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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누구를 위한 고속도로인가

 

 

이번 추석은 전쟁이 없어서 참 좋았다. 해마다 치르던 귀성 전쟁 말이다.

 

명절 전후 서울~전주간 한 때 심하면 10시간 이상씩 소요되기도 했었으나 올해는 반절 정도로 단축됐다.

 

귀성객들 얼마나 편한 고향길 이었으랴. 비록 수해로 마음은 무거웠지만...
이 모든게 새로 여기저기 개설된 도로 덕분이었다. 전북에는 기존의 호남고속도와 88도로에다 서해안 고속도로와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지난해 발부터 개통됐다. 

 

전국적으로 교통체증과 사고의 대명사였던 전군 번영로를 말고도 바로 옆에 전용도로가 지난 5월부터 가슴을 탁 트이게 하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익산 ~포항 간 고속도로를 비롯, 도내 구간 구간이 신설 또는 확포장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다 철도까지 가세해 전라선 복선화가 착착 진행 중에 있어 내일을 바라보고 사는 전북인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제 거미줄처럼 엮어진 전북은 도내 1시간, 전국은 어디나 3~4시간이면 안 닿을데가 없다. 엎드리면 코 닿게 됐다. 낙후 낙후 소리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자랑거리가 있다면 전국에서도 으뜸가는 도로율과 포장률이다.

 

도로를 말하자면 전북은 일찍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다른 지역이 언감생심일 때 전북에는 일제 때 전국 최초로 신작로란게 만들어졌다. 장개맹매 (김제 만경) 너른 들녁에서 시작해 청하 ,대야를 거쳐 군산항까지 잘 닦아진 도로였다. 모두들 신기해 했고 전북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그 도로는 악명 높은 수탈의 통로가 되고 말았다. 개통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 민족의 피땀이 쏟아져 나갔다. 쌀을 가득 실은 우마차 행렬은 끝이 없었다.  이 신작로는 일본으로 일본으로 내빼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지금 도내 고속도로가 바로 그런 꼴이다.
비록 國富 유출은 아니라지만 道富가 막 빠져나가고 있다.

 

무주 진안 장수 동부권이 대진 고속도로가 개설되면서 생활권역을 아예 대전광역시에 맡기고 있다. 고창 순창, 이제는 더 나아가 정읍 남원 시민들까지 광주로 원정가서 비싼 술 마시고 쇼핑하러 다닌다.  충남의 장항 서천을 흡수해 전북의 자존심을 세워줬던 군산시가 서해안 고속도로가 터지면서 역전을 당하고 있다. 대천의 해수욕장과 춘장대를 가봐라. 전북 넘버 차가 즐비하다.

 

전주와 인근 지역을 빼고는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해가 다르게 흩어지고 찢어져 나가고 있다.

 

60년대 최고 3백만이었던 인구는 올해 마지노 선 2백만도 못지키고 계속 감소 중이다. 
전국 경제의 2% 밖에 안된다고  아우성 치던 목소리도 기어 들어갔다. 그나마도 못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전북엔 경제가 없다“는 비관론자들의 단언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추락하는건 날개가 없다고 했다. 날개 없는 전북 이러다간 언제 공중 분해될지 모르는 전북의 처량한 처지다.

 

지역에도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같다. 연약한 전북이 계속 타시도로부터 약육강식 의 먹이가 되고 있으니. 그렇다고 ”고속도로 너 때문이야!“바리케이트를 치고 막을 수도 없어 답답하다.

 

하지만 답은 간단하다.

 

”전북에 가면 없는게 없고 살기도 좋더라“이 말만 인구에 회자하면 된다. 중앙 정부와 자치단체, 도민 모두가 고민하고 시급히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새삼 즐거웠던 명절 끝에 우울한 생각이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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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탁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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