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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석 기자의 '폭설 고속도로에 갇힌 9시간'

 

1백년만의 폭설로 주차장이 된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부근에 진입한 시간은 지난 5일 오전 10시30분께. 전날 서울에서 선친 제사를 지낸뒤 직접 차를 몰고 전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눈이 내리고 있어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보다는 차량통행이 많은 경부선을 타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꽉 막힌 구간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평소와 다름없는 속도로 달리면서 "판단 잘했다”고 내심 휘파람을 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천안을 지나자마자 차들이 서있는게 아닌가. "사고가 났나?” 그제서야 교통방송 주파수를 찾았고 들려오는 고속도로 정체소식에 "아뿔싸”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곧 풀리겠지”하고 스스로 위안했다. 그러나 차안에서 보낸 시간이 2시간, 3시간을 지나면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방송에서는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만나는 남이분기점에서 부터 천안분기점까지 하행선 37㎞정도가 주차장이 됐다는 불길한 소식이 계속 들려왔다.

 

호남고속도로 회덕분기점에서 유성구간, 논산주변, 그리고 상행선도 남이분기점 아래로 주차장이 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오후 4시. 점심도 굶은채 차안에 갇혀 지낸 시간이 5시간30분이 지났다. 긴장하니 용변도 잦아진다. 그래도 남자라 노상방뇨라도 가능했다.

 

"더 어두워지면 안되겠다”싶어 음식과 음료수를 사기 위해 휴게소에 가기로 맘먹었다. 옥산휴게소까지 5㎞라는 표지판을 보면서 중앙분리대를 넘어 상행선을 거슬러 걷기 시작했다. 하행선쪽은 차량과 사람들로 걸리적거려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기 때문. 꼬박 50여분을 걸어 도착한 휴게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식당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고 놀라 식사는 포기했다. 편의점에 남아있는 것은 음료수와 과자 몇 종류뿐이었고 5분정도 줄을 서서 기다린 뒤 계산을 할 수 있었다. 지친 몸을 끌고 또다시 걸어서 차에 도착했다. 휴게소에 갔다오는데 무려 2시간정도 걸린 셈. 오후 6시가 넘어서면서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연료가 절반정도 남아있었지만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동을 껐다 켰다를 반복했다. 통화량 폭주로 제대로 연결되지도 않는 휴대폰 배터리가 계속 줄어갔고 전화마저 끊기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빨리 중앙분리대를 끊어 회차시켜달라는 요구가 오후들어 빗발쳤지만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도로공사가 작업에 나섰다. 뒤쪽 20여m 지점 중앙분리대가 제거됐다.

 

고속도로에 차량을 그대로 둔 채 떠나버린 운전자가 많았지만 다행히 주변엔 그런 사람이 없었고 9시간동안 갇혀지낸 오후 7시30분께 차를 돌려 서울로 되돌아 갔다.

 

그 정도로 고생을 끝낸게 정말 다행이었지만 갇혀있던 내내 "사람들이 차를 버려두고 떠나기 전에 중앙분리대를 일찍 개방했다면 고통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분한 마음이 들었다. 서울에서 하루를 보낸 뒤 6일 서해안고속도로를 통해 3시간여만에 전주에 도착했다. 무려 30시간 가까이 고속도로에서 어제와 똑같은 상태로 날을 지샌 사람들의 분노가 방송에 난무했다. "정말 한심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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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석 kangi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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