해 본다. 먼저 살고 실천하고 행동한 후 힘이 남았을 때 비로소 학문을 하는 것이라는 .................

우리 사회가 지식기반 사회를 주창하면서, 정보화 사회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이 작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 사고와 인식의 틀을 형성해 가고 있다. 팔다리가 허약한 채 머리 속만 복잡해가고, 허리 와 아랫배만 살쪄가는 오늘의 우리들을 보면서 20년 만에 노동자로 찾아간 여성노동자의 현실이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는 전순옥씨의 말은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의 홍수 속에서 경쟁적 이슈만을 터트리는 오늘 우리 정치 경제현실과 비교해볼 때 신선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 

년 초부터 3년여를 끌어오던 인권법이 직접조사권등의 권한이 축소된 채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내었고, 자금세탁 방지법이 처음 의욕적인 보도내용과는 달리 오리무중이다가 또 적당하게 처리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염려는 나만의 기우일까?

법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게 하기위한 제도적 규제라고 할 때 그 법을 지켜야 할 이들에게 적용시키기 위한 안이 피해가기 위한 예외로 전도, 오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 살아야할 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법 제정이나 여러 개발 정책들이 더 이상 냉방된 최적의 업무 환경 속에서 이루어져 발표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뿐만 아니라 영세 노동의 현장이나 힘겨운 삶의 현장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이들을 울리는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는 득표용 남발이 아니기를 바란다.

 

 

/ 박상희 (성폭력 예방치료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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