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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우는 소린 이제 그만

 

 

얼마 전 정말 황당한 일을 당했다. 도내 모 여성관련 기관이 개최한 학술세미나 자리에서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도내 모 여성단체 활동가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절반 가량을 며칠 전 본보에 게재된 이 행사 관련 기사와 제목을 비판하는데 할애하는 것이었다.

 

먼저 그이로부터 사전에 항의 전화 한 통 받은 적 없는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을 당한터라 그 기습적 형식에 기분이 상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정작 내가 분개한 것은 발언에 섞인 억지 주장 때문이었다.

 

문제의 기사는 ‘남성 보다는 여성이 오히려 여성할당제 및 여성후보 공천에 부정적이며, 사회활동에 잘 참여하지 않는 여성들이 지방선거에도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북여성발전연구원이 이번 학술세미나를 준비하며 전북 도내 남여 유권자 9백여명을 대상으로 유권자들의 투표성향 및 여성 정치 참여 확대방안을 모색해보기 위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가 바로 그랬다.

 

하지만 그이의 주장인즉 비록 설문조사 결과가 그렇다 할지라도 여성들의 사기 등을 고려해 쓰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객관적 사실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기록하는 일이 기자의 직분이라고 배워 알고 있다.

 

따라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표한 객관적 설문조사 결과 중 비중 있는 내용을 기사화 한 것에 대해 자신들의 잣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름의 보도지침’까지 강요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절대적 호기인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유권자운동이나 단체장 후보를 상대로 한 여성주의적 정책·공약 검증작업은 뒷전인 채 ‘귀찮다’는 한마디로 일축해 버린 그들이어서 더욱 그렇다.

 

여성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도 언제까지나 세상의 질서와 상식에 대해 면책특권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언제까지 약자라는 이유 만으로 우는 소리만 할 것인가. 여성운동도 이제는 비판과 시련 속에 차돌 처럼 단련될 필요가 있다. 프로만 살아남는 세상에서 여성운동도 차고 단단하게 추진돼야 한다.

 

우리 여성계가 입에 단 약만 골라 먹다가 정말 약골이 되면 어쩌나 심히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그간 같은 여성이라는 이유 만으로 기자로서의 객관성과 공정성에서 한 발짝 벗어나 우호적인 내용의 홍보기사나 쓰는 것이 여성 권익 보호에 이바지 하는 것이라고 믿은 나 자신의 단순함을 반성해 본다.

 

 

김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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