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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아침부터 <찍찍-찌직> 소리가 끊이지 않고 나고 잇었다. 소리나는 방향을 향해 귀를 기울여 보니 창밖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분명 아기새의 울음소리였다.

 

양복을 맡기려고 세탁소에 가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기이하게도 아래층 간판 사이에서 새소리가 나는게 아닌가. 아마 날마다 그 좁은 틈새로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이 닿지 않은 곳이라 꺼내 줄 수도 없어 안타까웠다.

 

세탁소에 다녀온 후 대문을 밀치는데 새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엇다. 한마리는 어미새인 듯 푸드득 힘차게 하늘로 날아 올랏고 아직 날개짓이 서툰 아기새는 낮게 날다가 아래층 화장실 문짝에 탁 부딪히더니 기절한 듯 쓰러지고 말앗다.

 

새를 손바닥에 올려 놓았다.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 왔다. 부드러운 새의 깃털을 만져 보았다. 다행히 아직 살아 잇었다. 초록빛이 감다는 털빛이며 부리와 가슴은 온통 노란빛 이어서 매우 아름다웟고 아직 하얀 솜털이 다 빠지지 않은 처음으로 바깥 세상을 구경나온 아기새임이 틀림없엇다.

 

예전에 잉꼬새를 키우면서 아기 잉꼬새의 초록빛 울음을 얼마나 가슴설레며 들었었던가. 잉꼬새의 죽음으로 다시는 새를 키우지 않겠다며 창고에 두었던 새장을 꺼내 청소했고 물과 모이를 넣어 주었다. 그래, 저 아기새가 잘 날 수 있을 때까지만 돌봐 주자고 어설픈 동정심으로 아기새를 넣은 새장을 현관에 두었다. 간판뒤의 아기새와 새장속의 아기새의 울음소리로 집안 가득 생명이 충만함을 느꼈다.

 

얼마 뒤 열린 현관문을 통해 아기새의 울음소리를 듣고 어미새가 새장 가까이에 날아 들었다. 그때 얼른 새장문을 열고 아기새를 돌려 주어야 했는데 엉뚱하게도 내 욕심은 저 어미새까지 새장에 넣어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영리한 어미새가 잡힐리 없었다.

 

밤새 내 머릿속에는 아기새와 어미새 두 마리를 키우며 즐거워하는 모습으로 가득했고 날이 밝아오자마자 일어나 새장으로 달려 갓다. 이런, 거기 아기새가 죽어 잇었다. 날개와 두 다리를 쭉 펴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으로.

 

그 날 나는 두 마리 새의 죽음을 보았고 어리석음에서 깨어나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한 마리는 어쩔 수 없는 환경탓에 간판뒤에서 더 이상 울지 않아 죽은 것 같았고, 것으로는 동정심인양 아기새를 데려다가 새장에 넣어두고 귀를 즐겁게 하려는 내 욕심과 어리석음으로 또 한마리는 그렇게 귀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일 때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매번 어긋나게 행동해 왓다. 들이나 산에 갈 때면 보랏빛 제비꽃이나 민들레, 어린 소나무 등을 캐다 화분에 심어두고 늘을 즐겁게 하려고 자연을 옮겨왔다.

 

우리집에는 꽃과 나무가 많아서 새들이 잘 놀러 왔는데 이제 아기새의 죽음을 알고 놀러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해 본다. 흥부는 제비 다리를 고쳐주어 박씨를 얻었다는데 나는 아기새를 죽게 했으니 놀부처럼 큰 벌을 받을 게 분명하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두어야 한다.”며 커다란 방망이로 맞아도 싸다.

 

/김재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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