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초월한 31년 간의 사랑의 드라마 끝에 2년 전 베트남인과 결혼에 성공한 북한여성 리영희(56.베트남 하노이 거주)씨가 한국에 거주하는 이복형제들과 18일 오전 하노이 현지에서 상봉했다.
리씨는 이날 하노이 시내 탕콩(Thanh Cong)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지난 17일 새벽 현지에 도착한 이복 남동생 이완일(48. 건설업. 경기도 성남시 덕풍2동). 완호(47.도화종합기술공사 상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씨 형제와 눈물의 재회를 가졌다.
완일.완호씨 형제는 영희씨의 생부인 이효진(1979년 사망)씨가 한국전쟁 당시인 지난 1950년 10월 단신 월남한 뒤 한국에서 만난 유영옥(74)씨 사이에 낳은 아들들로 이날 영희씨 집을 방문해 재회했다.
완일씨는 "작년 10월말 누님이 베트남인과 결혼해 하노이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직후 방문을 계획했으나 건강이 갑자기 악화돼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나 올들어서 건강이 많이 좋아진데다 어머니도 방문을 종용해 찾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사진으로만 보던 누님을 직접 만나보니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다"면서 "더구나 30년 넘는 순애보적인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한 매형과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고 맗ㅆ다.
완호씨도 "같은 아버지 핏줄인 누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다 만나게 돼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찬 느낌"이라면서 "장남인 완일 형님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된데다 회사 출장 등으로 뒤늦게 찾아와 누님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님부부를 한국에 초청해 돌아가신 아버님 산소에 참배를 하고 가족잔치라도 벌이고 싶지만 아직 누님이 북한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계획을 성사시키기까지는 상당한 기간과 남.북한 정부당국의 결심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1년에 2∼3차례 베트남을 방문해 혈육의 정을 나눌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영희씨도 "그동안 몇차례 국제전화를 통해 동생들과 안부를 주고 받았지만 방문일정이 늦어서 무슨 일이 있는가 궁금증과 함께 걱정을 해왔지만 이제는 그런 느낌이 사라지게 됐다"며 기쁜 마음을 표시했다.
그는 "그러나 동생들이 워낙 바쁜 관계로 하루 밖에 자고가지 못해 누나로서 섭섭한 심정"이라면서 "다음 방문 때는 어릴 때 함께 뛰놀던 사촌오빠 완혁씨 등 나머지 가족들과도 만나고 싶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영희씨의 남편 팜 응옥 카잉(55.하노이시 사이클연맹회장)씨도 "장인 어른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아내가 한동안 눈물로 지내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면서 "그러나 아내가 동생들의 방문 닐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을 보면서 다시 원기를 회복한 것 같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1시간 가량 집에서 머물면서 서로 준비한 선물을 주고 받고 옛날 앨범을 꺼내 정담을 나눈 뒤 이날 오후 1시30분께 근처 한국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점심을 함께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완일.완호씨 형제는 이날 저녁 영희씨의 애절한 사연을 전해듣고 무료항공권을 제공해준 아시아나항공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리영희씨는 지난 1972년 북한에 유학을 온 현재의 남편을 만나 서신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다 지난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한 천득렁 베트남 주석(대통령)의 간곡한 부탁을 북한이 받아들이면서 31년만에 결혼에 골인한 순애보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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