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2 03:27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데스크창
일반기사

[데스크窓]아름다운 老年을 위하여..

조상진 정치부장

 

격변의 시대를 힘겹게 살아온 세대들에게 자식은 모든 것이었다. 자신은 헐벗고 굶주리더라도 어떻게든 자식교육만은 시키려 했다. 그것은 종족보존이나 가문의 영광 이외에 자식농사만 잘 지으면 노후가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자식에 대한 투자가 곧 노후대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부모를 봉양하는 가정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아직까지는 부모를 모시거나, 같이 살지 않아도 생활비를 대주는 기특한 자식들이 꽤 있는 편이다. 보건복지부는 60세 이상 노인의 56%가 자녀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아니, 생활비를 대주기는 커녕 부모를 학대하고 버리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노인의 자살율이 급증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제는 노후에 자녀에게 얹혀 살 생각일랑 아예 말아야할 형편이다.

 

그래서 황혼을 위한 설계는 빠를수록 좋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름답게, 즉 '추(醜)하지 않게'죽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일 게다.

 

아더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은 그런 점에서 인상적이다. 주인공 윌리 로먼은 60세가 넘은 샐러리맨이다. 회사에서 쫓겨난 그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동차를 몰고 자살한다. 그의 아내 린다는 남편의 죽음앞에서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아버지를 위대한 사람이라고 할수 없지. 그는 큰 돈을 번 적도 없고 신문에 이름이 난 적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은 인간이야. 늙은 개처럼 길가에 쓰러져 죽게 할 수는 없단다.”

 

'늙은 개'처럼 죽지 않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게 요즘 현실이다.

 

이제는 20대에 인생의 반려자와 직업을 갖기가 힘들어졌다. 대개 30대 초반에야 가능하다. 그렇다고 정년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초반 30년을 성장과 탐색기로 보낸뒤, 중반 30년도 못되는 기간 일을 한다. 그리고 나서 30년 가까이를 노년기로 보내야 한다. 말하자면 유년및 청년기와 노년기는 늘어난 반면 성인기의 불안전성이 확대됐다. 특히 노년기가 늘어나면서 이를 60-74세의 젊은 노인(Young Old)과 75세 이후의 진짜 노인(Old Old)으로 나누기도 한다.

 

진짜 노인이 되면 자신을 포기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준비없이 노년을 맞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준비냐”고 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청소년 필독서중 하나인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좋은 모델을 제공해 준다. 사회학과 교수인 모리 슈워츠는 루게릭이라는 희귀병에 걸린다. 사지를 쓰지 못하다가 숨쉬기도 힘들어진다.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다. 모리는 16년전 대학에서 가르쳤던 제자를 매주 화요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수업(?)을 시작한다. 내용은 세상, 후회, 죽음, 두려움, 돈, 결혼, 가족, 사랑, 용서 등등이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삶의 마지막 프로젝트로 삼은 것이다. 그는 제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천천히 생명이 사그라드는 나를 연구하시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시오. 나와 더불어 죽음을 배우시오.”라고. 어떻게 죽어야 할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퇴임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나이드는 것을 미덕(The Virtues of Aging)이라 했다. 나이들고 죽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그 길을 간다. 문제는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고 죽는 일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이 점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상진 chosj@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