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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첫 미-베트남 국방회담

 

지난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28년만에 10일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미국과 베트남 간의 국방장관회담은 양국이 상징성 뿐만 아니라 가장 민감한 군사협력 가능성까지 포함한 실질적인 관계개선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우선 종래의 적대적이고, 소원했던 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협력관계의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천명하는 상징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적한다.

 

다시 말해 지난 1994년 빌 클린턴 당시 미 행정부의 대(對)베트남 금수조치 해제와 외교관계 정상화를 시발로 무역협정체결(2001년), 직항로 개설합의(2003년) 등 일련의 점진적인 화해 노력을 거친 뒤 근 10년만에 양국이 본격적인 관계개선을 선언할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중요성은 회담에서 논의되는 실질적인 내용에서 엿볼 수 있다. 우선 양국은 전세계적인 공통관심사로 대두된 대(對)테러전선 형성에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자신이 주도하는 범세계적인 대테러전선 형성에 베트남의 적극 참여를 공식요청할 것이 분명하다. 즉 베트남이 캄보디아, 라오스까지 포함해 인도차이나반도의 종주국인 점을 인정, 동남아권에서 점증하는 테러를 차단하는데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미국은 베트남이 이 제의를 받아들일 경우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지원 등 경제발전에 절실히 필요한 부문에서의 협력과 지원을 제공할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으로서도 미국의 이런 제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비록 동남아권 최고의 치안상태를 자랑하는 베트남이지만 국제테러조직과 연계된 테러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는데다 미국 주도의 대테전선 형성기류가 대세인 점을 인정함으로써 실리를 구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두번째 중요성은 군사협력 가능성 부문이다. 물론 짜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의 군사협력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향후 이 부분에 대한 가능성이 배제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미국은 동남아에서의 군사기지 확보를 위해 최근까지 러시아군이 주둔했다 철수한 남부 캄란만 등 베트남 일부 지역에 대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이런 배경에는 날로 확대되는 중국의 남진(南進)을 더이상 좌시할 수없다는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베트남으로서도 가장 큰 위협세력이 중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장기적으로는 추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 듯 베트남은 미해군 함정의 사이공항 입항을 허용하는 등 점진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번째는 베트남전으로 대변되는 과거사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다. 이미 양국은 지난 클린턴 행정부 당시부터 전쟁 당시의 미군 실종자(MIA) 수색과 베트남 내 고엽제 피해자 보상책 등을 논의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967년 중부 고원지대에 주둔했던 미 육군 제101공중강습사단 병력에 의한 양민학살사건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전쟁 피해자 등에 대한 보상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짜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MIA 파악에 필요한 정보와 전문인력 제공 의사 전달 ▲고엽제 피해자 문제 해결에 대한 미 정부의 보다 폭넓은 역할 요청 ▲아직 베트남 전역에 남아 있는 미제 불발탄 색출 및 제거에 대한 지원 등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쟁으로 인해 자국민들이 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미래를 위해 과거에 집착하지 않겠다며 문제 확대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미국도 종래의 미온적인 입장에서 급선회, 전쟁으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 해결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임으로써 베트남과의 관계개선을 진심으로 원하고 있음을 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미-베트남 국방장관회담은 양국이 암울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가장 민감한 군사부문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동반자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지 여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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