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강원간 피 튀기는 동계올림픽 유치전은 전북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IOC 규정에 주개최지라는 규정은 없지만 주개최지는 개폐회식이 열리는 지역을 의미하고 그 장소가 강원도로 결정된 것이다.
주개최도시는 국가예산을 지원받아 식전 식후의 각종 문화예술행사 등 화려한 개폐회식 행사를 치르게 되고 세계 각국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때문에 2010년 동계올림픽이 만약 한국에서 열린다면 이 대회는 강원도에서 콩치고 팥치고 좌지우지할 것이다.
종목배분에서도 빙상경기가 배정된 전북은 결코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 겨울 스포츠의 꽃은 활강인데 활강경기 역시 강원도로 넘어갔다.
전북과 강원간 동계올림픽 유치전의 핵심은 주개최지와 종목이었으나 전북은 두 사안에서 모두 빈 껍데기만 거머쥔 꼴이 되고 말았다. KOC위원 임시총회에서 주개최지가 강원도로 결정되자 곤혹스런 듯 머리를 긁적이는 유종근지사의 사진 한장(전북일보 10일자 1면)은 이러한 상황결과를 함축하는 상징성을 띤다.
전북의 동계올림픽 유치전의 결말은 마치 골 결정력이 부족한 한국축구를 연상케 한다. 패스도 그럴 듯하게 하면서 힘차게 내치다 문전에 이르면 헛발질을 한다든가, 허둥댄 나머지 엉뚱한 데로 볼을 날려버리는 식이다.
앞만 쳐다보고 온 힘을 다해 드리블을 하다 역시 문전에 이르서는 뒷심 부족으로 피그르 주저 앉고 마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골 결정력은 쉽게 터득되는 게 아니다. 개인기와 팀웍, 슈팅능력과 상황판단 능력 등이 조합돼야 한다.
어쨌든 막 내린 동계올림픽 유치전은 전북으로서는 ‘닭 쫒던 개 지붕쳐다 보는 격’이 되고 말았지만 성찰해야 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강원의 ‘라스트 스퍼트’가 돋보이는 게임이었다. 전북은 93년 동계올림픽 유치협의회가 창립되고 특별조례를 제정하면서 10여년간 본격적인 유치활동을 벌였다. 이에 비해 강원은 2000년 10월 정부가 전북으로 결정하기 하루 전날 유치신청 의사를 표명하면서 1년3개월만에 뒤집기에 성공했다.
강원이 뒤늦게 유치의사를 밝히게 된 배경에는 강원도 출신 문화관광부 공무원의 애향정신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전북이 단독으로 유치신청할 기미를 보이자 강원도에 연락해서 유치의사를 밝히도록 한 주인공이다.
다음은 전북도의 외화내빈(外貨內貧)격 추진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내 개최지 결정은 KOC위원들이 키를 쥐고 있는데도 유지사는 IOC위원들 면담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IOC위원 접촉은 훗날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우선순위로 따지면 ‘KOC위원 내편 만들기’가 먼저이다.
또하나는 빈약한 로비력이다. 뒤늦게 도 간부들이 1대1로 KOC위원들을 대응한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타이밍이 늦은데다 ‘물(物)’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효를 거둘 수 없었다. 강원도는 물심양면으로 그들을 접촉하고 기업체들이 나서는 판인데 전북은 고작 순창 고추장 단지를 들고 다니며 로비를 벌이니 될 법이나 하겠는가.
이번 유치전은 결과를 떠나 전북과 강원 두 지역이 모두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쉽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두 지역 공동개최를 결정한 것은 대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한데 IOC심사에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책적 결정에 두 지역이 놀아난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 이경재 (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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