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의 완성은 그 의상을 입는 사람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당시 할리우드 최고의 의상 디자이너 에디스 헤드가 영화의상을 디자인했다. 앤공주가 시내를 모험하는 장면에 플레어 치마와 미국 젊은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좋아했던 스타킹 위에 신는 바비 양말과 굽이 없는 신발을 추가했다. 공주의 편한 복장은 헵번의 실제 스타일도 보여준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어떤 소녀라도 적은 비용으로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는 패션을 창조했다. 햅번은 자신의 가는 허리를 더욱 단단히 조일 수 있는 넓은 가죽 벨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에디스 헤드가 앤 공주의 스타일을 만들었지만 헵번은 그것을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시켰다.
"여자는 단순히 옷을 입는 것이 아니다. 여자는 그 안에서 사는 것이다.”
헵번의 의상을 40여년간 디자인한 위베르 드 지방시가 한 말이다. 헵번이 타이틀 롤을 맡은 영화 '사브리나'(1954)에서 20세기 대표적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인 지방시가 의상을 맡음으로써 헵번의 스타일은 탄생됐다. 지방시는 불필요한 것은 모두 없애는 미니멀리스트로서 자기의 디자인에서 조금도 벗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침 헵번은 그의 창작에 딱 맞는 체형의 소유자였고 지방시는 유클리드 정리처럼 불변의 이미지를 헵번에게 주었다.
헵번은 지방시의 의상을 가장 빛나게 완성시켰으며 지방시의 살롱에 영감을 불어넣는 뮤즈였다. 그 보답으로 지방시는 헵번에게 완벽하게 맞는 의상을 우아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편안한 느낌까지 불어넣어 디자인했다. 헵번은 지방시를 만나면서부터 당시 다른 젊은 스타들과는 차별화 시키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분위기를 얻게 됐고 두 사람은 협력해 새로운 패션을 만들어냈다. 이 패션은 우아한 미니멀리즘을 적용하여 그녀의 개성에 또 다른 정체성을 부여했다.
지방시는 영화 '사브리나'에서 새까만 자수로 화려하게 장식된 하얀 오건디 천으로 만든 드레스를 디자인했다. 이 옷은 사브리나가 윌리엄 홀덴과 윈터가든에서 로맨틱한 춤을 추는 장면에서 입는 옷으로 바로 오드리 헵번의 옷이었다.
그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셔레이드' 등에서 지방시가 디자인한 심플하고 우아하며 모던한 검정 드레스와 커다란 검정 썬글래스는 전 세계적인 유행을 일으켰다.
지방시는 처음 헵번을 만날 때, 체크 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소녀같은 헵번을 보고 놀랐고, 그녀가 자신을 잘 표현하고 그의 스케치북에서나 볼 수 있는 깔끔한 선을 가지고 있는 것에 또 한번 놀랐다고 한다. 그는 그녀의 아름다운 시선과 우아한 자태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오드리 헵번의 스타성은 그녀 특유의 외모와 분위기, 독특한 개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이루어졌다.
스타가 되면 평생 자신만의 독특한, 사람들이 한 눈에 알아보게 되는 특징과 스타일을 지니게 된다. 헵번은 자신의 스타일을 일찍 만들었고 거의 일생동안 고수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개성에 대해서도 모르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지도 못한 채 일생 살아간다. 그래서 한 트렌드가 유행되면 그저 그 트렌드를 좇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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