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편집국장
오늘날 선거에서 정치인들은 이미지를 가장 중요한 투표결정요인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정치후보들은 정책개발보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개발하고 관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더 나아가 유권자를 겨냥한 이미지 조작에 혈안이 되는 경우도 허다한데 이런 경우 후보는 포장지에 싸인 상품에 불과하다. 그래서 '파는 것은 이미지일뿐 후보 개인의 자질이나 역량 등 본질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대인은 이미지조작의 포로
최근 쏟아지고 있는 아파트 분양광고들이 우리지역 사람들의 눈을 붙들어 매고 있다. 정치인이 상품화되듯 최상의 수사(修辭)들을 동원해 이미지를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게중에는 거짓말도 들어있다. 몇가지만 나열해 보자. '과학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생활공간', '기능과 미학의 조화', '자연과 이웃되는 푸른 커뮤니티', '천혜의 명당', '전주의 주거문화를 대표하는 아파트', '전주주거문화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다', '고궁의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공원같은 아파트', '전주에서는 볼 수 없었던 000세대의 고품격 대단지' 등등. 그러면서 한쪽 귀퉁이에는 '조감도와 평면도, 이미지 컷은 고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시공시 상이할 수 있다'고 면피용 단서를 달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 조작은 과거 아파트가 대량 공급될 당시 '황궁' '황실' '궁전' '맨션' 등 아파트 명칭을 놓고 경쟁하던에 것에 비하면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유토피아를 연상시키는 듯한, 최상의 화려한 수사가 나열된 이미지 광고는 '값비싼 진주목걸이를 보면 나도 진주목걸이를 해서 내 외모를 돋보이게 하고 싶은 것처럼' 상상된 허구의 욕구를 일으킨다. 인간은 물질을 이용하는데 순전히 유용성만을 따지지는 않는다는 광고방어이론에도 불구하고 허구의 욕구는 허위수요를 창출하게 되고 이는 소비자의 필요가 아닌 공급자에 의해 창출된 수요라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전주지역이 허위욕구의 틈을 비집고 들어선 이른바 '떴다방'작전세력이 엄청난 이미지광고룰 바탕으로 투기심리를 자극하면서 한바탕 뒤흔들렸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달려갔고 한사람이 10여개씩 신청한 경우도 있다. 이 부류에는 전주바닥에서 이름 석자 내밀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런 사람들도 상당수 끼어있다. 본질은 뒷전이고 거품만 보고 달려간 이미지의 포로들이다.
그 폐해는 복합적일 수 밖에 없다. 당첨자가 결정되자 마자 수천만원씩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실수요자는 입주기회가 더 어렵게 된다. 중도금 때문에 영세한 사람은 복수신청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판에 돈 깨나 있는 사람들은 열댓개씩 신청하는 판이니 확률로 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돈놓고 돈먹기 식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거세다. 서울에서 내려온 '떴다방' 작전세력들은 수천만원씩 프리미엄이 얹어진 분양권을 지역주민에게 팔아먹으니 자금의 역외유출과 지역주민의 비용부담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파트투기 病理 왜 방치하나
인간이 생활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주거공간이 투기장화하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인 당국에 더 환멸을 느낀다. 3000년전 도망간 노예를 찾기 위해 파피루스에 적었던 게 광고의 시원인데 이젠 이미지 조작을 통해 신비체계를 만들고 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단계에 까지 왔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분명 진정한 선택을 제약하는 장애현상이다. 이런 걸 내버려 둔다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후보든 아파트든 포장지에 현혹되지 말고 본질을 꿰뚫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경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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